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걷는다(18-1)"..'하추자 '행복의 길'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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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걷는다(18-1)"..'하추자 '행복의 길'을..(4)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7.04.28 13:2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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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18-1코스탐방기)하추자, 추자십경 자랑하는 보물섬

 

(1번에서 계속)

 

 

 

 

 

 

이 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다도해의 섬과 바다가 넓게 펼쳐지고..또 다른 해변이 눈 아래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 멀리..길고도 긴..그리고 까마득한 높이의 오르막길이 또 하나 보였다.
다시 올라가는 길이다.

이곳 해변도 알작지였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평온함을 가져다 준다.

다시 오르막길..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오르는 길은 지나온 길과 함께 올레길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했다.

 

 

 

 

 

그 길 꼭대기까지 가자..유인택과 안종국은 바다쪽 정상쪽으로 가보자고 했다.
지쳐 있던 나는 쉬고 있겠다며 바위가 있는 계단에 앉아 섬들이 펼치는 바다를 감상했다.

이제 올레길은 바닷길을 따라 아주 좁은 소로로 이어졌다.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아주 좁은 길..
그러나 바다가 있어 이 길은 특별한 길이 된다.

 

 

이 지역은 무너져 내린 것인지..보호줄이 이어진 곳도 있었다.
이 길에서 보는 바다가 또한 장관이다.

해가 뉘엿뉘엿 져가고 있는 길..이날 참 원 없이 걸었다.
이 아름답기만 한 예초리 바다를 걷다보니 해안가 마을 하나가 나타났다.

돌담이 참 특이한 마을..
제주도와는 전혀 다른 돌로 만든 집담이었다.

이곳을 지나는 마을 주민에게 물으니 "이 돌담은 문화재로 지정된 것"이라며 "함부로 없애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지금은 많이 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예초리 포구에 석양이 지고 있었다.

그런데..이 길을 걸으면서 보니 조그만 밭 하나가 나타났다.
추자도에는 농지가 거의 없었는데..작은 텃밭을 누군가 만들어놓은 것 같았다.

바람막이용 재료가 모두 문이었다.
버려진 문들을 바람을 막는 용도로 쓰는 모양이었다.

그 옆에는 거대한 바위산이 있었다.
엄바위다.

그 안에 들어가니 묘한 장승 하나가 씩씩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엄바위장승(억발장사)

옛날에 엄바위의 억발장사가 있었다.
엄바위 아래 바닷가에 '장사공돌'리하는 바위 다섯 개가 있었는데 이 바윗돌로 공기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횡간도로 건너뛰다가 미끄러 넘어져 죽었다.
그래서 예초리와 횡간도 사람들은 서로 결혼하지 않는다고 한다.
결혼하면 청춘과부가 된다는 속설 때문이라고 한다.


언제부턴가 마을 누군가가 억발장사를 상징하는 목장승을 깎아 세웠으며 예초리에 해마다 결궁을 할 때면 이 엄바위 앞에 와서 한마당 놀고 소원을 빌기도 한다는
설명과 함께..

 

 

 

 

이 엄바위를 지나니..
이름도 예쁜 추억이 담긴 학교 가는 샛길(300m)이라는 표지판이 나타났다.
이 길도 오르는 길이다.
짧지만 걷기에 좋았던 길..

끝자락에 도착해 계단을 내려가니 추석산 소원길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었다.

 

 

 

추석산 소원길

추석산(155m)은 예초리와 신양리 경계지역에 있으며 옛날 마을 주민들이 추석날에 명절음식을 싸들고 산에 올라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었다고 하여 추석산이라 불리우고 있다고 전해진다.


추석산 능선을 따라 탐방로인 소원길이 조성되어 있으며 추자도 부속도서와 전라남도의 보길도, 소완도,청산도 등 다도해의 섬들을 조망할 수 있다.


한편 추석산 소원길 입구에서 100여m 정도 걷다 보면 일제 강점기때 일본군이 본토 사수를 위해 파 놓은 'ㄷ'자 형의 진지동굴을 볼 수 있는데 마을 주민들은 '7'자 굴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이곳은 돈대산 정상에서 내려오면 만나는 길이다.
날씨가 어두워지고 있어 더 이상의 걷기는 무리였다.
그곳에서 이기범 대표에게 연락해 차를 기다리는 동안 날이 저물고 말았다.

 

 

차를 타고 다시 대서리 추자항으로 돌아가 시작점이었던 18-1코스의 종점 스탬프을 찍었다.

