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단산(바굼지오름)
상태바
[오름이야기]단산(바굼지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5.23 23: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고: 158m 비고: 113m 둘레: 2,566m 면적: 339,982㎡ 형태: 원추형

 

단산(바굼지오름)

별칭: 바굼지오름. 바구미오름. 파군산(破軍山). 단산(簞山)

위치: 안덕면 사계리 3,121번지

표고: 158m 비고: 113m 둘레: 2,566m 면적: 339,982㎡ 형태: 원추형 난이도: ☆☆☆

 

 

겉과 속이 다르면서 화산체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최고 연륜의 오름 중 하나...

 

오름의 천국이자 화산체의 왕국인 제주의 오름들은 저마다의 명칭과 관련한 유래가 있어 이따금은 흥미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명칭이 없는 알오름을 제외하더라도 370개가 넘는 제주의 오름들 중에 산(山)이라고 부르는 곳은 많지 않다. 동물의 형상을 시작으로 생김새 자체나 특정한 물건에 비유를 하였고 검고 붉은 색상을 토대로 정해지기도 했다.

보통은 명칭 뒤에 오름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그 외에 악(岳)이나 봉(峰) 또는 산(山)이라고 부르는 곳도 있다. 그런 가운데 산방산, 송악산, 금산, 단산 등은 비교적 근거리에 함께 자리를 하고 있으면서 뫼(山)라고 하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용머리해안과 송악산 일대는 제주의 잉태 과정에서 제1기의 화산 폭발이 이뤄진 곳이라 했다.

즉, 산방산과 송악산, 금산, 단산은 제주의 오름들 중 고참 격에 해당이 되는 것이다. 이들 중 규모나 산 체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금산과 단산이 다소 쳐질 수 있겠지만 역시나 단산은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일반적인 오름에 비하여 암반이 많고 봉우리가 이어지는 양쪽으로 급격한 경사를 이룬데다 그 아래로는 화구를 이룬 것처럼 패어있는 곳도 있다.

지질학계의 자료를 참고할 때 산 체 자체가 일찍이 생성이 된 후 파식과 풍식에 의하여 지금의 골격 단계로 나타난다고 기록을 하고 있다. 멀리서 볼 경우와 시각적 위치에 따라서 다소 다르게 나타나는 화산체로서 명칭을 살펴보면 바굼지를 닮았다는 데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지고 잇다.

오래전 산야(山野)가 물에 잠겼을 때 이 산 체가 바굼지 정도로만 보였다는 내용과 관련이 있으며 바굼지는 바구니를 일컫는 제주 방언이다. 이런 연유로 한자 표기는 대역을 통하여 단산(대광주리簞山)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다른 맥락으로는 바굼지나 바구리와 가까운 뜻으로 바구미가 있는데 이 바구미는 박쥐의 옛말인 만큼 모양새가 박쥐를 닮았다 해서 바구미(바굼지)오름이라고도 전해지고 있다.

양쪽으로 나눠진 산 체의 모습에서 박쥐의 날개를 연상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 중앙의 한쪽은 굼부리를 연상하게 하는 둥그스럼한 부분이 있어 이를 몸통으로 생각한다면 비슷한 외형을 그려볼 수도 있다. 그 외 파군산(破軍山)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바굼지오름의 이두식 표기로 사용이 된 것이다.

 

한편, 이 단산은 퇴적층의 모습이 뚜렷하게 남아 있으면서 제주 최고 연륜에 속하는 산 체로서 오랜 세월 동안 파식(波飾)과 풍식(風飾)에 의하여 지금의 모습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 체의 특징 중 하나는 보는 위치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타나는 외형이라 할 수 있다.

여느 오름들처럼 구전 상의 내용을 토대로 어느 것이 정확하다는 결론은 내릴 수 없지만 명칭의 전래만으로도 특별함이 있다. 멀리서 보면 빼어난 곡선미와 늠름하면서도 평화로운 듯하지만 실제 산 체는 가파른 벼랑과 바위들로 둘러싸여 있다. 부드러운 곡선미에서 수직으로 이어지는 경사면을 비롯하여 굴곡이 있게 길게 이어진 모습에서는 위엄과 장엄함마저 느낄 수가 있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와 벼랑으로 이어지는 곳곳은 일부 숲을 이루고 있지만 내면은 바위로 이뤄진 만큼 바위산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다. 바위들 틈이나 일정 공간을 차지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지만 현장은 흙 보다 바위가 더 많다. 가까이서 바라보는 퇴적층의 모습들 사이로 척박한 환경을 헤치고 뿌리를 내린 소나무를 비롯하여 여러 잡목들이 영역 싸움이라 하듯 버티고 있다.

