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마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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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마보기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8.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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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559.7m 비고: 45m 둘레: 859m 면적: 57,554㎡ 형태: 원형

 

마보기

별칭: 마복이. 맞보기. 남복악(南福岳)

위치: 안덕면 상천리 산 83번지

표고: 559.7m 비고: 45m 둘레: 859m 면적: 57,554㎡ 형태: 원형 난이도: ☆☆☆

 

 

낮은 등성과 굼부리로 마파람에 실린 신령스러운 기운이 밀려드는 산 체...

 

수백 개의 오름마다 명칭이 있지만 하늬복이(하늬보기)와 마복이(마보기)는 특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연중 계절풍이 끊이지 않는 제주의 기후적 영향과 관련하여 이 두 오름을 두고서 바람의 이름으로 정한 것을 보면 야릇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화산체가 있는 북쪽에는 영아리라고 부르는 오름이 있는데 이는 신령스럽다는 의미를 부여한 곳이다.

이와 관련하여 영아리의 남쪽에 위치했다는 데서 마보기(마복이)라고 했다. 이는 남풍인 마파람을 뜻한 것이며 상대적으로 하늬보기는 하늬바람과 관련을 시킨 것이다. 이런 환경과 지리적 여건에 비추어 볼 때 하늬바람이 서(북서)풍이고 마파람은 남풍인 만큼 두 오름을 스치는 바람을 두고서 명칭을 정하는 과정이 여간 고민스러웠겠지만 그럴듯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아리에게는 신기(神氣)가 흐르는 곳이라 하였고 주위에서 이를 감싸고 있는 두 오름에게는 바람의 섬을 나타내는 명칭을 부여하였으니 조상들의 지혜와 판단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하늬복이와 마복이는 함께 만나야 하는 것이 맞다. 두 오름을 잇는 탐방로가 잘 정비된 편은 아니지만 삼나무가 울창한 수림을 지나는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자연의 깊은 맛과 고이 간직한 숲의 세상을 헤집고 진행하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탐방의 묘미를 느끼게 된다. 잘 숙성이 된 묵은지와 발효 기간이 적당한 동치미 국물을 함께 마시는 맛을 모를 리가 있겠는가. 하늬보기를 만나는 과정에서 깊고 그윽한 맛을 느낀다면 마보기에서는 산 체의 특성과 더불어 어느 정도 전망도 즐길 수가 있어 상대적으로 다른 입지를 나타내고 있다.

 

두 개로 나눠진 봉우리를 사이에 두고 원형의 굼부리가 있으며 일부 잡목들이 있으나 오래전에 침식이 이뤄져 있어 깊지는 않다. 내부는 억새들이 잠식을 한 상태이며 한쪽 봉우리에는 묘 한 기가 있으며 다른 쪽에는 정상을 알리는 삼각점이 있다. 그냥 신령스러운 곳이라 하지 않았을 테고 쉽게 바람의 섬을 상징하는 명칭을 붙이지는 않았으리라. 바람의 섬인 제주를 표현하는데 오름 명칭에도 필요했었을까.

하늬바람과 마파람을 묘사한 이름들이 새삼 흥미 있게 느껴지는데 마복이를 두고서 한자로 남복악(南福岳)으로 표기를 하는 것을 보면 더 의미가 있다. 남풍에 실려 오는 것은 바람만이 아니고 따뜻하고 넉넉한 복을 함께 싣고 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마복이 탐방기-

 

