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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칼럼]홋카이도의 일하는 노인들을 보며김영환(한국일보 파리특파원 역임,자유기고가,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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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승인 2017.09.14  07: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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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의 일하는 노인들을 보며

 

   
김영환(한국일보 파리특파원 역임,자유기고가, 언론인)
지난 8월 우리나라가 찜통처럼 달구어졌을 때에 일본 홋카이도 지역을 여행했습니다. 해가 지면 에어컨 바람 속에 들어간 것 같았고 제법 추워 한여름 밤에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잤죠.

홋카이도와 일본은 각각 30년과 29년 만의 방문입니다. 삿포로 신치토세 공항에 내린 첫인상은 노인들의 일자리 천국이었습니다.

출입국관리소에서 모니터로 입국자를 관찰하며 서 있는 사람들은 고령자들이었습니다. 이미 30년 전에 일본 고속도로의 요금소 근무자들이 거의 노인이었던 것을 회상하면서 취업 분야가 더 확대되었나 눈여겨보았습니다.

홋카이도 제1의 도시인 삿포로는 각국 관광객들로 붐벼 4퍼센트의 경제 성장을 이룩하는 나라의 활력이 넘쳤습니다. 올 상반기 외국인 입국자는 1,373만 명으로 우리니라의 2배 수준입니다. 사람들도 친절해서 니가타에서 왔다는 소모미란 아가씨는 라면집을 찾던 나를 위해 일부러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나오게 하여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선 식당 계단 앞까지 안내해주었습니다.

서울의 음식여행이 마음에 들어 네 번 방문했다는 친한파였습니다. 우리도 일인 관광객을 이렇게 대할 수 있을까요? 하기야 몇 달 전 서울역 정면에서 롯데호텔 셔틀버스를 찾는 일본인 중년 부부를 반대편 역사 뒤의 승차 장소로 물어물어 데려다준 적도 있긴 합니다.

도처에서 보이는 일본의 멋지게 일하는 노인들이 부러웠습니다. 2015년 일본은 65세 이상이 약 3,384만 명으로 총인구의 26.9퍼센트입니다. 우리도 지난달 이 인구가 14퍼센트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했죠.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라고 합니다.

고령화는 분수(分數) 개념에선 분자인 노인이 증가했다는 의미지만 새 인구가 잘 늘어나지 않는 분모의 인구 정체가 더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임 여성의 평생 출산율은 1퍼센트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결혼하여 한 명의 아이도 제대로 낳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정부만 있고 국민은 없는 나라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2018년 정부 예산안 429조 원 중 복지예산이 147조 원으로 3분의 1이라고 합니다. 하위 70퍼센트인 517만 명의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은 현재의 최대 2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올리고 0~5세의 어린이 253만 명에게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내년 7월부터 새로 줘서 출산율을 높인답니다.

월 10만 원의 턱도 없는 아동수당을 보면서 정부는 과연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에 쓰는 비용을 알고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의사가 말하는 대로 수시로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하고 유전자 이상 여부 등 각종 질병검사도 받아야 합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임신에서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돈 몇 푼으로 생색내지 말고 모든 것을 무료로 하는 혁명적인 복지정책을 실천해야 아기 낳기가 좀 늘어나지 않을까요. 아기는 결혼의 축복이고 행복의 상징이지만 이 나라에서 아기를 낳고 키우는 것은 너무 힘들고 그 노고는 젊은 부모만이 아니고 조부모에까지 깊게 미치고 있습니다. 나라의 미래인 어린이 복지는 인구 안보 차원에서도 중시해야죠.

최근 교사 자리를 얻지 못한 교대생들이 시위를 벌입니다. 아동이 줄면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인데 1교시 2 교사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한 학급에 60명 이상이 배우던 내 어린 시절과 달리 지금은 20명대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1년인 손녀는 2시께 학교가 끝나 학원행입니다. 부모는 맞벌이인데 애가 그 시간에 어디서 무얼 하겠습니까? 이건 정부가 아이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과 다름이 없죠.

일본은 호경기라서 구인이 구직보다 50퍼센트가 많다고 합니다. 65~69세는 거의 절반이 일한다고 합니다. 올 초 우리나라 60대의 20대 취업 능가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죠. 돈 대신에 일자리를 주는 사회라서 그런가, 홋카이도에서 시니어 할인이란 것을 못 보았습니다. 삿포로 역의 38층 JR 원형 전망대에서 보석을 뿌린 것 같은 야경을 보러 올라갔을 때 720엔의 입장료를 100엔 빼준 것뿐입니다.

홋카이도 삿포로 역의 다이마루 백화점에서 승강기 안내자는 80대로 보이는 남자였습니다. 그는 서는 층마다 친절히 소개해 주고 있었습니다. 소설 ‘빙점’을 쓴 미우라 아야코의 문학기념관(아사히카와 소재)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도 70대였습니다. 장수 국가인 일본은 90대 현역도 많아 어떤 화장품 회사에는 90대 판매 요원이 수백 명이라고 합니다.

케이블로 즐겨보는 ‘고독한 미식가’의 주연은 54세의 인기 배우 마스시게 유타카입니다. NHK 인기프로 ‘사라 메시(샐러리맨의 점심식사)’의 한여름 특별판에는 직원들과 함께 카레나 가락국수로 점심을 때우는 고령의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많이 등장했고 NHK 사장도 나왔습니다. 이런 프로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박성과는 달리 경륜이 일본을 꿋꿋하게 지탱하는 것 같습니다.

일본은 미래의 한국을 비추는 자화상입니다. 그 뒤를 졸졸 따라왔으니까요. 요즘 우리나라는 지하철의 경로 우대 무임승차로 매년 수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아우성칩니다. 무료 연령을 올리자, 수입에 따라 조정하자는 의견도 나옵니다.

갓 개통한 우이신설선 경전철은 40퍼센트가 경로 우대라는 기사가 났더군요. 노인들은 이런 혜택으로 잘 돌아다니니까 건강을 유지하고 건강보험을 축내지 않아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고 반박합니다. 그들이 ‘그래, 지하철 돈 낼게 일자리 다오’하면 어쩔 건가요? 하기야 버스만 있는 시골에선 무료는커녕 운행 자체가 뜸해 버스 환승 할인 혜택도 받기 어렵습니다.

이제 노인과 어린이의 복지를 인구 정책적으로 총 점검하는 혁명적 발상이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도 단순 반복적인 일은 노약자들에게 맡기고 젊은이들은 더 창조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필자소개

 

 

김영환

 

한국일보, 서울경제 근무. 동유럽 민주화 혁명기에 파리특파원. 과학부, 뉴미디어부, 인터넷부 부장등 역임. 우리사회의 개량이 글쓰기의 큰 목표. 편역서 '순교자의 꽃들.현 자유기고가.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이 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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