참으로 매력 있고 아리송한 오름임이 틀림없다. 원추형 화산체로 구분을 하지만 급하게 깎이는 경사면을 따라 굼부리처럼 패인 곳이 있어 복잡하게 나타나며, 표고와 비고(高)의 차이(158~113m)가 적은 편이지만 수면을 기준으로 할 때 전망의 여건은 비교적 좋은 편이다.

바굼지오름의 주변은 볼거리들이 많아서 정상에 오르는 동안 최고의 전망을 즐길 수가 있다. 암석의 성질 등은 다소 차이가 나지만 제주도 최고(高)의 오름인 산방산을 비롯하여,국토 최남단 마라도와 송악산 등의 절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가 있다. 해안과 내륙으로 이어지는 곳은 일부 변화와 발전으로 인하여 자연 미가 떨어지지만 전원형의 풍경과 넓게 트인 주변에서 시원함을 느낄 수가 있다.

한편, 바굼지라 부르는 오름은 이곳 외에 애월읍에 파군봉이라는 별칭을 지닌 오름도 있다.

 

-단산 탐방기-

 

네비 검색을 통하여 입구까지 갈 수 있으며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초입 옆의 대정향교를 방문하는 것도 좋다. 또한 새미고개라 부르는 도로변을 사이로 맞은편에는 금산이라 부르는 오름이 있어 내친김에 함께 탐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진입로 옆에는 태고종 단산사가 있다.

낮은 경사를 이룬 바위체를 오르는 것으로 시작이 되며, 조금 오르다 보면 남근석이라 부​르는 기암이 나온다. 화산 폭발과 풍화작용에 의해서 형성된 돌기둥으로서 높이가 20m에 이르는데 산 중턱에 불쑥 솟아오른 모습을 두고서 이런 명칭이 붙었으나 실제 살펴보면 다소 외설적이기는 하다.

그래도 이러한 구전 속의 내용 때문인지 아들을 기원하는 여인들이 기도를 한다고 전해진다. 주변에 우뚝 솟은 산방산이 중후한 느낌을 준다면 단산은 겸손과 미덕을 지녔다. 그러면서도 변화가 다양하고 암석과 식물들이 차지한 산 체의 특성은 도전을 필요로 하게 만든다. 

가파른 경사와 바위가 이어지는가 하면 짧은 거리의 숲이 나오고 야생화 길을 따라 봉우리에 오르면 확 트인 전망이 수고를 달래준다. 유채꽃 당신! 어디에 피어있 건 어여쁘지 않으리오. 시기적으로 이른 감이 있지만 언덕을 오르다 보면 해마다 야생 유채가 꽃을 피운 채 볼품을 더해준다.

 

천연색의 노란빛을 머금은 꽃잎을 향하여 기꺼이 무릎을 꿇고 입맞춤을 했다. 몇 그루 안 되지만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룬 곳도 있다. 서봉에 도착 후 잠시 전망을 하고 다시 이동을 하는데 대왓(대나무 군락) 사이를 지나는 느낌이 참 좋았다.

역시나 단산의 묘미는 이동을 하면서 환경의 변화가 이뤄지는 것과 봉우리에 오를 때마다 전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퇴적층과 가파른 바위들로 이뤄진 곳의 일부에 흙이 있지만 동백이나 대나무 등이 한 곳에서 뭉쳐 있는 것을 생각하면 참 흥미로운 일이다.

서봉(西峰)에 오르니 말이 필요 없는 전망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끝내 날씨는 남의 편이 되었지만 이미 익숙한 곳이라 방향을 돌려가며 실컷 바라봤다. 사방이 트인 봉우리에 오른 만큼 마파람과 계절풍이 번갈아 불어댔다. 심할 정도로 마지막 가버리는 겨울이 불었다.

