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방향 바른..토산1리 노단샘이(용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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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방향 바른..토산1리 노단샘이(용천수)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17.08.07 2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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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리, 세화리, 가마리 주민들까지 사용할 만큼 수량 풍부..


토산1리 노단샘이(용천수)


위치 : 토산1리 1253-2번지
시대 ; 미상(고려시대 추정)
유형 ; 수리시설, 전설 관련 유적

 

▲ 토산1리_노단새미

▲ 토산리_노단샘이


노단새미는 토산봉에서 아래쪽 영천사라는 절 경내 동쪽 언덕 밑에서 흘러나오는 물이다. 바다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에 거슨새미와 대조되는 데서 연유한 이름이다. 샘이 솟아나고 흐르는 방향이 옳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ᄂᆞ단은 오른, 옳은, 바른을 뜻하는 제주말이다.


물은 퇴적층의 틈 여러 곳에서 흘러내린다. 그래서 4군데에 호갱이가 만들어져 있다. 정성을 들일 때에는 호갱이에 모인 물을 바가지로 떠내어 허벅에 담아다가 썼다고 한다. 호갱이들의 아래에 조그만 연못이 만들어져 있고 이 연못을 통하여 다시 아래 쪽으로 흐른다.

ᄂᆞ단새미의 동쪽에도 비슷한 지형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있다. 지금은 옛날에 비하여 용출량이 줄었지만 양쪽의 물을 모아 수로와 연못을 조성하였다.


절에서는 이 물을 예로부터 식수로 이용해왔으며 이 물을 논밭에 대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논이 없다. 예전에는 신흥리, 세화리, 가마리 주민들까지 이 물을 사용할 만큼 수량이 풍부했었다고 한다.(다이내믹제주 2004년 4월 5일)


이 두 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


전설

① 옛날 제주도에 날개 돋힌 장수가 태어났다. 그 소식을 점점 퍼져서 중국(송나라) 황실에까지 알려졌다. 황실에서는 제주도에서 장수가 태어났다는 말에 두려운 마음이 들어 비밀리에 호종단(胡宗旦)이란 사람을 보내어 산혈과 물혈을 모두 끊으라고 했다.

종달리 포구로 들어온 호종단이 제주의 지맥과 수맥의 기운을 끊어 버리며 토산리에 이르렀을 무렵, 너븐밧(넓은밭)이란 곳에서 밭을 갈고 있는 농부에게 허겁지겁 달려온 고운 처녀가 있었다. 처녀는 숨이 턱에 차서 말했다.


“저기 물을 이 놋그릇에 거려당 쇠질메 알드레 호꼼만 곱져 줍서.”(저기 물을 이 놋그릇에 떠다가 저 길마 밑에 잠시만 숨겨 주세요.)


‘걸랑 경주.’ 하고는 농부가 거슨새미와 단새미의 물을 떠다 길마 밑에 놓아 주니 처녀는 그 물 속으로 뛰어들어 사라져 버렸다. 처녀는 거슨새미와 단새미의 수신(水神)이었던 것이다.


심상치 않은 일이라 여기면서도 그대로 밭을 갈고 있던 농부에게 책 한 권을 든 낯선 사람이 찾아왔다. 그는 호종단이었고, 그가 가지고 다니던 책은 중국 황실에서 작성해 준 제주섬의 명혈(名穴)을 그린 산록(山錄)이었다.


“말 좀 물읍시다. 여기 ‘꼬부랑낭아래행기물’이란 물이 어디 있소?”
“그런 물 없어요.”


“들어 본 적도 없소?”
“처음 듣는 소리요.”


호종단은 책을 다시 들여다보고는 ‘여기가 틀림없는데…, 여기가 틀림없는데….’ 하고 투덜거리며 샅샅이 찾아보았으나 끝내 찾지 못하자 ‘쓸데없는 문서로고!’ 하면서 산록을 찢어 던져 버리고는 서쪽으로 떠나 버렸다. 이렇게 하여 거슨새미와 단새미는 살아남았다.


