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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 자유칼럼]기자의 윤리와 책임이승훈(한국문협 치과의사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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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승인 2017.09.19  07: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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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윤리와 책임

 

   
이승훈(한국문협 치과의사문인협회 회원)

요즘 인터넷 공간은 240번 버스와 관련된 이야기로 연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40번 버스를 타고 가던 모녀 중 일곱 살 난 딸이 먼저 내린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어머니가 버스가 출발한 이후 도중하차를 요구했지만 미처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기사가 다음 정거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버스를 세웠다는 것이 사건의 요지입니다.

문제는 당시 상황을 목격했다는 한 네티즌이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이 사건을 네 살 아기가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었기에 도중에 내려 달라며 울며 사정하는 아기 엄마의 부탁을 버스 기사가 무시하면서 고집스럽게 다음 정거장에 하차하게 했고, 내리는 아기 엄마에게 욕설을 했다는 식으로 침소봉대하여 올렸고, 이 글을 본 여러 네티즌들이 분개하여 SNS를 통해 공유하면서 시작됩니다. 한쪽 이야기만 듣고 진행되는 전형적인 인터넷 인민재판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후 해당 사건은 언론에 보도되고 포털 사이트의 메인에도 올라가는 등 큰 화제를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해당 버스 기사는 악마와 같은 존재로 매도당했습니다.

다행스럽게 며칠의 시간이 지난 후 당시 상황이 담긴 CCTV가 공개되고 해당 기사는 큰 잘못 없이 자신의 본분을 수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억울했던 정황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서울시와 경찰이 사실 확인에 나서 CCTV 녹화를 점검한 결과 건대역 정거장에 진입한 버스에서는 승객 10명과 사건의 실마리가 된 여자아이가 내렸고 버스는 곧바로 정거장을 빠져나가 이미 2차선으로 진입한 상태였습니다. 안전상 아이 어머니를 내려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며칠 동안 보이지 않는 이들에 의해 끊임없이 매도당하고 욕설을 들은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트라우마는 평범한 소시민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컸을 듯합니다.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본분을 다했을 뿐인데 대중으로부터 크나큰 모욕과 상처를 받게 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물론 사건을 침소봉대해서 올렸던 네티즌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책임은 SNS상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명확한 사실 확인이나 제대로 된 취재도 없이 기사화해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기자에게 있다고 봅니다.

[단독]이라는 제목이 붙었던 최초 보도를 보면 대부분의 문장이 ‘~이라고 말했다. ~이라고 주장했다.’라는 식의 인용으로 끝나 있습니다. 이는 후에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더라도 기자는 책임이 없다는 회피의 장치로 보입니다. 결국 해당 사건이 사회적 쟁점이 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해당 기자를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상황, 즉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상황이 다시 한 번 벌어진 겁니다.

정확한 확인 없는 기사로 인해 많은 평범한 이들이 억울한 일을 겪거나 심한 경우 생계 수단을 잃어버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그동안 끊임없이 있어왔습니다. 멀게는 삼양라면의 공업용 소기름 사건이나 만두 파동 때의 자투리 무 사건이 있었고 최근에는 카스텔라 업계 자체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다시피 한 식용유 카스텔라 사건도 있었습니다.

어릴 적 읽었던 ‘꼬마 기자’라는 동화에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친구의 집이 건설업체에 의해 철거될 위기에 처한 상황을 막기 위해 주인공인 소년이 해당 정황을 기사로 써서 기자인 아버지에게 신문에 실어 줄 것을 부탁하자 ‘한쪽 이야기만 듣고 쓴 기사는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기사화할 수 없다.’며 아들을 타이르는 대목입니다.

SNS의 발달로 정보 공유의 속도가 매우 빠른 요즘 세태를 생각하면 일반인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릴 때도 여러 번 생각하고 올려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하지만 보다 큰 책임과 의무를 가진 기자가 전문성이 없는 일반인이 올린 SNS 이야기를 명확한 사실 확인 없이 기사화해서 애먼 사람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행위는 단순한 무책임이 아니라 기자라는 직업의 핵심적인 사회적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필자소개

 

이승훈

1979년 서울 태생.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2008년 한맥 문학으로 문인 등단. 한국문인협회 치과의사문인협회 회원. 현재 오마이뉴스에 ‘치과에서 바라본 세상’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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