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민백미꽃(박주가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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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이야기]민백미꽃(박주가리과)
  • 박대문
  • 승인 2017.06.20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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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문(환경부 국장,청와대 환경비서관 역임,우리꽃 자생지 탐사 사진가)

 

민백미꽃(박주가리과) Cynanchum ascyrifolium (Franch. & Sav.) Matsum


 




봄 가뭄이 심하여 농심(農心)도 산천의 들꽃도
함께 타들어만 가는 6월의 시련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가 올 듯 잔뜩 찌푸린 날씨 속에 한라산을 올랐습니다.
비가 와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다행인지 아닌지,
아무튼 비를 맞지 아니하고 영실을 출발하여
윗세오름 동산을 거쳐 어리목까지 산행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가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농심과 작물뿐만 아니었습니다.
산천의 풀꽃도 시들시들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가파른 계단 길을 오르며 오백나한상과
병풍바위 풍광에 홀려 눈길을 주고 있는데
소복 입은 아씨처럼 청초한 모습으로
가뭄 속에서도 피어난 하얀 꽃송이가 있었습니다.
더구나 한라산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조릿대 숲에 묻혀

시난고난 꽃을 피워 올린 민백미꽃이었습니다.
앙증맞게 피워낸 청초하고 소박한 꽃이 곱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눈물겨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초목은 아무리 가문다 해도 봄이 되면 새싹을 내고
꽃을 피워 후대를 기약하는 씨를 남겨야만 합니다.
피고 나면 지는 것이 꽃일진대
그렁저렁 지나가는 생(生)이 아니라서
가뭄 속 민백미꽃이 더더욱 고와 보였습니다.

민백미꽃은 다년생 초본으로서
반그늘이고 물 빠짐이 좋은 토양에서 자랍니다.
원줄기를 자르면 백색 유액이 나오고 녹색이며 곧게 섭니다.
잎은 양면에 잔털이 있으며 타원형이고 마주납니다.
꽃은 백색이고 원줄기 끝과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서
펼쳐지듯 달립니다.
검은 자주색 꽃이 피면 백미꽃,
꽃에 녹색이 돌면 푸른백미꽃이라 합니다.

(2017. 6. 11 한라산 윗세오름 길에서)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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