19시 34분..하루 종일 8시간여를 걸은 셈이다.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이기범 대표가 차려놓은 저녁밥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추자도에서는 작은 삼치는 삼치로 취급하지 않는다"며 "제대로 된 삼치회를 맛보라"면서 삼치알과 삼치구이까지 엄청난 진수성찬의 상을 차려놓고 있었다.

식사를 하면서 나는 전 추자면 주민자치위원장을 역임했던 이기범 대표로부터 추자도 현황과 주민들의 바램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이기범 전 추자면 주민자치위원장

진수성찬 저녁밥상

 

추자도의 현안 중에서는 자꾸 즐어만 가는 인구감소 문제가 가장 컸다.

주민들은 그 이유로, 발전가능성이 낮아 주민들이 자꾸 추자도를 떠나고 있는 점을 걱정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8천여명이던 인구가 최근 2천여명으로 거의 4분의 1로 즐었고 지금도 매년 100-150여명 정도가 이곳을 떠나고 있다고 한다.

또 하나는 추자도를 찾는 항구를 신양항이 아닌 다른 곳에 큰 배가 다닐 수 있도록 큰 항구를 만들어 달라는 숙원사업이 남아 있다.

특히 태풍이 불 때는 제주도로는 갈 수가 없어 목포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달라는 것과..청도 보길도 완도 등과 연결되는 차를 실을 수 있는 배편을 만들어달라는 요구 등이 그것이다.

그런 문제는 원희룡 지사가 추자도를 방문했을 때 직접 건의도 해봤지만 제대로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는 데에 약간의 불만의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추자도는 특히 도의원을 직접 뽑아 지역을 대표할 수 있도록 도의원 지역구로 만들어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그러나 이 문제도 인구가 적어 어렵다고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추자주민들은 제주도에서도 제대로 대접을 못받고, 더욱이 말은 전라도 말을 쓰지만 전라도 소속이 아니라는 점에서 소외됐다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주민들은 이럴 거라면 차라리 전라도로 편입하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는 일부 의견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추자도가 제주도가 아닌 전라도로 편입해 갔을 때의 문제는 무엇일까..

지금은 제주도가 추자도가 있어 넓은 해역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추자도가 전라도로 편입될 경우 관탈섬까지 추자도 소속이라 제주도 해역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제주도도 추자주민들의 이같은 여러가지 현안 요청을 묵살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방법을 찾아 이들의 숙원을 풀어줘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기범 대표의 얘기중에 가슴을 아프게 한 말이 있다.

"추자도에는 특히 제주도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사실 이에 변명을 하나 섞자면 제주도민 중 -지금은 많이 달라졌겠지만- 우도나 비양도 가파도나 마라도를 한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제주도 자체가 섬인데..제주도민들이 섬속의 섬을 찾아 떠날 이유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더욱이 추자도는 제주에서 보면 사실 먼 곳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레가 생기고 나들이에 나서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같은 섭섭함은 곧 사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날 너무나 많이 걸은 탓인지, 식사를 하고 방에 들어서자마자 잠에 곯아 떨어졌다.
그리고 아침 일찍 깨어 숙소 주변을 살펴 보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사자바위


아침 추자항은 말 그대로 더 큰 평화로움을 주었다.
어제 올랐던 등대기념관과 나바론절벽이 저 위에 서 있었고.. 아침 일찍 출조를 나가는 배도 보였다.
그리고 좁은 골목길을 따라 뒷산으로 올라가 봤다.

그곳 뒷산 이름은 등대산..
이곳에서는 보길도 횡간도 추포도 등 완도권 섬이 다 보이는 곳이었다.

이곳에는 드물게도 반공탑이 하나 크게 서 있었다.

1974년 5월에 대서리 속칭 더널에 간첩선이 침투해 벌인 전투에서 전사한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탑이었다.

이른 아침에 추자도를 보니.. 추자도는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너무나 아름다운 아침을 맞이한 것이다.

아직도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집들과 좁은 골목길이 주는 그 의미가 또한 정겨움으로 다가와 각별했다.

인간미가 남아있는 것이다.

 

 

등대산을 내려오니 숙소에는 벌써 아침상이 차려져 있었다.
추자도를 떠나는 날 아침밥은 굴비조림과 굴비구이와 미역 등이 준비된 추자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자연밥상이었다.

