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펴기칼럼]이렇게 지독한 ‘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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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펴기칼럼]이렇게 지독한 ‘담’도 있다
  • 이범
  • 승인 2017.06.0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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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근육이 풀리면 통증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지독한 ‘담’도 있다/이범의 몸펴기칼럼 

 

 

 


작년 12월의 일인 것 같습니다. 토요일 아침 수련을 마치고 담이 결려 7일 동안 꿈쩍 못하고 누워 계시다는 어느 할머니 집에 가게 됐습니다.

오십견 때문에 연신내에 와 수련하기 시작해 근 2년 동안 열심히 운동하고 있던 한 선배가 장모님이 담(痰) 때문에 너무 고생을 하고 있다면서 제게 도움을 요청해 와 이 할머니 집에 가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담을 별것 아닌 것으로 보았습니다. 보통은 숨을 쉬거나 움직일 때 당기거나 뻐근하게 아플 때 담에 걸렸다고 하는데, 이렇게 담에 걸렸을 때에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증세가 저절로 사라집니다.

저도 담이 결려 본 경험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에 그까짓 담 때문에 꿈쩍 못하고 누워 계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별것 아니기 때문에 쉽게 풀어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할머니 집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 보니 꿈쩍 못하고 누워 계신 기간은 7일이 아니라 17일이었습니다. 선배가 17일을 7일로 잘못 듣고 제게 7일이라고 전한 것입니다. 이 할머니는 혼자서 일어나지도 눕지도 못하니 아드님이 하던 일을 중지하고 와서 병수발을 들고 있었습니다.

할머니의 연세는 85세였습니다. 그 연세에 담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들어 보니 거의 쩌렁쩌렁 울리는 것이 아주 정정하셨습니다. 이 할머니가 담이 든 것은 김장을 하고 나서였다고 합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추운 날씨에 창문을 열어 놓고 일을 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쭈그리고 앉아 찬바람을 맞으면서 일을 하셨기 때문에 갈비뼈 주변의 근육이 굳어 담이 든 것으로 파악을 했습니다. 사위가 한의사여서 약도 지어 먹고 침도 맞아 보았지만, 17일 동안 전혀 차도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한방에서는 담이 인체의 기혈이 순조롭게 운행되지 않아서 장부의 진액이 일정 부위에 몰려 걸쭉하고 탁하게 되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양방에서는 담을 일종의 근막통증증후군으로 보고 있는데, 근육이 딱딱하게 뭉쳐지면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주로 잘못된 자세와 스트레스에 의해 어깨나 뒷목 주변 근육이 쉬지 못하고 장시간 긴장함에 따라 근육에 영양분과 산소가 부족해져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방이든 양방이든 이런 방식으로 보아서는 담이 들었을 때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방에서 보는 방식에 대해서는 저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와 혈로 사람의 몸을 보아서는 별 해결책을 내놓을 수가 없습니다. 사위 분이 한의라고 합니다. 그러나 한의사인 사위 분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전혀 차도가 없었을 것입니다.

보통 약하게 담이 들었을 때에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거나 침을 맞으면 쉽게 풀리기도 합니다. 침을 맞는다는 것은 근육을 풀어 준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근육이 풀리면 통증은 사라집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현재에는 예전과 달리 침을 잘 놓는 한의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침과 뜸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침구사 제도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기 때문입니다.

 

양방에서 보는 방식으로 근육에 영양분과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 말입니다. 왜 근육에 영양분과 산소가 부족해지게 되는 것일까요? 주로 잘못된 자세와 스트레스에 의해 어깨나 뒷목 주변의 근육이 쉬지 못하고 장시간 긴장함에 따라 영양분과 산소가 부족해진다고 하는데,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맞는 것은 “주로 잘못된 자세와 스트레스에 의해” 근육에 이상 생긴다는 것이고, 틀린 것은 “장시간 긴장함에 따라 영양분과 산소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필자는 근막통증증후군은 우선 ‘장시간의 긴장’ 때문이 아니라 근육이 굳어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고, ‘영양분과 산소’가 부족해서 통증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굳어 있는 근육이 신경을 누르기 때문에 두뇌에서 통증을 느끼는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근막통을 느끼는 지점에 영양분과 산소가 부족해진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굳어 있는 근육에 혈관이 눌려 피가 잘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통증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전에 썼던 책 <몸, 펴면 살고 굽으면 죽는다>(백산서당, 2008)에서 이런 요지의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현대의학에서는 아직도 편두통의 원인을 모르고 있다. 현대의학의 가장 발전한 최신 이론에서는 두피의 근육에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편두통이 생긴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 혈액순환은 왜 잘 되지 않는 것일까? 두피의 근육이 굳어 혈관을 누르기 때문이다. 혈관이 눌려 좁아져 있기 때문에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혈액순환이 머리가 아픈 원인은 아니다. 두피 근육이 굳어 있는 것이 편두통의 원인이다.”

