[향토문화]두 신위 모신..성산읍 고성리 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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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두 신위 모신..성산읍 고성리 포제단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17.04.23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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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신은 마을수호신..사명대신은 마을에 전염병 막아 주는 신


성산읍 고성리 포제단 脯祭壇


고성리 포제단 脯祭壇
위치 ; 성산읍 고성리 수산봉 기슭
문화재 지정사항 ; 비지정
시대 ; 조선

 

 


고성리 포제단은 한국통신 성산포전화국에서 수산 쪽으로 400여m쯤에 전봇대가 있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서 1000여m를 간 곳, 대수산봉 북쪽 능선에 있다.

고성리의 포제는 〔局神之靈〕과 〔司命大神〕 두 신위를 모시고 있다. 다른 마을과 전혀 다른 특징이다. 局神은 마을수호신이며, 司命大神은 원래 別祭에서 모시던 신인데 〔목숨차지 신〕으로 기능으로는 마을에 전염병을 막아 주는 것이다.

이 마을에서 별제를 지내게 된 내력은 갑인년 호열자와 관련된다. 지금으로부터 160년쯤 전 갑인년에 호열자(콜레라)가 만연하여 장안이 쓰러져가는 환자로 가득하였다.

그 때부터 마을에서 향회를 열어 별제를 지내기로 했던 것이다. 그래서 정월엔 포제, 여름에는 별제를 지내던 것이 차츰 별제는 없애고 정월 포제만 지내게 되니까 포제 때에 司命大神까지 양위를 모시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포제와 별제의 축문을 따로 지으며 홀기(笏記)도 양위에 대하여 따로 부른다.

제청(祭廳, 제를 준비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사람이 모이고 일하는 중심이 되는 집)은 가능한 한 마을의 한 쪽 끝으로 정하여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다.

만약 마을에 장사가 나거나 부정한 일이 생겼을 경우 마을의 중심에 제청이 있으면 부정한 사람의 출입할 우려가 있으므로 부정을 피하기 쉽고 제단에 가까운 곳으로 택한다.

제관의 선출은 '초집사방'이라 해서 한 달 전에 예비선정해 둔다. 행제일이 다가와 만일 예비선정해 둔 제관 중에 사고가 생기거나 집안에 부득이한 일이 생겨 제관직무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제관을 교체하여 삼일정성의 근신을 하는 날 확정된 제관으로 '재집사방'을 한다. 제관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 집례(執禮, 제를 집행하고 홀기를 낭송함), 대축(大祝, 축을 전담하는 집사 제1위로 포제축을 읽음), 도예차(都預差, 제관 결원시 보충하는 역이며 별제 축문을 읽음), 찬자(贊者, 헌관 배례시 집례가 창한 '국궁배-'를 받아 '흥-'을 창함), 알자(謁者, 제관을 인도하는 일을 함), 봉향(奉香, 향을 받드는 일을 함), 봉로(奉爐, 향로를 받드는 일을 함), 봉작(奉爵, 부은 술잔을 헌관에게 드리는 일을 함), 전작(奠爵, 헌관에게 올리는 술잔을 부어 주는 일을 함, 사준(司樽, 술병을 관리하고 잔에 술을 부어 주는 일을 함) 이 마을에서는 봉로·봉향·봉작을 1인으로 줄여 10-11인으로 정하고 있으며 도예차는 보통 소축(小祝)이라 하고 있다.

한문으로 된 고성리의 축문을 해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국신께> 삼가 아뢰옵니다. 모년 모월 모일, 고성리 마을을 수호해 주시는 신령님께서 강림하실 심야 삼경이 되는 고요한 시간에 이민들의 여망에 따라 아무개 초헌관이 마을의 성역인 신령님 앞에 엎드려 촛불을 밝히옵니다.

우리 마을의 온 누리에 화기가 청청하게 하여 주시옵고, 국토방위를 위해 고생하시는 군경 민방위들에게는 무사히 지낼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시옵고, 이울러 모든 재난과 재해로부터 이를 예방하여 주시옵소서.

우리 마을 이민들은 근면성실하고 이웃간에 상부상조하고 있사오니 이민 모두에게 복을 골고루 베풀어 주시옵고, 바라옵건대 삶의 의욕과 보람을 갖게 하여 주시옵고, 바라옵건대 농어민들에게는 풍성한 수확의 결실을 맺게 하여 주셔서 온동네가 웃음 속에 지낼 수 있도록 하여 주시옵고, 상업과 공업에 종사하는 이민들에게는 사업이 번창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시옵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는 공무원들에게는 타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항시 보살펴 주시옵고, 이국 멀리 외국에 나가 있는 교포들에게는 각자의 소원을 성취할 수 있도록 신의 은총으로 보살펴 주시옵기 바라옵니다.

이제 우리 이민들은 작은 정성이옵니다만 희성물을 비롯해서 모든 제물과 의식을 갖추어 이 제물을 올리오니 기꺼이 받아 주시옵기 바라나이다.

 

<사명대신께> 삼가 아뢰옵니다. 모년 모월 모일, 고성리의 마을을 수호해 주시는 신령께서 강림하실 심야 삼경이 되는 고요한 시간에 이민들의 여망에 따라 아무개 아헌관이 마을의 성역인 신령님 앞에 엎드려 촛불을 밝히옵니다.

어진 목민들을 보살펴 오시는 신이여. 아뢰옵건대 우리 마을이 영원무궁한 발전을 성취토록 하옵고 이민 각 가정에 따뜻한 은총을 베풀어 주셔서 이민 생업에 아무런 불편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여 주시옵고, 앞으로 다가올 질병으로부터 예방하여 주시옵고, 마을 관내에는 교통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므로 이에 빈번한 교통사고를 예방하여 주시옵고, 읍소재지 마을로서 계속 이민들의 명예와 긍지를 갖고 살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시기 바라면서 오늘과 같은 좋은 날을 택하여 이민 모두가 경건한 마음으로 제단도 깨끗이 정리하여 신령 앞에 엎드려 비옵니다.

이에 우리 이민들은 작은 정성을 모아 희성물을 비롯해서 모든 제물과 의식을 갖추어 이 제물을 올리오니 기꺼이 받아 주시옵기 바라나이다.

포제의 비용은 祭米(제미)라 하여 그 해에 수확한 산디(陸稻, 밭벼)를 웃봉으로 봉하여 두었다가 내었는데 지금은 대개 돈으로 낸다.

제물은 원칙대로 갖추되 사슴고기가 없으면 쇠고기로 대신한다. 희생으로는 돼지 두 마리를 잡는다. 돼지 희생은 전마리를 생으로 올리는데 내장까지 깨끗이 씻어서 속에다 둔 채 제단에 올린다.

메는 산메로 찌는데 메밥이 곱게 쪄지면 풍년이 들겠다고 하며 메밥이 울퉁불퉁하면 '올해는 바람분다'고 하여 메밥으로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하였다.

포제가 끝나면 포제 결산총회를 하며 제관들에게 분육해서 본내고 나머지는 회의장에서 나눠 먹는다.(「남제주군의 문화유적」 373쪽, 「제주의 마을 시리즈 제주 동부의 핵심 마을 고성리」 101-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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