이기범 대표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추자도의 숨은 비경을 보여주겠다며 나섰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소녀의 집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그의 친구의 개인 집..


소녀의 집은 그의 친구가 혼자 살고 있는 곳이다.
윤소녀라는 이름을 가진  누나가 집을 짓고 그 이름을 써놓았다고 한다.

차 한잔을 얻어먹고 나와 유인택은 이 대표를 따라 산너머로 제주도가 보이는 곳으로 떠났고, 나는 안종국과 그의 아이들과 함께 바위가 많은 해변을 산책했다.

해변으로 들어가 보니..이곳도 또 하나의 알작지였다.
바위틈은 살아있는 자연이 숨쉬고 있었다.


거북손, 홍합 등이 예쁘게 자라는 건강한 자태와 만났다.


우리는 아침 10시30분 배(한일고속 레드 펄)를 타야했기에 항구에 미리 나와 기다렸다.

 한일고속 레드펄


중형 선박으로 보이는 레드펄은 경쾌하게 배를 세우고는 바로 추자도를 찾는 사람들을 내려주고 우리를 태웠다.


쾌속선과 달리 이 레드펄은 밖으로 나와 바다를 감상할 수 있었다.
추자도가 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곧 사자바위를 지나쳤다.


바다의 사자가 추자도를 지키고 서 있는듯, 사자바위는 추자도쪽을 향해 앉아있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배안으로 들어와 다시 잠에 빠져 들었다.

한참을 잠들어 있을 때 누가 소리쳤다.
"제주도가 보여요.."

밖에 나와 보니..
추자도와는 비교도 안될 한라산이 거대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저기 보이는 제주도가 나의 고향이었지.."

배는 빠른 속도로 항구로 들어섰다.
제주도에 무사히 도착한 것이다.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나는 걷는다’(3권)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말한다.

“(중략)..나는 동쪽을 향해 무작정 걸었고, 꿈을 꾸듯 4년전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나를 여기까지 이끌고 온 수백만번의 걸음을 따라, 이 거대한 길에서 마주친 얼굴들과 풍경들이, 좋았던 순간들과 힘들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중략)..


종점에 도착하면 나는, 무엇을 느끼게 될까? 분명, 좀 우쭐해질 테고, 어쩌면 일종의 허영심마저 느낄 지도 모른다.


목에 힘을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지만....내가 2000년 역사를 통틀어 실크로드 전체를 종단한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 또한 사실 아닌가..., 그건 보통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내게 무엇을 찾으러 여기 왔냐고 바로 지금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을 위해서”라고.


은퇴할 시기가 다가왔을 때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그 책에서 그가 마지막 남긴 말은..

 

(중략)..만약 그날 저녁 이슬람교 구역에 있는 ‘번영과 행운’이라는 식당에서 신의 섭리인 양 트리스타(여행자 설사)에 걸려 시안에서의 마지막 날을 방이나 지키며 보내지 않았던들, 나는 기꺼이 스스로를 초인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마지막 날은 하찮은 공명심으로 우쭐대던 내게 잠시 스쳐간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었던 것이다.


헛되고 헛되니,모든 것이 헛되도다.“

 

 

지난 해 11월5일부터 걸었던 제주올레 탐방을 지난 4월22일 전 코스를 다 돌고 이날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올레를 걸을 때는 다음 코스가 있었으나.. 올레걷기를 모두 마친 지금, 나는 아무런 다음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둘레길을 가야할지 ..다른 섬을 찾아 걸어야 할지..

목표를 두지 않으면, 인생이 그런 것처럼 늘 이렇게 헤매이게 된다.


다음은 또 어떤 일을 만들게 될지..실은 나도 궁금한 일이다.

좋은 결과가 나타나기를 바라며..지난 6개월간의 올레탐방기를 마친다.

그동안 관심있게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할 따름이다.

제주올레를 모두 무사히 잘 걸었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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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이 2017-04-28 16:47:35
대장정의 길 제주도 걸어서 한바퀴...그동안 너무나 수고 많으셨습니다.
탐방내내 제주의 환경을 생각하면서 자기성찰을 통해 무엇인가 깨달음을 찾기위한 고 현준 기자님의
행보에 찬사를 보내면서 다음 연재를 기다립니다.

제주바다사랑 2017-05-03 11:16:47
6개월간의 올레걷기, 고생많으셨습니다! 모두 잘 읽었습니다 저도 다음에 한번 도전해보아야겠어요 :)
수고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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