싱그러운 봄을 부르는 바람이 섞여 잠시 동안은 전망을 즐기며 버티기로 일관했다. 이곳에서 금산이 한눈에 내다보이는데 얼핏 하나의 산 체가 이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별 개의 오름이며 길이 난 고개 하나를 사이로 두 오름이 나눠진 것이다.

오름 기슭 아래에 단산사(寺)가 있고 그 아래쪽으로는 새미물(남샘) 이 있으며 도로가 나 있다. 해안마을인 사계리와 대정읍 인성리를 잇는 길 중에 이곳 고개를 새미물과 관련하여 새미고개라고 부른다. 단산이 바위로 이뤄지고 급격한 경사를 이룬데 반하여 금산은 비고(高) 자체가 낮은 데다 펑퍼짐한 등성이 길게 이어진다.

다만 남동 사면은 급격히 깎여서 비슷한 환경을 이루고 있는데 어찌 보면 원래 하나의 화산체였을 것으로 추측이 되기도 한다. 아니면 비슷한 시기에 생성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따로 구분을 하였고 각각 명칭이 다르다. 지금의 도로가 만들어진 것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새미고개에 도로가 나 있지 않았다면 산 체도 이어졌을 수가 있다.

조선시대에 이곳 주변을 유배지로 하여 잠시 정착을 하였던 추사 김정희 선생의 무덤에 찾아가서 물어보기라도 해야 할 판이다. 아니면 좀 더 과거로 거슬러 가야 할 건가. 두 봉우리가 이어지는 중간에 내려가는 길목이 있으며 보통은 이곳에서 내려가게 되는데 이날은 계속 전진을 했다. 애초에 전 사면을 탐방하는 것을 계획했고 주봉인 동봉(東峰) 정상에 오르기로 한 것이다.

기세당당하게 기다리는 동봉을 향하여 진행을 하는데 보통의 오름 탐방에 비하여 특별한 경우임을 확인할 수가 있다. 뾰쪽하게 솟은 봉우리는 암벽으로 이뤄져 있어 만만치 않은 진행이다. 이곳으로 이어지는 루트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 있는 상황이지만 산책형이 아닌 전형적인 탐방형인 만큼 안전은 스스로의 몫이다.

가파른 정상의 봉우리에 올랐다. 사방으로 깎은 듯이 경사가 심항 절벽을 이루고 있지만 어느 면에서도 가림막이 없는 상황이다. 날씨가 야속하지만 산방산과 눈높이를 하고 마주하는데 걸림돌이 없다. 오른 자에게는 반드시 보답을 해 주는 게 산이고 오름이기에 실컷 전망 놀이를 즐겼다.

단산의 백미는 무엇보다 정상에 올라 사방을 돌아가며 바라보는 전망이다. 국토 최남단 마라도를 시작으로 가파도와 송악산을 비롯하여 형제섬과 산방산 등이 보이며 훤하게 펼쳐지는 해안은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다른 편으로는 한라산과 모슬봉이 보이며 멀리로는 오름 군락이 실루엣처럼 펼쳐지고 근거리에는 평화롭고 여유롭게 느껴지는 농지들이 펼쳐진다. 산방산과 송악산이 유명하다지만 오름 자체로서 볼 때 단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

송악산으로 이어지는 해안에는 사계리라고 부르는 마을이 있는데 이곳 해안선과 관련하여 일찍이 명사벽계(明沙碧溪)라 하였다. 이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단산에 올라 두 눈으로 바라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날씨가 좌우하겠지만 근거리에서 마주하는 것보다는 내려다보는 사계해안의 모습도 충분히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암벽의 가파른 구석에 부처손이가 식생 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귀한 약재가 기슭과 벼랑 곳곳에서 자생하고 있어서 특별한 만남이고 위대한 볼거리가 되었지만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

왕볼레 안녕~~ 큰보리장나무에는 탱글탱글하게 열매가 맺혔는데 얼마 후 빨갛게 익어가는 시기가 되면 탐스럽게 여길 말도 하건만 아직은 빨랐다. 수고했다는 답례 정도로 여기고 잠시의 눈 맞춤으로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