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나도 걷는다"..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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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나도 걷는다"..에필로그..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7.04.29 10: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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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그 시작은 한 코스를 반씩 나눠서 걸으면 돼

 


 


지난해 11월5일부터 걷기 시작한 제주올레 전 코스를 지난 4월22일 18-1코스인 추자도올레를 마지막으로 다 걸었다.

나로서는 제주올레의 시작은 느닷없이 걸어보자고 한 것이지만..아마 누구나 한번 쯤은 올레를 걷고 싶어한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내가 걷기를 시작한 때는 초겨울이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올레를 걷고 있었고..한겨울에도 많지는 않았지만 드문드문 추운 겨울을 걷는 올레꾼들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 봄이 되면서 다시 올레를 걷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올레는 사실 그냥 걸을 뿐이다.

그 시간 동안만은 거의 무의식의 상태, 즉 무념의 시간일 수 밖에 없다.

간간이 만나게 되는 사람들도 인사를 나누면 그뿐, 그들과의 다른 대화를 할 시간도 또 그럴 여유도 없는 것이다.

 

부지런히 걷고 난 그 성취감 하나로 다음 코스를 또 걷고..
그러면서 하나씩 올레를 배우게 됐다.

지난 6개월여 제주올레를 걷는 동안 운동화는 3켤레를 이용했다.
그 중 하나는 완전히 너덜너덜해져서 다시 신을 엄두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낡아 버렸다.

처음에는 그 신발 하나만 신고 걸었었기 때문이다.

양말은 5개를 사용했는데 3개가 못 신을 정도로 헐어버려 지금은 신지는 않지만 기념 삼아 보관은 하고 있다.

올레길을 다니는 동안 여러 외국인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멀리 러시아지방에서 일본을 거쳐 제주에 왔던 어떤 이는 자전거를 타고 혼자 세계일주를 하고 있었다.

그는 인천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가 유럽까지 간다고 했었다.

엊그제 추자도에서 만난 독일인은 가족과 함께 아예 제주에 살면서 올레를 걸었다고 했다.
올레를 걷다 보면 묘한 인연이 생기기도 한다.

항몽유적지 인근에서 제주대 윤용택 교수와 얼굴이 닮은 분과 인사를 했는데 그는 서울에서 일부러 내려와 올레를 걷고 있는 고영회 변리사였다.

자유칼럼클럽 회원인 그는 이후 제주올레를 걸으면서 느꼈던 글을 내게도 보내준 적이 있다.

 

   

처음 제주올레를 걷기 시작할 때 이 올레를 다 걸으면 어떤 마음이 될까를 미리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사랑에 빠져 한동안 미친 듯 사랑하다가 그 사랑을 스쳐지나간 느낌일까..

매주 훌쩍 떠났던 올레에 대한 탐방을 마치니..
그리고 이제 그렇게 토요일마다 쉬지 않고 걸었던 그 시간이 없으니..
허전한 기분이다.

성취감이랄 것도 없다.

이제 무얼 하지..
하는 고민에 빠진다.

걷기는 지속돼야 한다.

이 허전함을 달랠 무언가가 필요하다.

 

   

베르나르 올레비에는 '나는 걷는다(3권)'의 에필로그에서,

“도착하기만을 원한다면
달려가면 된다.
그러나 여행을 하고 싶을 때는
걸어서 가야 한다.
-장-자크 루소, ‘에밀’ 중에서..

(중략)..걷는 것 역시 시간을 요구한다.
그리고 나에게 ‘문화’라는 이 예쁜 말은 우정, 박애 혹은 단순히 경청이라든지 아예 같은 몇가지 개념들을 그 안에 꼭꼭 숨기고 있다.


나는 이 책으로 길고 아름다운 실크로드를 마무리한다.
그러나 이것은 끝이 아니다.
다만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자, 가자“

 

베르나르 역시 그 역사적 대장정을 마친 후의 허전함을 다시 새로운 시작일 뿐이라고 썼을 것이다.

