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펴기칼럼]안면마비, 문제는 신경이 아니라 근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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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펴기칼럼]안면마비, 문제는 신경이 아니라 근육
  • 이범
  • 승인 2017.05.3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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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과 입술, 턱, 인중 주변을 꼭꼭 눌러 굳어 있는 안면 근육 풀어야


안면마비, 문제는 신경이 아니라 근육/이범의 몸펴기칼럼 


 

 

 

 

지지난주 금요일인가 토요일인가에 전화가 왔다. 충주에서 강경용 사범님께 몸살림운동 지도를 받고 있는 사람인데, 여동생한테 안면마비가 와서 한번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안면마비야 필자가 그 원인을 잘 알고 있으므로 한번 찾아오시면 보아 드리겠다고 답을 드렸다.

다음 주 월요일 아침 10시쯤엔가 그 여동생 분한테 전화가 왔다. 집이 구리시인데, 지금 당장 찾아가도 되겠느냐고. 내게 다른 특별한 일이 없어서 어서 오시라고 했다.

구리시면 외곽 순환도로를 타고 오면 연신내까지 한 시간이 훨씬 안 걸리는 거리이다. 그런데 한 시간 반이 지나서야 도착을 했다. 길도 막히고 특히 눈이 아프고 눈물이 나서 고생을 했다고 했다. 이 여자 분은 오른쪽 안면마비였는데, 그쪽 눈이 감기지를 않는다고 했다.

한번 눈을 감아 보라고 했더니, 눈꺼풀이 최대 4분의 3까지는 내려가는데 더 이상은 내려가지를 않았다. 이거야 눈꺼풀 바로 위 이마의 근육이 굳어 있어서 그런 것이니까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굳어 있는 그 근육만 풀어 주면 눈은 편하게 감을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안면마비가 왜 왔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 주는 것이다.

‘네이버 백과사전’에서는 안면마비를 안면신경마비(顔面神經痲痹, facial palsy)라고 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뇌출혈, 뇌연화, 뇌종양 등 중추성(中樞性)으로 오는 경우와 말초의 장애에 의하여 오는 경우가 있다. 중추성의 경우는 여러 가지 뇌병의 증세와 함께 나타나며, 안면 하반부만 마비가 온다. 말초성의 경우는 안면신경 마비가 단독으로 나타나며,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말초신경 마비이다.

말초성의 경우 원인은 한랭 또는 류머티즘성인 것이 가장 많고, 열차 등의 창 쪽에 면한 얼굴의 냉각이나 감기, 편도염에 의한 림프관염, 신경친화성 바이러스 등의 감염에 의한 경우도 있다. 그 밖에 외상, 중이염, 내이염 등에서도 일어난다.”

 

한마디로 여러 가지 원인으로 안면의 신경계가 마비돼 있는 것이 “김윤아도 겪었다”(아마 김윤아 씨 덕분에 별로 인기가 없던 ‘안면마비’가 졸지에 유명해진 모양이다)는 안면마비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신경계의 문제로 보는 것이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신경계를 치료해야 안면마비를 치료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런 시각으로 보아서는 안면마비 치료는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이다. 신경계를 치료할 방도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원래 신경의 문제가 아닌데 신경의 문제로 보고 있으니 쉽게 치료가 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한방에서든 양방에서든 실제로 치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가다 보면 저절로 낫는 것일 뿐이다. 그러면 의사들은 치료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자화자찬하는 말을 하는 것일 뿐이다.

이미 필자가 󰡔몸, 펴면 살고 굽으면 죽는다󰡕(2009, 백산서당)라는 책에서 상세하게 밝혔듯이 보통 신경계의 문제라고 얘기되는 질환이 실은 신경계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너무 많다. 오래된 정신질환을 제외하고는 모두 신경계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아도 될 정도이다.

우리가 보통 풍이라고 부르는 뇌졸중이나 구안와사도 신경계의 이상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다. 좌골신경통이라고 부르는 것도 신경계의 이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이런 질환에 대해서는 원래의 원인을 모르고 있으니 난치 내지는 불치의 병으로 분류가 되고 있다.

