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펴기칼럼]풍에 대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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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펴기칼럼]풍에 대한 경험
  • 이범
  • 승인 2017.05.10 2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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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하게 맞았을 때에는 근육을 풀어 주는 것만으로 해결


풍에 대한 경험/이범의 몸펴기칼럼 


 

 

 


한방에서는 풍이라 하고 양방에서는 뇌졸중이라고 합니다. 어쩌다가 한 번씩 풍을 맞은 사람을 경험해 봅니다. 그런 경험과 해결책을 재작년에 나온 책 '몸, 펴면 살고 굽으면 죽는다'에서 정리해 놓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두 달쯤 전에 40대 중반 나이의 한 회원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풍을 맞았다고. 상태를 물어보니 자세한 것은 직접 보아야 알 수 있겠지만 아주 경미하게 맞았더군요.

몸펴기운동을 하는 회원 중에는 ‘입’으로만 운동을 하고 ‘몸’으로는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간혹 있는데, 이 회원도 이런 ‘과’에 속하는 분이었습니다. 몸을 살리려면 몸으로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인데, 입으로만 운동을 하니 몸이 살아나겠습니까.

어쨌든 빨리 와 보라고 했습니다. 그 날은 마침 대청에 가서 장애인들과 함께 운동을 하는 날인데, 빨리 오지 않으면 늦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와서 보니 정말로 아주 경미하게 맞았더군요. 병원에 가서 진료 신청을 하는데, 글씨가 마음대로 쓰이지 않아 6번이나 고쳐 써서 겨우 신청서를 작성했다고 합니다. 팔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은 것이겠지요. 발음은 아주 약간 꼬이고 있었습니다.

계단을 내려올 때 다리가 엉켜 넘어질 것 같아 난간을 붙잡고 내려왔다고 합니다. MRI를 찍어 보니 뇌출혈인데. 뇌의 바깥쪽이 아니라 안쪽에 출혈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수술이 어렵다고 하니, 그제야 제게 연락을 하고 찾아온 것 같습니다.

풍을 맞았을 때에는 온몸의 근육이 굳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온몸의 근육을 풀어 주어야 합니다. 물론 세게 맞았을 때에는 근육을 풀어 주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본인이 꾸준하게 기본운동을 해서 몸을 바로 세워야 하겠지만, 이 회원처럼 약하게 맞았을 때에는 근육을 풀어 주는 것만으로도 해결이 됩니다.

그래도 어쨌든 세세하게 풀어 주어야 하기 때문에 힘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 회원이 바로 오지 않고 좀 늦게 왔습니다. 대청에 빨리 가서 운동을 지도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나 하는 급한 마음으로 이 회원과 한 시간 정도 씨름을 했습니다. 결국 다 해결해 주지도 못하고 대청에도 지각을 했지만, 그 푸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온몸풀기로 몸 전체를 풀었습니다. 이 회원은 다리가 엉킬 정도였기 때문에 온몸풀기 중에서도 손으로 하는 온몸풀기가 아니라 발로 하는 온몸풀기를 했습니다. 그래야 아래로 많이 처져 심하게 굳어 있는 다리 근육이 더 많이 위로 올라와 더 잘 풀리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다리를 돌리고 돌려 다리 근육을 더 풀어 주었습니다. 다음에는 발가락을 아래로 굽혀 엉덩이를 밟고 위로 올려 주는 과정을 오른쪽과 왼쪽을 번갈아가면서 해 주었습니다. 이것으로 하체에 관한 도움주기는 끝이 났습니다.

다음으로는 허리를 풀어 주었습니다. 특히 허리세움근이 후상장골극 바로 위부터 두개골 바로 밑까지 많이 굳어 있었습니다. 이 전체를 풀면 허리만 풀리는 것이 아니라 상체도 어느 정도 풀리게 됩니다. 어쨌든 허리가 아픈 케이스 10가지를 하나씩 짚어 보면서 굳어 있는 곳은 다 풀어 주었습니다.

다음으로는 상체를 풀어 주었습니다. 상체 영역을 풀 때 저는 손가락부터 시작을 합니다. 손가락을 잡아 빼고, 힘을 약간 주어 옆으로 누르고, 위로 꺾어서 올리고, 손끝을 좀 세게 잡아 누르고 하면 손가락 풀기가 끝나는데, 이렇게 하고 나면 팔과 등, 어깨, 목까지 많이 풀려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손을 털어 주고 나면 상체 양역의 굳어 있던 근육이 50% 정도는 풀려 있습니다. 그 다음에 어깨 주변의 근육을 풀어 줍니다. 이렇게 하지 않고 어깨가 아프다고 바로 어깨를 풀려고 하면 엄청나게 아파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고 나면 이렇게 하지 않고 할 때보다 통증을 반밖에 느끼지 않습니다.

다음으로는 어깨뼈 주변의 근육을 풀어 주었습니다. 사람들이 어깨뼈 주변에서 아파하는 근육의 부위는 20군데 정도 되는데, 이 역시 하나하나 잡아서 풀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하고 나면 마지막 남는 것이 목과 흉추 극돌기 위의 근육입니다. 이곳까지 다 풀어 주고 끝을 냈습니다.

