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말젯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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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말젯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8.18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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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075m 비고:125m 둘레:2,118m 면적:340,627㎡ 형태:말굽형

 

말젯오름

별칭: 족은삼형제. 말젯삼형제. 족은오름. 삼형제산소봉(三兄弟山小峰)

위치: 애월읍 장전리 산 1번지

표고: 1,075m 비고:125m 둘레:2,118m 면적:340,627㎡ 형태:말굽형 난이도:☆☆☆☆

 

 

따로 또 같이 나란히 이어지는 삼형제의 막내 오름...

 

세 개의 오름이 어우러져 있으면서 화산체의 크기나 높이 등에 따라 순위로 정한 경우이며 이들 세 오름을 합쳐서 삼형제 오름이라고 부른다. 이를 세성제(성제=형제의 방언)오름이라고도 부르며 말젯오름의 경우 한자로 삼형제산소봉(三兄弟山小峰)이라 표기를 하고 있으며 이들은 각각 표고와 위치를 참고해서 정해졌다.

큰-샛-말젯-족은으로 이어지는 제주 방언은 형제나 순서 등을 정하는 경우 사용을 하며 ‘족은’은 넷째가 포함될 경우에 해당이 된다. 세 개의 화산체가 이어지거나 근접해 있으면서 달리 부르는 오름들 중에는 윗세오름과 궤펜이 등이 대표적이나 삼형제 오름의 경우와는 다르게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큰 화산체와 더불어 작은 산 체들이 가까이 있을 경우 보통은 알오름(새끼오름)이라 하지만, 규모나 높이 등 오름으로서의 입지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해발은 큰-셋-말젯 순서 그대로이지만 비고(高)만을 논할 경우 말젯오름이 좀 더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들의 위치 등을 감안한 명칭을 따른 것으로 짐작이 된다.

이들 세 오름은 마치 경계를 정하기라도 한 듯 계곡을 사이에 두고 이어지는데 기슭과 등성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경사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넘나드는 과정이 쉽지 않은 편이다. 특이한 점은 서로 맞닿은 기슭과 더불어 세 화산체가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긴 등성마루를 형성한 채 한라산 쪽으로 머리를 쳐들고 있는데 자연이 탄생시킨 오묘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

전 사면에 걸쳐 잡목들로 깊은 숲을 이루고 있어서 오름 탐방의 깊은 맛과 더불어 자연 미를 느낄 수 있다. 그리 넓지 않은 정상 부근에서 방향을 돌리며 이리저리 살피는 동안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들이다. 풍경에 취하고 자연에 흠뻑 빠지게 되면서 비로소 말젯오름의 정체와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쉽게 접근할 수 없고 무난하게 찾을 수 없는 만큼 삼형제의 막내는 오른 자들에게 풍경 감상만큼은 최선의 조건으로 대해준다.

말젯의 정상에 오르면 두 형제인 큰. 셋 삼형제가 이어진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그 너머로는 이스렁(오름)을 거쳐 한라산이 펼쳐지면서 장관을 이룬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다. 방향을 돌려 서쪽으로 향하면 한대오름이 넓게 펼쳐지며 북쪽으로는 노로(큰)오름이 봉우리를 내민다.

1100고지 주변을 따라 진입을 할 경우 큰형제 자체는 바라보는 것으로 탐방의 의미를 두게 되지만 계곡을 넘나들면서 샛. 말젯오름을 만날 수가 있으며, 말젯오름을 우선으로 한다면 노로오름이나 붉은오름 방향의 임도 등 다른 곳을 연계하는 과정으로도 가능하다.

 

한라산 기슭에 숨어 있어서 탐방의 묘미와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오름인데 국립공원 경계지역이면서 한라산 기슭 깊은 곳에 위치한 때문에 일반인들의 출입이 쉽지 않은 곳이다. 원시림처럼 숲이 우거진 데다 평소 사람들의 출입이 뜸하고 이렇다 할 산책로조차 없는 때문에 찾아가는 과정도 쉽지는 않다. 결국 이러한 환경은 자연 미가 넘쳐나고 탐방의 묘미가 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일부 조릿대 군락을 포함하는 구간은 그나마 진입이 수월하지만 정상으로 가는 과정이 대체적으로 만만한 오름은 아니다. 그러나 거친 숲을 헤치고 가파른 기슭을 오르고 나면 한라산을 중심으로 전망이 열려 흘린 에너지의 몇 배를 얻게 되는 곳이다.    

그러면서도 말젯의 백미는 오가는 과정의 자연미와 더불어 정상부에서의 전망이라 할 수가 있다.

 

-말젯오름 탐방기-

한라산둘레길 중 천아숲길을 방문 한 날에 둘레길 구간을 잠시 벗어나 말젯오름을 올랐다. 1100도로변을 초입으로 한다면 큰형제를 지나 샛형제와 함께 만날 수 있으나 말젯만을 찾는다면 이 코스가 무난한 편이라 이러한 입지를 고려하여 한라산 둘레길 구간을 병행한 것이다.