신경계의 문제가 아니라 근육의 문제인데 이를 모르고 있으니, 쉽게 나을 수 있는 질환을 난치 내지는 불치로 보고 있는 것이 현 의료계의 실정이다. 근육의 이상으로 보면 그 해법은 아주 쉬워지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필자가 얘기하는 근육의 이상이란 주로 근육이 굳어 있는 것을 말한다. 필자는 근육에 필요한 화학적인 요인, 예컨대 어떤 음식이나 약의 결핍 때문에 근육에 이상이 오는 것이 아니라 근육이 굳어 있어서 이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근육이 굳게 되는 것은 자세가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몸, 펴면 살고 굽으면 죽는다󰡕에서 그 원리를 자세하게 설명해 놓았는데, 직립해 있어야 할 인간이 직립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즉 자세가 잘못돼 있기 때문에 근육이 굳고, 근육이 굳기 때문에 만병이 온다고 보아야 한다.

사람의 병은 화학적 요소의 결핍 내지는 과잉 때문에 오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물리적 요인, 즉 자세 때문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보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이를 안면마비와 연관시켜서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아주 단순화시켜서 얘기하자면 안면마비는 안면의 근육이 굳어서 오는 증세이다. 근육이 많이 굳어 있는 쪽의 안면이 잘 움직여지지 않을 때 이를 안면마비라고 하는 것이다. 오른쪽과 왼쪽 양쪽이 같이 오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물고, 보통 한쪽에 온다고 한다. 안면마비를 보통 안면신경마비라고 부르는데, 이는 원인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병명이다.

물론 두뇌로 연결되는 신경이 끊어지면 그와 연관된 근육은 완전히 마비가 된다. 체성신경계의 지배를 받는 근육은 두뇌에 상태를 보고하고 또 두뇌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데, 그 신경이 끊어지면 보고도 하지 못하고 지시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완전히 마비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여간해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칼 같은 것으로 자르지 않는 한 신경이 끊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몸 어디에 마비가 일어났다고 하면 대개는 그 부위의 근육이 많이 굳어 있어서 보고와 지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마비가 됐다고 느끼는 것일 뿐이다.

일례를 들어 이를 설명해 보도록 하자. 몸살림운동의 회원이었던 한 미술 선생님(여)께서 5개월째 기운이 없어 학교에서 학생들 가르치기가 힘들고, 심지어는 밥을 해 먹는 것조차도 힘이 들었다고 했다. 얘기를 들어 보니 이는 분명히 부정맥이었다.

이 분 말씀이 오른쪽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것 같다고 하셨다. 오른쪽에 내 다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달고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하셨다. 이 분에게는 와불운동, 그 중에서도 다리를 집중적으로 푸는 와불운동을 하시게 했다.

처음에는 이 운동을 2분도 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나중에는 15분 정도는 하게 됐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때에는 다리의 마비 증세는 거의 사라졌다고 하셨다.

굳어 있던 다리 근육이 풀리면서 신경도 잘 통하게 되어 마비 증세가 거의 다 사라졌다고 느끼게 된 것이었다. 와불운동을 한 결과 부정맥이 풀리면서 기운이 없어 기어들어가던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

어쨌든 그냥 안면을 구성하고 있는 근육이 굳어 있어서 생기는 증세가 안면마비인 것이다. 따라서 안면마비는 안면을 구성하고 있는 근육이 부드럽게 풀리면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안면마비가 있는 사람한테 바로 그 안면 근육을 풀어 주려고 하면 여간해서는 잘 풀리지 않게 된다.

풀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바로 또 굳어 버리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남자든 여자든 모두 젖꼭지 위의 상체는 오른쪽과 왼쪽이 각각 하나의 ‘영역’을 형성하고 있다(인체의 ‘영역’ 이론에 대해서도 󰡔몸, 펴면 살고 굽으면 죽는다󰡕 참조).

예를 들어 이 여자 분의 경우 오른쪽에 안면마비가 와 있었는데, 이럴 때에는 상체의 오른쪽 영역 전체를 풀어 주어야 한다. 그러면 오른쪽 안면마비도 쉽게 해결이 된다. 오른쪽 손과 팔, 어깨, 등, 가슴, 목이 풀려야 안면 근육도 쉽게 풀리게 되는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르고 안면 근육만 풀려고 하면 안면 근육도 잘 안 풀리게 되는 것이다.