그에게 배운 건 많지만..적어도, ‘끝까지 걸어서 간다는 것과 서두르지 않고 걷는다는 것, 느리게 간다’는 것만은 확실히 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차를 타게 됐을 때도 다시 그쪽으로 차를 타고 가 그 지점에서 걸었다.
길을 잘못 들어 다시 돌아가기를 수도 없이 했다.
그렇게 1만2천km를 걸었다.

스페인 산티아고는 800 km, 제주올레는 425km.

그는 목숨을 걸고 걸었고 나는 편안히 걸었다.

나는 차를 두번 얻어탔지만 14코스의 마지막 3km정도는 아직 걷지 못하고 남아있는 상태다.

언젠가는 그 3km 구간은 따로 걸을 생각이다.찜찜하니까..

추자도는 역으로 걸어야 했기에 추자교 입구까지는 차를 이용했지만, 자동차를 이용한 거리보다 사실은 더 걸었다.

그러나 추자도는 늘 다시 가고싶은 섬이 될 것 같다.

 

제주올레는 그런 점에서 평화로운 길이고 행복의 길이다.

제주올레의 도전(?)에 대한 팁을 하나 전한다면..

너무 길다고 느껴지는 경우 반씩 나눠서 걸어보라고 권유한다.

제주올레7-1코스나 가파도올레 처럼 3-4시간 정도면 그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오전에 걷는다면 오후에는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권장할 만한 일이다.


얼마전 그런 팁을 몇 사람에게 말했더니..한 팀은 이미 그렇게 걷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틀간  6코스를 걸었는데 힘들지도 않고 너무 좋다는 것이다.

그는 매일 제주올레 한 코스를 반으로 나눠 걷는 중이다.

오름을 가듯 올레도 그렇게 걸어보면..우리의 제주도가 달리 보일 것이다.

그리고 가장 제주다운 제주를 만들어가는 지혜를 모두가 함께 나누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에필로그 후기)  4월29일 중앙로에 있는 간세올레라운지를 찾아 '제주올레 완주증서'를 수령했다.

이 관계자는 아주 꼼꼼히 올레수첩을 점검하고, 질문하고..설문을 받더니 완주증서와 함께 인증샷 사진까지 찍어 주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내가,  "중앙로 올레라운지를 통해  4월 중 5번째로 완주증서를 받는 완주자"라며 "올해만 이곳에서 372명이 완주증서를 받았다"면서 "그동안 올레완주자는 6천여명.. 증서를 받지 않는 사람까지 합치면 1만여명 정도가 그동안 제주올레를 완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제주도민들은 예전에 내집 앞이 올레인데 뭐하러 걷느냐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제주도민들도 올레를 많이 걷고 있다"고 소개해 줬다.

제주올레에 따르면 완주증서를 받은 사람중 최고령자는 83세였고 8번이나 제주올레를 완주한 사람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나는 제주올레 완주증서와 함께 간세다리(게으름뱅이의 제주말)에 대한 설명과, 파란색과 노랑색 리본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노란색 리본은 감귤을, 파란색 리본은 바다를 의미한다며 두가지 색의 뱃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 갖도록 했다.

나는 바다를 뜻하는 파란색을 가졌다.

노란색은 다음 올레를 걷고난 후에 가져가기로 했다.

이 제주시 중앙로 제주올레 간세라운지 관계자는 인증사진을 찍어주며 "이 인증사진은 올레홈페이지에 올린 다음에는 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참 친절한 올레..

나는 그곳에서 다음 제주올레를 걸을 때, 또 한번의 상상력을 가져다 줄 것을 기대하며.. 서명숙 이사장의 '꼬닥꼬닥 걸어가는 이길처럼'이라는 제목의 책을 한권 사려고 했는데..

그곳에서 만난 채식주의자이며 명상가인 좌성보 선생이 2권을 사서, 한권은 자기가 갖고 하나는 완주기념 선물로 내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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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이 2017-05-01 10:42:03
먼길 걷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나도 언제쯤 완주 할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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