몇 해 전 혼자 눈을 헤치며 만났던 두 형제와 달리 가을의 중심에서 만난 말젯은 역시나 뿌듯함을 느끼게 했다. 남겨둔 흔적을 확인 한 것과 더불어 어느 정도 날씨가 도와준 덕에 실컷 풍경놀이를 했다고나 할까. 올봄에 개장하고 길 트임 행사 이후 찾았던 천아숲길을 계절을 달리하여 가을에 다시 걷는 과정이라 처음부터 단순한 리턴 매치보다는 계절에 맞춰 다홍치마를 입는 여정으로 출발을 하였다.

1100도로변의 천아숲길 임도를 출발하여 말젯오름을 오른 후 검벵듸를 포함하는 다이나믹한 진행이다. 단풍과 낙엽이 어우러진 임도를 따라 걷는 자체로도 천아숲길의 매력을 느끼기에 너무 충분했는데 말젯을 만나기 위하여 산삼연구소를 지난 후 이어지는 둘레길 구간을 벗어났다.

당연히 말젯오름 입구 표식이나 안내문 등은 없을 뿐 아니라 이 코스를 다녔던 사람조차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이지만 숲이 우거진 곳을 헤쳐나가는 과정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천연색으로 물든 단풍을 바라보는 과정은 진행을 더디게 했지만 결코 무엇 하나 탓할 이유는 못 되었고, 어쩌다 볼품이 떨어진 모습은 나뭇가지 사이로 열린 하늘이 운치를 대신해줬다.

조릿대왓을 지나는 동안에는 바지 깃에서부터 사락사락 소리가 나면서 자연 깊은 곳을 거닐고 있음을 알게 했다. 계곡의 가을은 이제 옷을 바꿔 입을 준비가 한창이었다. 어차피 건천이기는 하지만 올가을은 거의 비가 내리지 않은 탓에 단풍도 제 빛을 내지 못하고 있었고 천연색의 아름다움보다는 가뭄으로 인하여 일부는 마른 채 시들어서 빛바랜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산 체 아래에 도착을 했는데 어느 방향에서 진입을 하던지 오름의 기슭 아래에는 길의 흔적이 있게 마련이다. 조리대왓 사이로 윤곽이 나타났고 경사를 오르는 과정을 준비했다. 숨을 헐떡거리며 오르기를 20분 정도 했을까. 무엇 하나 바쁠 게 없지만 말젯과의 만남이라는 사명감은 거친 숨을 몰아쉬게 만들었다.

정상에 도착을 하고 먼저 올라온 방향을 바라보니 노루(큰노로)오름이 보였는데 급경사를 이룬 북향은 잡목들이 우거진 때문에 더 이상의 모습을 보기에는 한계가 따랐다. 정상부임을 알리는 표식들이 여기저기 매달려 있는 모습에서는 나 아닌 다른 이들도 그렇게 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쉽게 찾을 곳이 아니기에 그러한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었음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경사를 오른 후 정상부에서 노루오름을 보고 서서히 풍경 놀이를 하기 위한 과정을 진행하는 수순을 따랐을 것이며, 한동안 심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덧셈의 에너지를 얻기 위한 뿌듯함에 젖었을 것이다.

 

말젯의 전망 터는 동쪽으로 이어지는 등성에 있어 이동을 하는데 좁은 공간이 생긴 길은 산수국들이 차지를 하고 있었다. 고지대인 데다 10월도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일부는 꽃을 지닌 채 버티기를 하고 있었는데 말젯의 산수국은 가을을 더 붙잡고 싶은 모양이었다.

전망 터는 그냥 쉼터라고 해도 어울릴 것 같았다. 몇 평 안 되는 공간이지만 평평한 곳에 잡초들만 있어 선 채로 아니면 앉아서 전망을 할 수가 있는데 비로소 말젯의 어깨를 차지한 채 정복의 뿌듯함을 느낄 차례가 되었다. 눈앞의 두 형제는 아껴둔 채 먼 곳부터 제압을 하기 시작했다.

털썩 주저앉은 채로 실컷 바라봤는데 한라산을 시작으로 영실기암을 우선 바라봤고 만세동산 일대를 장악한 후 이스렁을 거쳤다. 숨은오름이나 숨겨진 화산체로 알려진 망월악의 두 봉우리도 사정권 안에 들어왔는데 삼형제남쪽 1.2로 부르는 오름이다. 큰 삼형제와 셋 삼형제로 눈길을 돌리는 과정으로 마무리를 했는데 지금껏 바라본 모습들에서 자연 미와 풍경에 취해서 비틀거릴 정도로 빠졌음을 비로소 느낄 수가 있었다.

지나온 방향을 거슬러 하산을 시작했는데 다른 곳으로도 역시 길의 흔적이 뚜렷하게 나 있으며 그 안내는 조릿대의 몫이었다. 화산체의 규모나 환경적인 여건 등은 결코 막내의 입지가 아닌 것은 물론이고 전망의 여건과 탐방으로서의 깊고 그윽한 자연 미가 넘쳐나는 오름이라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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