 

이 여자 분에게 양해를 구하고 양쪽 볼을 손으로 조금 세게 잡아 보았다. 먼저 왼쪽 볼을 잡아 보았는데, 아파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심하게 아파하지는 않았다. 다음으로 오른쪽 볼을 왼쪽과 똑같은 강도로 잡아 보았는데, 자지러지게 아파했다. 안면마비는 바로 이것 때문에 오는 것이다.

오른쪽을 자지러하게 아파하는 것은 그쪽의 근육이 왼쪽보다 훨씬 더 심하게 굳어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렇게 좀 세게 잡아 보았을 때 통증이 사라지면 안면마비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 여자 분에게는 우선 ‘도움주기’ 중 ‘온몸풀기’를 먼저 해 주었다. ‘영역’을 해결하기 전에 ‘온몸’을 먼저 다루면 ‘영역’을 다룰 때 좀 더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몸 어딘가에 심각하게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온몸풀기를 먼저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영역과 부위를 다룰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나 도움을 받는 사람 모두 좀 더 편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에 󰡔도움주기󰡕라는 책을 낼 때 거기에서 하기로 한다.

그 다음에는 오른쪽 ‘상체’를 풀기 시작했다. 오른쪽 상체 전체가 풀려야 오른쪽 안면마비도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영역을 풀려고 할 때에는 그 영역을 구성하고 있는 그 어느 지점부터 시작해도 상관은 없다. 한 지점이 풀리면 다른 지점도 풀리고, 또 다른 지점이 풀리면 다른 한 지점도 풀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여자 분에 대해서는 먼저 손가락부터 풀기 시작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요즘 필자에게는 이게 습관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경험적으로 보면 상체를 구성하고 있는 부분, 즉 얼굴, 머리, 목, 어깨, 등, 팔뚝, 손목, 손바닥, 손등, 손가락 중에서 손가락을 먼저 푸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문으로 여겨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손가락만 제대로 풀고 나면 상체 전 영역이 최소한 60% 이상은 풀려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나서는 상체를 풀 때 먼저 손가락부터 풀기 시작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데에도 약점은 있다. 손가락을 풀 때 상대방이 너무 아파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통증을 참지 못할 수준으로 판단이 되면 위팔뚝이나 등을 먼저 잡고 손가락으로 옮기게 된다. 그러면 상대방이 어느 정도 견딜 만큼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강도를 조절하여 손가락을 잡고 나면, 그 다음부터 상체를 푸는 작업은 순풍에 돛을 달게 된다.

상체 중 어느 특정 지점, 예컨대 목(목디스크도 해당됨), 어깨(요즘은 회전근개 파열이라는 진단이 많이 나오는 것 같음), 머리, 팔, 손 등이 많이 아픈 사람의 손가락을 만져 보면, 손가락이 심각하게 굳어 있어 부드럽지가 않다. 딱딱하다.

필자는 이런 사람들에게 “손가락이 마른 나뭇가지 같네요,” 또는 더 나아가면 “이건 완전히 마른 장작개비 같네요,” 여자 분들에게는 “이거 원 참, 이게 여자 손가락 맞아요? 남자인 내 손가락보다 더 뻣뻣하네요”라고 조크를 던진다.

그러면 이런 얘기를 들은 아주머니 분들 중에는 “나는 원래 어렸을 때부터 손가락이 뻣뻣했어요. 원래부터가 그랬어요!”라고 항변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원래부터 그런 것이었지, 이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냐는 인식이 깊이 깔려 있는 것이다.

필자가 이런 얘기를 들으면 길게 설명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말없이 손가락을 풀어 준다. 이런 분들은 어렸을 때부터 상체 쪽이 좋지는 않았지만, 크게 아프지만 않으면 불편하더라도 원래가 그런 것인가보다 생각하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그래서 별 이상이 없다고 느끼면서 살아왔을 것이다. 어쨌든 이런 분들은 엄지부터 손가락을 풀어 주다 보면 엄청나게 아파한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필자는 요령을 익혔다. 너무 아프면 참아 내지를 못한다. 참아 내지 못할 만큼 아프면 필자의 도움주기를 거부하게 된다.

