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칼럼]잔인한 4월의 부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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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칼럼]잔인한 4월의 부활절
  • 박대문
  • 승인 2017.04.2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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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문(환경부,청와대 환경비서관 역임,우리꽃 자생지 탐사 사진가)

잔인한 4월의 부활절

 

박대문(환경부,청와대 환경비서관 역임,우리꽃 자생지 탐사 사진가)
온갖 꽃들이 화려하게 피어나고 새싹이 돋아나는 4월입니다. 절제와 회개, 경건과 기도로 보낸 사순 시기도 지나고 부활절을 맞아 바야흐로 본격적인 봄날의 환희에 젖어 드는 계절입니다.

이 좋은 달이 왜 ‘잔인한 4월’이라 자주 입에 오르내리며 부활절은 왜 또 4월인가? 부활절 예배를 마치고 부활 달걀을 받아들고 나오면서 불현듯 떠오른 생각입니다.

잔인한 달이라 부르는 4월에 부활절을 대부분 맞이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드물게는 3월에도 부활절을 맞이합니다. AD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결정한 부활절 날짜는 봄의 첫날인 춘분(3월 21일경) 이후 보름달이 뜨고 난 첫 주일입니다.

그 결과 부활절은 3월 22일과 4월 25일 사이에 오게 됩니다. 부활절은 예수님께서 새 생명으로 다시 살아나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수난의 시기와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겪고 난 이후 얻은 새 생명입니다. 부활절 달걀도 나눔의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본질은 새로이 탄생한 그리스도의 부활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부활절 달걀을 보니 장식과 포장 방법이 참 많이 변했습니다. 올해 받은 것은 그림과 글씨가 인쇄된 조그만 비닐봉지에 삶은 달걀을 그대로 넣은 것이었습니다. 한때는 집집이 또는 동네 사람 함께 모여 달걀을 삶고 껍질에 수채화 붓으로 예쁜 글씨와 그림을 그리는 것이 큰 행사였습니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예쁜 스티커를 그림 대신 달걀에 붙이더니 이제는 그나마 없어지고 예쁜 비닐 포장이 대신합니다. 세상은 참 편리하게 변해갑니다.

부활절 달걀을 먹으려고 탁자에 ‘탁’ 치고 깨뜨려서 껍질을 벗겨냅니다. 손에 든 달걀을 깨뜨리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달걀 속의 새 생명인 병아리는 단단한 껍질을 스스로 안에서 쪼아 깨뜨려야 완전한 하나의 생명체로 탄생합니다. 달걀 속에 갇혀 있는 병아리가 연약한 주둥이로 안에서 이를 깨뜨리는 것은 얼마나 힘이 들까?

부활절도 일맥상통합니다. 죽음의 고통 없이 부활이 있을 수 없습니다. 하나의 새 생명이 탄생하기까지는 엄청난 고통과 인내가 따릅니다. 하나의 세계와 다름없는 알의 껍데기를 깨기 위해 연약한 부리로 수없이 껍질을 쪼아대야만 비로소 알이 깨지고 새 생명이 밖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번데기 속의 나비가 온몸을 쥐어짜는 몸부림을 쳐야만 껍질을 벗고 날개를 달아 바깥세상을 날 수 있는 것과도 같습니다.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새는 알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친다. / 알은 하나의 세계다. /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이 갇혀 사는 하나의 세계를 깨야만 더 성숙한 하나의 생명체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잔인한 4월의 부활절은 고통이 환희의 새 생명으로 이어지는 신비의 상징이라 하겠습니다. ‘잔인한 4월’ 하면 세월호 침몰사건과 4·19 혁명을 비롯한 불행하고 좋지 않았던 4월의 수많은 사건들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잔인한 4월’의 유래를 보면 단어의 뜻 그대로 어둡고 고통스럽고 잔인한 4월을 뜻함이 아닙니다.

메마른 대지에 봄비가 내려 새 생명이 돋고 환희의 꽃이 피는 아름다운 봄을 역설적으로 찬미한 T. S Eliot의 시(詩) '황무지(The Waste Land)’에서 나온 말입니다. 곱고 아름다운 새 생명과 꽃이 피어나기까지의 고통과 인내를 뜻하는 4월을 노래한 시인의 역설적 표현입니다.

총 5부로 구성된 T.S 엘리엇의 ‘황무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싹 틔우고 / 기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 잠이 든 뿌리를 봄비가 흔들어대는 달이다./ 겨울은 우리를 따뜻이 보살폈다./ 망각의 눈[雪] 이 대지를 덮고 / 마른 알뿌리로 작은 생명을 연명했으니... (후략)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메마르고 황량한 산과 들에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납니다. 겨우내 앙상한 벚나무 가지에 화려한 꽃 우산이 활짝 펼쳐집니다. 사방 천지에 새 생명의 기운이 넘쳐나는 4월입니다. 바쁜 세상에 봄꽃들도 바쁜 모양입니다. 봄꽃들이 춘서(春序)를 잃고 두서없이 함께 피어납니다. 온갖 생명이 움트고 목련, 개나리, 벚꽃이 다투어 피어나는 4월에 부활절을 맞이했습니다. 생기가 솟고 기쁨이 넘치는 환희의 4월입니다. 죽었던 풀뿌리에 새싹이 돋고 꽃망울이 부풀어 꽃이 피는 부활의 4월입니다.

이 좋은 계절, 그야말로 봄이 절정에 이르러 가는 기쁨의 4월을 더는 ‘잔인한 4월’이라 말하거나 사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 때 베스트셀러로 전 세계적 돌풍을 일으킨 ‘비밀(The secret)’에서 저자 “론다 번(Rhonda Byrne)”은 이 세상 어디에 살든 우리는 모두 하나의 '힘', 즉 「유인력의 법칙(Law of attraction)」 속에 살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비밀’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얻고자 생각을 하면, 생각은 자석과 같고 주파수가 있어서 우주로 전송되어 같은 주파수에 있는 비슷한 것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겨 생각했던 것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우울한 생각이나 망가지는 생각을 할수록 그 생각의 늪에 빠져서 더 우울한 선택을 자신도 모르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세계의 창조주는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말합니다.

꽃피고 새 생명이 돋아나는 4월은 잔인한 4월이 아닙니다. 아프고 괴로운 4월의 생각일랑 말끔히 잊었으면 합니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도전하고 실행에 옮기는 용기를 갖는 4월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무리 힘이 들고 참담할지라도 더 좋은 내일과 밝은 미래를 위한 산고(産苦)라 여기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잔인한 4월’이라는 말은 버리고 ‘새 희망과 꿈이 솟는 달’, ‘생명의 기쁨과 환희가 충만한 4월’이라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4월은 기쁨과 환희의 달, 부활의 달입니다.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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