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무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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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무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09.0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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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496.1m 비고:126m 둘레:2,504m 면적:314,656㎡ 형태:말굽형

 

무오름

별칭: 믜오름. 개오름. 무악(戊岳). 미악(美岳)

위치: 안덕면 동광리 산 12번지

표고: 496.1m 비고:126m 둘레:2,504m 면적:314,656㎡ 형태:말굽형 난이도:☆☆☆

 

 

털이 빠진 살결이 보기 싫어 소낭과 숙대낭들이 가려줬으나 개의 머리는 남아 있어...

 

제주의 수많은 오름들의 명칭이 제각각이면서 일부 동명의 오름도 있지만 무악을 두고서는 참 묘하다는 느낌이 든다. 명칭 하나만으로도 관심이 가고 애정이 갈 법도 하지만 어설프게 느껴지는 오름의 이름에는 왠지 안쓰러움마저 느끼게 한다.

이 무악과 삼각편대를 이루는 이웃의 대병악과 소병악은 그래도 여진머리나 골른오름 등으로 그럴듯하게 명칭이 붙여졌지만, 유독 무악이라는 이름만큼은 친밀감이나 가까이하고 싶은 느낌이 다소 떨어지는 것 같다.

모양새를 두고서 개(犬)가 누워있는 모습을 비유하였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는데 지금도 한쪽 멀리서 바라봤을 때는 머리와 허리로 이어지는 모습을 그려볼 수가 있기는 하다. 또한 털이 빠져서 살결이 보인다는 의미의 무(무의다)오름이라고도 하는데 이 뜻을 추측하는 데는 오름 사면에 나무가 없고 숲이 우거지지 않았던 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과거 조림사업이 이뤄지기 전의 모습이기 때문에 충분히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는 있다. 정리하자면 지금은 나무와 수풀이 우거졌지만 과거에는 오름 사면에 나무들이 많이 없어서 무(無)악으로 불렀으리라는 추측이다.

하지만 속 내용은 다르다. 무오름에 붙여진 한자 표기가 戊오름인 점과 더불어 美오름과 犬오름 등으로 알려진 점을 참고한다면, 하나의 오름을 두고서 명칭이 정해진 견해는 조금씩 다르게 풀이가 된다. 개의 머리 부분을 상징하는 주봉의 비고(高)는 126m로서 탐방 자체의 묘미가 있는 높이이나 허리를 따라 뒤로 다소 낮게 이어지는 등성은 평평한 편이다.

행정구역 상으로는 안덕면 동광리와 상창리로 나눠졌고 이웃의 병악(대병악, 소병악)과 도로가 있으면서 좀 떨어져 있지만 한데 어우러진 모습을 하고 있다. 남북에서 서쪽으로 뻗어 내린 등성을 따라 움푹하게 팬 굼부리를 감싸 안고 있는 형상이며 기슭에서 사면으로 이어지는 대부분은 소나무와 삼나무 등이 깊은 숲을 이루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가게 되지만 그 흔한 매트조차 깔리지 않았고 오르미들이 다닌 족적 등을 따라서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오히려 자연 그대로 이어지는 능선이라 탐방으로서의 깊고 그윽한 맛을 느낄 수 있으며 경방 초소를 지나 정상으로 다시 가게 된다. 어깨를 딛고 지나는 등성에는 억새왓이 있으며 주봉으로 향하는 길목은 숙대낭(삼나무)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경방 초소는 주봉에 있지 않고 중간 능선의 트인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지점에서 잠시 주변을 전망하게 된다. 제2산록도로변을 지나거나 동광 초소 방향으로 진입이 가능하나 소로를 경유하는 데다 상세한 초입은 안내가 복잡하므로 네비 검색을 통하여 동광리 산 12번지를 찾는 편이 낫다.

바깥쪽 지방도로에 주차를 해서 들어와도 되며 농로로 들어가면 초입 주변에 네댓 대 정도의 주차 공간이 있다. 특별히 오름을 안내하는 표석 등은 없으며 지금의 상황으로는 산불조심 현수막을 기준으로 하면 될 것 같다.