그렇게까지 세게 하면 안 된다. 거부하게 되면 필자가 아무리 공을 들여도 거부감만 주게 되고, 그러면 몸살림운동에 대한 인상도 나빠지게 된다.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통증의 정도는 대체로 그 사람의 얼굴에 다 나타나게 돼 있다. 사람의 얼굴에 있는 ‘표정근’은 자기 몸과 마음의 상태를 거의 다 그대로 보여주게 돼 있다. 아픈 정도가 얼굴에 거의 그대로 나타나게 돼 있다. 도움주기를 할 때 상대방이 아파하는 정도는 상대방의 얼굴 표정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 얼굴 표정을 보면서 강도를 조금 더 세게 하기도 하고 조금 더 약하게 하기도 한다. 강도를 좀 더 세게 하면 빨리 풀린다. 그러나 상대방은 너무 아파한다. 강도를 약하게 하면 풀리는 데 시간이 좀 더 많이 걸린다. 그러나 상대방은 참을 만한 수준에서 큰 통증 없이 편안하게 몸이 풀린다는 것을 느낀다. 필자는 장기간의 경험을 통해 상대방의 얼굴 표정을 보고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요령을 익혔다고 할 수 있다.

호흡의 빠르고 느림을 통해서도 통증의 정도를 알 수 있다. 심하게 아프면 숨이 빨라진다. 그 통증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피를 그쪽에 보내기 위함일 것이다. 통증이 사라지면 숨은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급한 불을 껐다고 판단해 원래의 편안한 상태로 돌아오게 되는 것일 게다.

다행히 이 여자 분은 통증을 아주 잘 참아 내는 편이었다. 당연히 오른쪽 손가락은 전부 마른 나뭇가지같이 뻣뻣했다. 좌우로 흔들어도 거의 움직임이 없었다. 이렇게 흔들 때 통증을 심하게 느끼는 사람은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지르게 마련인데, 이 여자 분은 얼굴을 좀 심하게 찡그리고 얕은 신음소리를 내는 정도였다.

엄지부터 풀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풀 때 엄지를 잘 풀면 그쪽 손가락의 50% 정도는 푼 셈이 된다. 그리고 손가락의 50% 정도를 풀게 되면 상체 영역의 50% 정도는 풀리게 된다. 이런 사실을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엄지는 전후좌우와 위아래로 가동 범위가 아주 큰 반면, 그 외 네 손가락은 위아래로는 가동 범위가 크지만 전후좌우로는 가동 범위가 대단히 제한적이다. 엄지 외의 네 손가락은 주로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는 데 사용되지만, 엄지는 쥐었다 폈다 하는 기능 외에 전후좌우로 이 네 손가락을 오가면서 서로 짚을 수도 있고, 스스로 마음대로 돌릴 수도 있게 돼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엄지가 상체에서 훨씬 더 많은 ‘근육의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훨씬 더 많은 ‘근육의 줄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엄지 쪽이 풀리면 훨씬 더 많은 ‘근육의 줄기’가 풀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엄지 하나를 제대로 푸는 것이 나머지 네 손가락을 푸는 것과 거의 같은 비중을 갖는다는 것이 필자의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다음으로 손가락 사이를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부터 시작해 약지와 새끼 사이까지 차례로 풀어 주었다. 그리고 엄지 외의 네 손가락을 차례로 풀어 주었다. 여기에서 이렇게 손가락을 푸는 자세한 방법은 쓰지 않기로 한다. 그 기술적인 방법에 대해 쓰려면 글이 너무 길어지고, 처음 이런 글을 읽는 사람한테는 거의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몸살림운동에 상당한 이해가 있는 사람들이 읽어야 할 󰡔도움주기󰡕라는 책을 쓸 때 자세하게 쓰기로 한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몸의 원리에 대한 것이다. 몸의 원리를 이해하고 나면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그 해법도 쉽게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에서 중점적으로 쓰는 것은 기술적인 방법이 아니라 몸의 원리에 대한 것이다.

손가락을 다 풀고 나서는 여러 번 팔을 털어 손과 팔의 근육을 더 풀어 주었다. 다음에는 어깨를 풀어 주었다. 안면마비가 왔을 때 당사자는 마비가 온 안면에는 신경을 쓰는데, 앞에서 얘기했듯이 안면마비를 안면만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된다.

손가락부터 시작해서 팔, 어깨, 등, 목, 안면까지 전체의 문제, 즉 영역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그래서 안면마비를 풀려면 이 영역 전체를 함께 풀어야 한다. 한 부위만 풀려고 해서는 풀리지 않은 다른 부위의 영향 때문에 다시 굳게 되고, 그래서 해결이 부지하세월이 되게 된다.