 

이 얘기를 여기에서 다시 끄집어내는 것은 현대의학이 통증의 원인에 대해 깊이 연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기 위해서입니다. 편두통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는 것과 근막통증증후군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영양분과 산소가 부족해진다는 것은 하나의 사실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혈액이 잘 순환되지 않으면 당연히 혈액을 통해 공급되는 영양분과 산소가 부족해지기 마련입니다. 같은 얘기인 것입니다. 그러면 이것이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을까요?

 

우리의 모든 감각, 즉 맛이나 추위, 더위, 통증, 상쾌함 등은 그 상황이 신호로 바뀌어 감각신경세포를 통해 두뇌로 전달되고, 두뇌에서는 이를 그러한 감각으로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 영양분과 산소가 부족하다는 것이 신호로 바뀌어 감각신경세포를 통해 두뇌로 전달되고, 이때 두뇌에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요?

이렇게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설명에는 무리가 좀 많이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설명에 의하면 예를 들어 산소가 희박한 높은 산에 올라가면 배고플 때에는 영양분도 부족하기 때문에 근막통증을 느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현대의학에서는 ‘장시간’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기 때문에 필자의 이 얘기가 충분한 반론이 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근육이 심하게 굳어 있을 때 통증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굳어 있는 것이 부드럽게 풀리면 통증은 그 즉시 사라집니다.

물론 다시 굳으면 또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근육이 굳는 것은 바른 자세, 즉 몸을 펴고 살아야 하는데, 구부리고 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몸, 펴면 살고 굽으면 죽는다>는 제목의 책을 냈습니다. 실제로 이 할머니의 사례를 통해서도 제 설명이이 맞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 할머니를 바닥에 누우시게 하고 도움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움주기를 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도움주기를 하지 않고 몸을 펴는 운동만 하게 해도 몸이 펴지면 통증이 사라집니다.

예를 들어 다리가 아파 거의 걷지를 못하는 70세 전후의 할머니에게 전혀 도움주기를 하지 않고 ‘누워 온몸풀기’를 40분 정도 하시게 하고 나서 다리 근육을 여기저기 눌러 보니 굳어 있던 다리의 근육이 거의 다 풀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어나서 걸어 보시라고 했습니다. 아주 편안하게 잘도 걸으셨습니다. 그러나 담이 든 이 할머니는 스스로 운동을 하게 하려고 해도 너무 심한 통증 때문에 운동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목베개만 대고 누워 있어도 담이 든 부위가 너무 아프기 때문에 감당을 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 날 필자는 도움주기를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완전히 녹초가 되어 있었습니다. 입에서 단내가 났습니다. 눈이 스르르 감겨졌습니다. 무려 세 시간 반 동안 ‘노가다’(막노동)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할머니가 담이 든 곳은 오른쪽과 왼쪽 갈비뼈 맨 아래부터 옆구리를 타고 올라가 겨드랑이까지였는데, 이렇게 심하게 담이 든 경우는 처음 보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심하니 17일 동안이나 꿈쩍도 하지 못하고 누워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담을 푸는 것이야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갔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처음에 ‘온몸풀기’를 해 드리고 나서 오른쪽 갈비뼈 맨 아래부터 시작해 왼쪽 갈비뼈 맨 아래를 풀었습니다. 필자는 담이 들었을 때 제일 많이 생기고, 그리고 통증이 제일 심한 곳이 여기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었습니다.