그리고 글씨를 써 보라고 했습니다. 글씨를 작게는 쓰는데, 크게 쓰지를 못했습니다. 팔이 아직 덜 풀린 것입니다. 오늘은 대충 이렇게 끝내고 다시 보자고 했습니다. 대청에 가야 하지 않았으면 좀 더 세밀하게 풀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를 못한 것입니다. 영역별로 풀고 나서는 다시 더 세밀하게 들어가 부위별로 풀어야 좀 더 완벽하게 풀리는 것인데, 영역별 풀기로 끝을 낸 것입니다.

대청에서 돌아오니 아직 이상이 있다는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장 다시 오라고 연락을 했습니다. 아까 했던 영역별 풀기는 대충 하고 특히 팔을 세밀하게 풀어 주었습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한 시간 정도 씨름을 하고 나서 말을 해 보라고 했습니다. 약간 어눌하게 발음하던 것이 이제는 명확하게 발음이 됐습니다. 글씨를 써 보라고 했더니, 이제는 크게 글씨를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가볍게 맞은 풍은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이 회원이 이제는 술을 한잔해도 되느냐고 제게 물어보았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원리적으로 보자면 해도 상관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해도 된다고 대답했습니다. 다음날 생각해 보니 제가 신중하지 못했던 것 같았습니다. 풍이야 풀렸겠지만, 그래도 이 회원이 혹시 술을 마시고 부작용이나 생기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됐습니다.

다음 주에 이 회원이 나왔을 때 물어보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1주일을 지냈는데, 이 회원이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조금 더 걱정이 됐습니다. 무슨 큰일이 일어난 것 아닌가 조금 더 걱정이 된 것입니다. 다음 주에도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고민을 했는데, 마침 다음 주에 이 회원이 나타났습니다. 당연히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 나서야 저는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이 회원은 처음에 가볍게 풍을 맞았다는 사실을 부인에게 고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하고 씨름하고 나서 술을 한잔하고 돌아가고 나서는 부인하고 얘기를 하다가 풍 맞은 사실을 토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부인의 입장에서는 남편한테 큰 병이 난 것이고, 따라서 부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남편이 당장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이런 부인의 생각 때문에 부인의 강권에 의해 병원에 입원을 했다고 합니다. 5일간 입원해 있었는데, 그 동안 병원에서 한 것이라고는 링거 주사를 맞는 것 외에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으니 퇴원했다고 합니다.

이때 생각난 것이 ‘방심은 금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몇 년 전에 물만 마셔도 토하고 만다는 아줌마가 왔는데, 이 아줌마가 2주일 후에는 죽을 먹을 수 있게 됐다고, 그 다음 주에는 된밥은 먹지 못해도 진밥은 먹을 수 있게 됐다고, 그 다음 주에는 된밥까지 먹을 수 있게 됐다고 저한테 와서 자랑을 했습니다.

이 분의 병명은 크론씨병이었는데, 식도부터 항문까지 소화기계통 전체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서도 치료 불가능하다고 손을 든 상태였습니다. 특히 소장에 궤양이 있는데, 소장을 잘라내면 영양분을 흡수할 수 없기 때문에 수술을 하지 못하고 손을 들고 만 상태였습니다.

여기에다 전신의 부종, 섬유근육통 등 온몸이 엉망이었습니다. 이 분에게 권한 운동은 상체펴기였는데, 이 분이 몸살림운동의 방법을 믿고 열심히 운동해 한 달 보름쯤 지나서는 이런 증세가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몇 주간 안 오다가 어느 날 연락을 하고 왔습니다. 그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항상 어머니와 함께 왔는데, 그 어머니가 제게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나이 30밖에 안 된 이 아줌마는 이제 몸이 좋아졌다고 방심하고 밤늦게 친구들과 만나 떡볶이에 튀김에 위에 안 좋은 음식을 실컷 먹고 한참 수다를 떨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속이 너무 아파 새벽에 병원에 입원해 있느라 몇 주 동안 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위가 안 좋은 사람에게 밀가루 음식이나 튀긴 음식은 금물인데, 친구들과 그 좋지 않은 음식을 먹으면서 실컷 수다를 떨면서 논 것입니다. 일면 이해는 됐습니다. 이 나이라면 한참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면서 놀고 싶어 했을 텐데, 몇 년 동안 병 때문에 놀지 못하다가 이제 몸이 좀 괜찮아졌으니 얼마나 하고 싶었던 일을 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방심은 금물. 결과는 통증 때문에 몇 주 동안 병원에 입원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별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고 권해야 할 회원한테 술 마셔도 괜찮다고 얘기해 놓고는 마음고생을 좀 했습니다. 몸이 많이 좋지 않았던 사람은 몸이 많이 좋아지더라도 계속 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 동안의 경험에서 얻은 결론입니다. 풍에 대해 얘기하다가 좀 이상한 결론으로 글을 마칩니다만, 방심은 금물이라는 게 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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