어깨를 풀어 주고 나서는 등을 풀고, 그 다음에는 목을 풀어 주었다. 말하자면 안면 근육을 풀기 위해 멀리부터 포위를 해서 하나씩 공략을 하면서 포위망을 좁혀 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면 근육에 손을 댔는데, 이미 주변의 응원군이 거의 다 전멸된 상태에서 안면 근육의 저항력은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최후의 결전은 쉬운 것이 아닌 법이다. 안면마비가 와 있을 때에는 볼뿐만 아니라 턱, 인중, 입술, 눈 밑, 눈 위 등 안면의 근육이 전체적으로 심하게 굳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응원군이 거의 전멸된 상태라 기가 죽어 저항력이 약해진 안면 근육은 비교적 쉽게 항복해 들어온다. 문제는 오른쪽 얼굴 전체를 아주 세밀하게 풀어 주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적당히 풀어 주고, 마지막으로 눈 위를 풀어 주었다. 눈 주변의 근육을 더듬어 보다 오른쪽 눈 바로 위 이마를 더듬으며 잡아 보니 가운데쯤에 조그마한 근육 뭉텅이가 만져졌다. 이놈이 바로 이 여자 분 눈을 감지 못하게 하는 주범이었다.

좀 세게 엄지와 검지로 잡았더니 이 여자 분은 상당히 아파했다. 이 조그마한 뭉텅이의 저항이 상당히 거센 편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저항해 보아야 잡고 있으면 잡혀 있는 놈은 힘이 빠지게 돼 더 이상 저항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도망가지 못하고 꼭 잡혀 있으면 그놈은 달리 방법이 없다. 그런데 심하게 굳어 있어 뭉텅이나 고래 힘줄처럼 돼 있는 근육 중에는 잡고 있을 때 미꾸라지처럼 잘 빠져 나가는 놈도 더러 있다. 이런 경우에는 빠져 나간 놈을 다시 잡기 위해 좀 실랑이를 벌여야 한다.

어쨌든 잠시 후 이 작은 뭉텅이 놈은 자기 존재를 없애 버렸다. 굳어 있던 것이 풀린 것이다. 굳어 있던 것이 풀리면 고래 힘줄 같던 놈이나 뭉텅이 같던 놈이나 그 존재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그 근육은 펑퍼짐해지면서 평범한 원래의 근육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면 아프던 것도 사라지고 그 부위가 편해지게 된다. 뭉텅이가 사라지고 나서 이 여자 분에게 눈을 감아 보라고 했다. 내게는 약간 미흡하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여하튼 눈은 거의 다 감겼다. 필자가 약간 미흡하다고 생각된 것은 95% 이상 눈꺼풀이 내려가긴 했지만 100% 다 내려간 것으로는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여자 분은 이 정도만으로도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도움주기를 끝내고 이 여자 분에게 목을 돌려 보라고 했다. 많이 편해졌다고 했다. 그러나 필자의 눈으로 볼 때에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왼쪽으로 돌릴 때에 충분히 돌리지 못하고 4분의 3 지점쯤에서 멈추어지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음에는 ‘아- 이- 우- 에- 오-’ 발음을 하라고 해 보았다. 안면마비가 제대로 풀리면 이들 ‘발음’이 정확하게 나올 뿐만 아니라 발음할 때 ‘입술과 입술 주변의 모양새’도 정확하게 나온다.

발음이 나온다고 해서 해결된 것이 아니라 모양새, 말하자면 입가가 찌그러지거나 입술이 덜 튀어나오는 모양새가 나오지 않고 정확하게 정상인의 예쁜 모양새, 즉 입가가 찌그러지지 않고 입술이 충분히 튀어나오는 모양새가 나와야 해결이 된 것이다.

이런 모양새가 충분히 예쁘게 나오지 않으면 아직 덜 풀린 것이다. 이 여자 분은 80% 정도는 풀렸는데, 20% 정도는 풀리지 않고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이 되었다.