‘꼬부랑낭’이란 길마가 꼬부라진 것을 뜻하는 것이고 ‘행기물’이란 놋그릇 속에 담은 물을 뜻하는 것이다. 책에는 수신이 놋그릇 물에 숨을 것까지 미리 알고 그렇게 써놓았는데 호종단이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종달리에서부터 토산리 동쪽까지는 생수가 솟는 곳이 없지만 그 서쪽으로는 생수가 솟는다고 한다.(오름나그네 315쪽과 제주의 오름 482쪽의 내용을 종합 구성함)


전설

② 웃토산과 알토산 사이에 같은 구멍에서 용출하여(같은 구멍에서 용출하였다는 말은 이해하기 곤란) 두 개의 샘을 이루었는데 한라산 쪽으로 거슬러 흐르는 샘을 '거슨새미', 순리대로 바다로 흐르는 샘을 'ᄂᆞ단새미'라 한다.


옛날 중국에서 호종단(胡宗旦)이라고도 하고 고종달이라고도 하는 지관을 파견하여 제주의 산혈(山穴)과 물혈(水穴)을 모두 떠버리게 했다. 왜냐하면 제주섬에서 자꾸 날개 돋힌 장수들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제주섬에서 태어난 장수가 천하를 통일할 징조이며 섬의 산혈과 물혈이 흐르는 맥으로 보아 충분히 이를 뒷받침하고도 남았던 것이다.


호종단은 종달리로 들어와 남쪽을 향하여 혈을 떠나갔다. 그에게는 제주섬의 맥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리서가 있어 혈을 찾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호종단이 이곳으로 거의 올 무렵 넙은밭에서 한 농부가 밭을 갈고 있었다. 어디서 왔는지 갑자기 고운 처녀가 나타나 다급하게 사정했다.


"저기 저 물을 요 놋그릇에 떠당 저 쇠질메 알드레 호꼼만 곱져 줍서예.“


농부는 점심을 먹으려면 어차피 물이 있어야 하겠기에 선뜻 그렇게 하니 처녀는 놋그릇에 담긴 물 속으로 쏙 들어가 사라져 버렸는데 그 순간에 두 샘의 물은 말라버렸다. 그때 호종단이 왼손에는 지리서를 들고 개 한 마리를 앞세워 다가와서 묻기를,


“여기 고부랑낭(꼬부라진나무) 아래 행기물(놋그릇물)이 어디에 있소?”


호종단이 지닌 지리서에는 ᄂᆞ단새미와 거슨새미가 놋그릇에 담겨 소길마 밑에 숨어 있는 형태라고 적혀 있었으니 앞으로 일어날 일까지도 미리 예측하여 기록되었던 것이다.


농부는 시치미를 뚝 떼고 "그런 물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개는 자꾸만 소길마 밑으로 파고들려고 했다. 농부가 남의 점심을 탐낸다고 하여 지팡이로 쫓아버렸다.

호종단은 혼잣말로 ‘이 근처가 틀림없는데….’라며 주변을 샅샅이 뒤졌으나 찾을 수가 없자 "쓸데 없는 문서로고" 하면서 지리서를 북북 찢어 던져 버리고는 서쪽으로 떠나버렸다.


호종단이 가 버린 뒤에 농부가 소길마 밑에서 물이 담긴 놋그릇을 꺼내어 ᄂᆞ단새미와 거슨새미에 부으니 샘이 되살아났다. 그래서 종달리에서부터 토산리에 이르는 모든 샘은 호종단의 손에 혈을 잡혀 말라버렸으나 이 두 샘은 살아남아 지금도 청청하게 샘솟는다.


이와 똑 같은 화소를 가지고 있는 행기물이 더 있으니 지금은 길 아래에 묻혀 버렸지만 화북1동 동제원 지경에 있던 샘물도 행기물이었으며, 서홍동 지장새미도 고종달이가 끊지 못한 샘이라고 전해온다.


《작성 041101, 보완 1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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