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마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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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마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8.0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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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22m 비고: 27m 둘레: 914m 면적: 38,946㎡ 형태: 말굽형

 

마오름

별칭: 마악(馬岳)

위치: 한경면 저지리 산 55-2번지

표고: 122m 비고: 27m 둘레: 914m 면적: 38,946㎡ 형태: 말굽형 난이도: ☆☆

 

 

 

낮은 산 체와 허접한 등성에 변화가 이뤄졌지만 평화로운 오름 ...

 

동물의 형상을 빗대어 명칭이 붙은 오름 중 하나이며 말(馬)을 지칭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경면 저지리 일대에는 동물과 관련하여 명칭이 붙은 오름들이 많은데 대표적인 저지오름의 경우 닥모루나 새오름으로도 부르고 있다. 여기서 ‘새’는 억새 띠를 나타내고 있지만 다른 맥락으로는 새(鳥)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 새오름을 에워싸고 있는 오름들 중에 문도지오름(돼지)을 비롯하여 마중오름(馬), 이계오름(鷄), 송아오름(송아지) 등이 있으며 마오름(馬) 역시 그 둘레에 자리하고 있다. 제주의 많은 오름들 중에는 명칭을 동물에 비유하여 정한 곳들이 있지만 일정한 지역에 몇 곳이 함께 한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여러 형상을 연유하겠지만 일반적으로 농가에서 기르거나 사람과 밀접한 동물들이 등장을 하는 것을 보면 이채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제주의 중산간 지역이면서 농지를 포함하는 일대라는 점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자로 마악(馬岳)으로 표기를 하고 있으며 말의 모양새를 따라 마오름이라고 했다지만 어느 방향에서 바라봐도 형상을 그려보기는 쉽지가 않다.

지금처럼 변화가 이뤄지기 이전의 모습을 그려볼 수는 있겠지만 어색한 느낌도 든다. 차라리 오름 기슭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을 말들의 모습을 연상하면 다소 억지스럽더라도 이해가 될 법하다. 이 오름의 정상부 근처를 비롯하여 기슭의 일부는 묘들이 있는데 한 비문에는 마악(馬岳)으로 표기를 하고 있어서 과거의 형세를 따를 수밖에 없다.

낮은 산 체이지만 등성과 사면의 대부분에는 키가 큰 소나무를 비롯하여 잡목들이 우거져 자연림을 이루고 있으며 가까이 가기 전에는 오름으로 여기기 힘들 정도이다. 이러한 환경의 조건 때문인지 오름의 형세를 파악하기가 어려우나 정상부에 서면 해안가를 비롯한 사방을 전망할 수가 있다.

 

불과 27m의 비고(高)이지만 어엿하게 굼부리(남향)를 지니고 있으며 주변에 이렇다 할 큰 장애물이 없어서 시원하게 열리는 풍경을 바라볼 때 비로소 오름 정상에 있음을 느끼게 한다. 농로가 생기고 길 안내가 잘 되는 지금으로서는 어쩌다 한 번쯤은 마악의 정상에 서서 기분을 추스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분화구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많은 침식이 이뤄졌으며 기슭 아래를 중심으로 개간이 되어 농지로 변한 곳도 있고 일부는 열대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이동성이나 접근성 등을 감안한다면 마오름 하나만을 만나려 찾아가는 것은 다소 아쉬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주변의 송아오름이나 이계오름 등을 함께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백 개의 오름이 산재한 제주에서 저평가 되거나 산 체의 왜소함을 의식하고 찾는 경우는 드물겠지만 '모다들엉'(함께 모여) 어우러지는 탐방이야말로 보람이 있게 마련이다.

 

 

-마오름 탐방기-

저지리 마을을 거쳐 이계오름과 송아오름을 만난 후 마무리로 마오름을 찾았다. 소로를 따라 진입을 한 후 진행을 하기 전에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한동안 마오름을 바라봤다. 대체 어느 방향에서 어떤 연유로 말의 형세를 그린 것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변화가 이뤄지기 이전에 그런 모습을 하였으리라 짐작을 하는 것으로 더 이상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기슭 아래는 개간이 되어서 농지로 변했고 콩밭은 추수를 앞두고 마지막 성장을 진행하고 있었다. 경작지를 에워싸듯 빙 둘러 자라고 있는 소나무들이 눈길을 끌었는데 몇 그루는 재선충병으로 인하여 고사 직전의 모습으로 보이면서 안타깝게 하였다. 마땅히 진입할 곳이 없어서 콩밭 한쪽을 이용하였는데 행여 피해를 입힐까 조심스럽게 전진을 한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능선을 거슬러 갈 수는 있지만 백(back) 코스를 거부하는 편이라 부득이 경작지를 선택한 것이다. 등성 아래에는 야자수들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었는데 능선과 화구의 일부마저도 농장으로 활용을 하고 있고 이곳에서 키운 후 필요로 하는 곳에 파는 모양이었다.

 

다시 돌담을 넘어 기슭을 따라 오른 후 산 체의 어깨까지 진임을 했는데 어디가 정상이고 어디가 등성인지 구분이 안 될 만큼 어수선하고 허접하게 느껴졌다. 누군가 매달아 놓은 리본이 있고 비고(高)점을 확인하니 근처가 맞았다.​ 정상부에는 묘가 한 기 있고 잡목 몇 그루가 터줏대감처럼 버티고 있었는데 넝쿨과 덩굴들이 합세를 하여 주변을 장악한 모습에 더 눈길이 갔다.

낮은 산 체이지만 그나마 해발이 제법 높은 때문에 사방을 전망할 수가 있었다. 선 채로 열린 공간을 따라 눈을 돌리니 주변의 오름과 농지를 비롯하여 해안의 비양도 섬마저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계절풍이 시원하게 불어오면서 구슬땀을 식혀주기에 더불어 한동안 그 방향을 지켰다. 옆으로는 널개오름을 비롯하여 저지오름과 주변의 낮은 오름들이 눈싸움을 즐기게 해줬다.

허접한 오름이라지만 확실히 나름대로의 특성이 드러났다. 주변이 변화에 비하여 그래도 정상부는 묘 외에 이렇다 할 구성이 없어 자연미는 느낄 수가 있었다. 다만 재선충병으로 인한 소나무들이 곳곳에 있어서 마음을 아프게 했다. 무성하게 자란 잡초와 넝쿨들을 헤치며 돌아나가면서도 투덜대지 않았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만큼 자연림을 이룬 채 변화가 이뤄지지 않기를 바랐고 잡초가 될지언정 마오름을 지키는데 한몫을 하기를 희망했다. 화구의 일부는 콩밭으로 내어줬고, 능선 자락은 야자수 밭으로 빼앗겼으며 기슭과 정상부는 망자들을 받아들여 한을 달래주는데 이제 재선충이라는 수마까지 침입을 한 상태이다. 이미 고사하여 생을 마친 소나무가 잘린 모습은 허무함마저 느끼게 했고 넝쿨 줄기가 잘린 부분들이 이를 가리려 했지만 끝내 내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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