필자가 이 할머니에게 쓴 방법은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손을 넓게 벌려 아픈 부위의 근육을 좀 세게 잡으면 뭉쳐 있는 근육이 손끝으로 만져집니다. 한 부위의 근육이 굳으면 저층, 중층, 심층까지 함께 굳지만, 특히 통증을 심하게 느끼는 곳은 저층이나 중층이 아니라 저 깊은 곳에 있는 심층입니다. 저층, 중층에다 심층까지 다 잡으려고 하면 손을 넓게 벌려서 잡아야 합니다. 짧게 벌리면 저층, 중층까지는 잡히지만 심층은 잡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잡을 때에는 상대방은 상당히 아파합니다. 그러나 조금만 있으면 통증이 많이 경감됩니다. 상대방이 참을 만한 수준으로 통증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그런 상태를 유지하면서 잡고 있으면 뭉쳐 있던 근육이 봄눈 녹듯이 스르르 부드럽게 풀어집니다. 그러면 더 이상 잡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다 풀렸기 때문입니다. 이때 상대방은 하나도 아프지 않다고 합니다. 시원하다고 합니다. 시원한 상태를 넘으면 아무런 느낌도 없다고 합니다. 이 정도가 되면 완벽하게 풀린 것입니다. 굳은 근육이 풀리면 통증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필자에게는 통증을 푸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 날은 이상했습니다. 평상시에는 한 번 잘 풀어 준 근육은 다시 굳지 않았는데, 이 날에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오른쪽을 풀어 주고 나서 왼쪽을 풀어 주면 다 풀리리라고 간단하게 생각해서 그렇게 했는데, 왼쪽까지 다 풀어 주고 나니 이번에는 오른쪽이 다시 아프다고 했습니다.

다시 오른쪽을 풀어 주고 나니 이번에는 왼쪽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아래쪽을 풀어 주고 나서 위쪽을 풀어 주었는데, 이번에는 다시 아래쪽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그 동안 필자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에는 도대체 종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여기를 풀면 저기가 아프고 저기를 풀면 여기가 다시 아프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이 할머니의 담이 든 부위는 모두 풀어 드려야 했습니다. 정신없이 몰두해서 풀어 드리다 보니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아프다고 하던 것이 거의 다 풀렸습니다. 시간을 보니 세 시간 반이나 흘렀습니다. 필자의 몸은 녹초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필자보다 더 힘이 들었던 것은 이 할머니였을 것입니다. 세 시간 반 동안이나 그 심한 통증을 참아내려니 얼마나 힘이 드셨겠습니까.

 

도움주기를 하는 도중에 할머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일어나서 걸을 수만 있다면 더 이상 소원이 없겠다”고. 17일 동안 일어나려면 담이 든 부위에 엄청난 통증이 느껴지니 본인 혼자서는 일어나지도 못했습니다. 아드님이 부축하여 화장실에 모셔다 드렸다고 합니다.

화장실에서 나와서도 아드님의 부축을 받아야 겨우 누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물도 마시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을 마시면 화장실에 가야 하니 그게 싫어서 그리 하셨다고 합니다. 참으로 마음이 강한 분이었습니다.

 

3일 후 다시 방문을 했습니다. 방문하기 전에 연락을 해 보았는데, 이제 누웠다가 일어서는 것이 되기는 하지만 일어섰다가 눕는 것이 힘들다고 했습니다. 아직도 갈비뼈 주위의 근육이 다 풀어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 날 방문에서도 도움주기를 했습니다.

도움주기를 하고 나서는 운동을 해 보시도록 했습니다. ‘누워 온몸풀기’는 아직 어려울 것 같아 ‘허리풀기 2’를 하시도록 했는데, 이 운동은 충분히 소화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운동할 때 몸이 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진전이 많이 된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4일 후 다시 방문을 했습니다. 세 번째 방문이었습니다. 이 날에는 도움주기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담이 들린 갈비뼈 주변의 근육을 세게 잡아 보았을 때 할머니가 큰 통증을 느끼지는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정도 상태가 되었으면 이제 본인 스스로 운동해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이 호전돼 있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누워 온몸풀기’를 해 보시게 했는데, 전혀 통증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이 운동 열심히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자리를 떴습니다.

 

한 1주일쯤 뒤인가 아드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이제 목욕도 하시고 몸이 많이 좋아지셨다고 했습니다. 담이 결리면 통증 때문에 목욕도 마음대로 하지 못합니다. 이제 거의 다 나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드님이 다음에 한 말씀이 좀 서운했습니다. 침을 맞았더니 많이 좋아지셨다고 했습니다.

이 할머니는 침을 맞으러 가실 수 없을 정도로 담이 심했습니다. 일어서거나 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도움주기를 하고 ‘누워 온몸풀기’를 하여 일어서고 걸어 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덕분에 침을 맞으러 가실 수도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침을 맞아서 많이 좋아지셨다고 했습니다. 필자에게는 고맙다는 얘기 하나 하지 않고.

 

물론 짧은 통화에 아드님이 당신의 의사를 다 표현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필자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하는 것을 얼떨결에 까먹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좀 서운했습니다. 동네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더니 많이 좋아졌다고 하니. 필자의 이런 쓸데없는 마음도 버려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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