이 오름의 명칭 유래와 주변 상황이 말해주듯 더불어 하는 탐방이 바람직하다. (서)영아리를 시작으로 하여 하늬보기를 경유하는 코스가 바람직하나 시간과 체력적인 면을 고려한다면 하늬와 마복이만으로도 충분하다. 세 곳을 묶어서 진행할 경우는 이동성과 접근성 등을 고려하고 숲이 깊은 만큼 혼자보다는 둘이나 셋이서 함께하고 양 방향 주차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 곳을 함께 할 경우는 산록(남로)도로변 옆을 따라 이동을 하다가 다빈치 뮤지엄이 나오는데 건너편 목장 입구의 철문을 넘어서 진입할 수가 있다. 또한 핀크스 골프장 앞으로 이어지는 루트도 가능하므로 진입과 하산 시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아리와 행기소를 지난 후 하늬보기를 만나고 다시 숲을 헤치며 진행을 했다. 삼나무가 빽빽하게 차지를 한 숲을 빠져나올 즈음 철조망들이 있었는데 목장과 관련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윽고 들판을 따라 밖으로 나오니 분위기가 반전이 되었다. 허리 높이를 넘어선 억새들의 가을의 주인공이 되어 계절을 따라 제 할 바를 다하는 듯 퇴색된 채 마파람에 살랑거리고 있었다.

옷깃을 스치며 지나는 동안 사락사락 소리가 들리면서 흥을 더해줬는데 삼나무 숲이 더러 어지럽고 거칠었다면 억새는 비교적 편안하고 안전하게 길을 열어주었다. 구름 한 점 없이 투명한 하늘은 숲과 억새를 더하며 삼색의 조화로 볼품을 안겨줬고 제법 오랜 시간을 자연 속에 갇혀 있다가 나온 때문인지 하늘은 유난히도 파랗게 느껴졌다.

낮은 경사를 따라 억새왓을 헤치며 마복이에 올랐다. 마파람도 복(福)도 바라지 않았다. 하늬복이에서 숲의 기운만으로 점령의 맛을 느꼈다면 마복이에서는 그저 열린 세상이나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그런 작은 소망을 영아리의 기운이 알아줬는지 하늘도 한라산도 날씨도 다 우리 편이 되어주었다. 마복이는 마파람을 대신하여 사방을 전망하는 복을 안겨줬다.

 

선 채로 이리저리 살피는 방향마다 하나같이 볼품이 있었고 새삼스럽지만 오름 군락이 부여 주는 실루엣은 으뜸이었다.  지나온 방향으로 머리를 돌리니 하늬복이가 보였는데 깊은 숲에 숨은 화산체이지만 마복이에 오르고 나니 그 실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두 봉우리 중 한쪽 정상에는 공교롭게도 무덤 터가 있었는데 아마도 조상들은 이 자리가 명당임을 잘 알고 있었을 거다.

이미 천리를 해간지 오래되었지만 그 원형은 뚜렷이 남아 있으며 소나무 몇 그루가 그 옆을 지키고 남은 산담 주변은 덤불들이 겨우살이를 하고 있었다. 마복이는 두 등성이 확연하게 나타나는 원형의 산 체이나 세월과 환경이 말해주듯 침식 등 많은 변화가 이뤄졌으며 중앙 부근은 뚜렷하게 구분이 되었다. 정상을 아라리는 삼각점을 차지하고 서 있으니 바람이 불어왔다. 남풍이 불어왔다.

잔잔하게 불어오는 마파람에 억새가 함께 불어댔고 복(福)을 실은 남풍은 서 있는 나를 느리게 집어삼키려 하길래 그 복을 가득 부여안고 다시 전망 놀이에 열중했다. 그러다가 끝내 개발과 변화의 현장인 골프장과도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오름에 올라 자연만을 바라보는 것은 욕심이고 사치가 되었다. 곶자왈이 변하고 숲이 사라졌으며 오름이 깎이는 등 자연은 간직의 힘을 잃고 말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하산은 핀크스 골프장 앞으로 이어지는 루트를 택했다. 경사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억새들의 사열은 마치 승리한 개선 부대원들을 환영이라도 하듯 반겨줬다. 영아리와 하늬보기를 포함하는 여정은 결코 오랜 시간이 걸렸거나 긴 거리를 지난 것은 아니었지만 환경의 변화가 이뤄지는 여정이라 뿌듯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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