그런데 그 동안의 경험을 보면 여기까지가 필자가 해 주어야 할 최대의 한계이고, 나머지는 본인이 해결해야 할 몫이다. 물론 더 풀어 주면 더 풀리기는 한다. 그러나 나머지는 본인이 풀게 해야 한다. 본인 스스로 운동해서 스스로 푸는 법을 익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현재 한방이든 양방이든 남한테 의지하게 하는 ‘치료’라는 나쁜 습관의 타성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이 여자 분에게는 두 가지 운동법을 가르쳐 주었다.

상체뿐만 아니라 허리, 다리까지 펴고 푸는 와불운동을 하라고 하고, 야구공을 가지고 얼굴 여기저기, 특히 볼과 입술, 턱, 인중 주변을 꼭꼭 눌러서 문질러 굳어 있는 안면 근육을 풀라고 했다. 그리고 사흘 뒤에 와서 얼마나 열심히 필자가 내 준 과제를 잘 수행했는지 점검을 해 보자고 했다.

사흘 뒤에 왔을 때 보니 사흘 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운동 열심히 했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운동할 수가 없어서 별로 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아이가 5살과 8살인데, 애들 돌보느라 시간이 나지 않았다고 했다. 하긴 그렇기도 했을 것이다. 한참 빨빨거리고 돌아다니고 사고를 칠 어린 두 아이의 엄마로서 짬을 내서 운동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점 이해는 됐다. 그래도 스스로 푸는 것을 배워야지, 남에게 의존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몸살림운동은 스스로 운동해서 스스로 건강하게 만드는 법을 전파하는 운동 단체이다. 필자가 도움주기를 하는 것은 수술 않고 약 먹지 않고도 다 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스스로 운동해서 나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수긍하면 스스로 운동하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시 상체를 조금 풀어 주고는, 다음 주 월요일, 그러니까 4일 뒤에 다시 오시라고 했다. 대신 단서를 붙였다. 그때 오셨을 때 이번처럼 운동하지 않은 모습이 보였을 경우에는 다시는 오지 못하게 하겠다고.

다시 오셨을 때에는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 ‘아- 이- 우- 에- 오-’를 해 보라고 했더니, ‘이-’를 할 때 왼쪽 입이 조금 더 벌어지고 ‘우-’와 ‘오-’를 할 때 입술이 더 앞으로 나와야 하는데 덜 나왔다. 그래도 저번보다는 많이 나아진 모습이었다.

이 여자분 왈, 낮에는 운동할 시간이 없어 밤에 애들 재우고 나서 본인은 잠을 자지 않고 잠을 쪼개서 좌와 우 30분씩 1시간은 운동을 했다고 했다. 좀 더 하면 더 좋으련만. 그래도 정성이 가상해서 1주일 후에 다시 한 번 점검을 해 드리겠다고 했다.

1주일 뒤에 왔을 때에는 안면 근육이 거의 다 정상이 되어 있었다. ‘이-’ 할 때 양쪽 입이 똑같이 벌어졌다. ‘우-’와 ‘오-’를 할 때 입술이 충분히 튀어나오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면 야구공으로 문질러 입술을 풀어 주면 곧 완전하게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데까지는 왔다.

그 동안 옆에서 쭉 이 과정을 지켜본 마나님 왈, 얼굴이 많이 예뻐지셨네요. 그러고 보니 처음 왔을 때 거무튀튀하고 좀 찌그러든 느낌이 들었던 얼굴이 발그레하고 동그란 정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배시시 웃는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더 이상 점검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집에서 와불운동만 꾸준하게 하면 큰 병은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하고, 가시라고 했다.

이것으로 이번 인연은 끝. 나중에 또 어떤 인연이 맺어질지는 사람의 능력으로는 알 수 없는 법. 그러나 어쨌든 그 고민으로 가득 차 있던 얼굴이 밝은 모습으로 변해 돌아가는 것을 보니, 필자의 기분도 좋아지지 않을 수 없었다.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가 그 어려운 말로 썼던 󰡔존재와 무󰡕, 학창 시절에 여러 번 읽으려고 도전했다가 도대체 이해가 안 돼 몇 페이지 읽고는 포기하고 또 읽다가 포기하고 하던 책이 하고자 한 얘기가 ‘지금, 현재, 여기’였다고 한다.

뭐 그냥 현재의 삶이 중요하다고 쉽게 얘기하면 될 것을 그렇게 어렵게 썼을까. 저는 현재의 삶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히틀러 나치에 협력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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