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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칼럼]계란대란의 구체적 해법신아연(호주동아일보,호주한국일보 기자역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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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승인 2017.09.25  07: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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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대란의 구체적 해법
 

   
신아연(호주동아일보,호주한국일보 기자역임, 소설가)
언론에서 더 이상 안 떠들면 있었던 일이 없었던 일로 되곤 하는 게 우리 사회의 속성이지만 그게 정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계란대란’이 그런 일에 속합니다. 신문 방송에서 살충제 계란 이야기는 이제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를 살충제 성분 계란을 모두 찾아내서 다 없앴기 때문에 더는 보도할 내용이 없어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이제부터는 신선한 달걀을 먹게 될 거라고 믿는 사람 역시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음식점에서는 계란 요리를 다시 내놓기 시작했고, 제과 제빵업계도 전과 다름없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표면적으로 계란대란은 끝난 듯합니다. 다만 전에는 모르고 속았다면 이제는 알고 속는 차이만 있습니다.

이 일은 다른 사건, 사고와는 달리 해결이 안 된 일을 끝까지 추적해서 보도하지 않고 왜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냐며 언론을 질책할 사안도 아닙니다. 그래봤자입니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누가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8월 28일자 제 글 <계란대란의 궁극적 해법>에서도 말했듯이 우리 모두는 살충제 계란을 만든 공범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살충제 계란이 생산되었고, 오염된 그 계란이 내 입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인과응보입니다. 당분간 살충제에 오염되지 않은 계란은 없다고 치고, 그럼에도 먹을 것이냐, 말 것이냐는 이제 각자의 선택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잠깐, 다 아는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어느 날 거지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동냥을 가는데 마침 어떤 집에 불이 나서 다 타버리자 우리는 집이 없으니 저렇게 재산을 잃고 통곡할 일이 없어 얼마나 좋으냐고 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자조적인 자기위안 그 이상으로 저는 이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물질적으로 가진 게 없다보니 물질적으로 걱정할 일도 없는 역설적 만족을 체험하며 살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값이 오르네 내리네 하면서 ‘피를 말릴’ 때와 집에 불이 나 재산을 잃을 때의 심정이 유사할 것이란 점에서 집이 없는 저는 이야기 속 거지 아버지에 공감하게 됩니다.

계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지난 4년간 제가 먹은 계란이라야 얼마 되질 않기 때문입니다. 돈이 없어서 계란을 자주 못 사먹었더니 결과적으론 남보다 살충제 흡입을 덜한 셈입니다. 먹은 계란이 거의 없고, 계란이 든 가공 식품도 거의 안 먹은 결과, 나라를 발칵 뒤집은 이 일이 제게는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얼마나 돈이 없으면 그깟 계란도 못 사먹냐며 딱해 하진 마시길. 어떤 사람에게는 ‘그깟 계란’이 아닐 수 있으니까요. 저 어릴 적에, 세상살이에 이골 난 어느 아낙이 생목숨 끊기로 결심한 날, 계란이나 실컷 먹고 죽으면 여한이 없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 계란을 한 줄 삶아 실컷 먹었더니 삶의 의욕이 다시 솟아 안 죽고 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가진 돈으로 계란만 산다면야 그 아낙이나 저도 원 없이 계란을 먹었겠지만, 적은 식비를 이리저리 쪼개다 보니 계란 진열대 앞에서 망설이다 돌아선 일이 잦았고, 대신 두부를 사 단백질을 보충했던 것이 오히려 잘 된 일이더라는 거지요.

요즘 계란을 대체할 수 있는 요리법들이 속속 나오는 중에 두부가 으뜸인 것만 봐도 계란 대신 두부를 주로 사 먹었던 제가 처음부터 잘 한 거지요. 너무 잘 먹고 너무 많이 먹어서 병이 나는 것은 이제 상식입니다. 장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소식이며, 조선 최장수 왕 영조의 건강 비결도 여염집 밥상처럼 소박하고 거친 식사에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말하니 계란대란의 구체적 해법이 저절로 나온 것 같습니다. 그것은 살충제 계란을 영구히 없앨 수 있는 궁극적 해법이기도 합니다. 무조건 덜 먹는 것이지요. 나도 덜 먹고, 너도 덜 먹으면 살충제 계란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언젠가는 마당에서 한가로이 모이를 쪼고 모래 목욕으로 진드기를 스스로 없애는, ‘알 낳는 기계’가 아닌 진정한 생명체가 낳은 ‘꿈의 계란’을 먹는 날이 오게 될 테니까요.


 

필자소개

 

 

신아연

 

이대 철학과를 나와 호주동아일보와 호주한국일보 기자를 지내고, 현재는 자유칼럼그룹과 자생한방병원 등에 기고하며 소설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생명소설『강치의 바다』 장편소설 『사임당의 비밀편지』를 비롯, 『내 안에 개있다』 『글 쓰는 여자, 밥 짓는 여자』 『아버지는 판사, 아들은 주방보조』 『심심한 천국 재밌는 지옥』 『마르지 않는 붓(공저)』 등이 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이 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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