 

-무오름 탐방기-

소로를 따라 무오름 기슭 아래에 도착을 한 후 곧바로 오르기 시작했다. 숙대낭(삼나무)이 우거진 숲을 지나는 동안이나 사면을 오르면서도 별도의 바닥 장식은 없기 때문에 선님들의 족적을 따라 올랐다. 워밍업조차 없이 무악을 만나기 시작했는데 짧은 거리이지만 다소 경사가 있는 소로를 지나는 동안에 사열을 하듯 늘어선 숙대낭 사이를 오르는 과정은 그래도 느낌이 좋고 운치가 있었다.

경방 초소는 보통 오름의 정상부에 있으나 이곳은 허리 부분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남쪽보다는 북향의 오름과 숲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도착까지의 에너지 소모량은 많지 않았지만 어차피 일대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이 장소가 괜찮은 편이라 잠시 두리번거림을 필요로 했다.

그나마 소나무를 비롯한 잡목과 수풀들이 주변을 차지한 때문에 일부 방향을 제외하고는 큰 기대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아쉬움이 따랐다. 아마도 예전에는 나무가 크게 자라지 않아서 조망권이 좋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환경의 변화가 이뤄진 때문에 경방 초소 자체도 어설프게 느껴졌다. 

산불예방 감시는 둘째하고 일대를 전망하는 것조차 쉽지가 않은 상황이니 제구실을 하는지도 의문스러울 따름이었다. 하물며 이날은 날씨마저 남의 편이라서 아쉬움이 컸는데 원물오름 등성이 조금 보이고 우측과 뒤편으로 강남오름과 당오름 등도 희미하게 보였다.

경방 초소 주변에서는 다소 아쉬웠지만 이 정도로 전망을 하고 억새왓을 지나며 주봉으로 향했다. 이미 퇴색이 된지 오래되었고 새 잎이 돋아나기 위한 수순을 밟을 이들이지만 춘삼월의 이런 모습도 싫지는 않았다.

사락사락. 스륵스륵... 바지 깃부터 점퍼의 일부까지 이들과의 마찰이 이어졌는데 그다지 느낌이 싫지는 않았고 큰 불편함도 따르지 않았다. 주봉을 만나기 위하여 지나는 동안에도 다소 환경의 변화가 이뤄졌는데 오름 사면에 걸쳐 자라고 있는 숙대낭은 정상부로 가는 길목을 차지하여 깊은 숲을 이루고 있었다.

 

좀 더 전진을 하니까 이번에는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조림사업 당시 삼나무와 소나무를 함께 식재했음을 알 수가 있었다. 다소 엉성하게 자라난 이들이지만 아래를 차지한 억새와 수풀에 어우러졌기에 그래도 분위기는 있었다.

정상 도착 즈음에 CD 한 장을 가지에 걸쳐 놓은 모습이 보였는데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정상임을 알리는 표식으로 사용을 한 것이다.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상황이라 어떻게 주봉을 표현해야 잘 어울릴지 감당이 안 되었는데 차라리 오름의 명칭에 어울리는 분위기였다고나 할까.

삼각점의 표식조차 없고 소나무 몇 그루와 억새를 비롯한 수풀들만이 주봉을 지키고 있었다. 남향을 기준으로 하산할 수도 있지만 다시 백(back) 코스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 올라왔던 곳을 따라 나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탐방로는 두 번 만나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 법이거늘 왠지 조금은 모자라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세먼지와 샛바람이 합작을 하여 탐방을 방해한 날이지만 그래도 자연의 공간을 차지한 상황을 간직하려 마음을 가다듬었고 훗날을 기약하였다.

하산 후 돌아가는 길에 잠시 차량을 멈췄다. 언제나 그렇듯이 오른 자는 두 번을 바라봐야 하거늘 그냥 외면하고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는 오른 자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기도 하다. 좌측의 주봉이 유난히도 뾰쪽하게 보였는데 '개의 머리'를 연상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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