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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칼럼]생각하는 방식의 변화안진의(홍익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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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승인 2017.09.29  07: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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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방식의 변화


   
안진의(홍익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교수)
수업시간에 미술대학 학생들에게 ‘소’, ‘닭’, ‘풀’이라는 단어를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이 중에서 두 개를 묶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질문했습니다. 여러분 같으면 어떻게 하실까요? 2008년도에 방영된 EBS 다큐멘터리 <동과 서>에도 비슷한 유형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동양인과 서양인에게 ‘원숭이’, ‘판다’, ‘바나나’라는 단어를 제시하며 두 개를 묶어보라고 한 것이지요.

동양과 서양의 생각의 차이를 비교했던 이 프로그램에서, 한국 중국 일본의 동양인들은 대부분 원숭이와 바나나를 연결합니다. 그 이유를 묻자 “원숭이가 바나나를 좋아하니까” 또는 “원숭이는 바나나를 먹으니까”라는 말을 합니다. 그에 반해 서양인들은 원숭이와 판다를 묶습니다. 이유는 “같은 동물이기 때문에” 더 나아가 “포유류”라는 구체적인 답변을 합니다.

다큐멘터리의 내용 가운데에는 사진 촬영을 부탁하는 실험도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면 흥미롭게도 서양인들은 대개 인물을 중심으로 촬영하고 동양인들은 배경을 살려서 촬영하는 것이었습니다. 전통적인 동양화에서 인물화를 그릴 때, 인물이라는 한 개체의 묘사에 주목하기보다는 화면 속 배경의 중요도를 염두에 두고, 인물과 배경과의 조응에 집중했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화가 나거나 슬퍼 보이는 사람들 속에서 혼자 웃고 있는 인물 그림을 제시한 후 "주인공이 행복해보입니까?”라고 묻습니다. 그런데 서양인들은 “행복하다”고 말하는 반면 동양인들은 “행복하지 않다”라고 말합니다.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듯, 나의 주변이 어둡고 우울하다면, 사실 행복할 수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웃는 표정일지라도 마음은 결코 행복한 게 아니라는 의미이고 이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관계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문화 심리학자인 리처드 니스벳(Richard Nisbett)의 저서 <생각의 지도>에서 착안된 다큐멘터리 <동과 서>를 보면서 동양은 개체와 주변과의 상호작용에 따른 관계를 중시하고 서양은 각 개체의 속성을 분류하고 조합하는 방식으로 사실을 드러내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논리를 중시하는 서양과 경험을 중시하는 동양’의 차이를 보며 사물을 바라보고 구성하는 방법, 나와 주변과의 관계 설정의 차이에 대해서도 깊이 공감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동양인 특히 한국 중국 일본인들은 ‘관계’를 중시하게 되었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농경생활을 하는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를 내고, 김을 매며, 지금 같은 때면 가을걷이를 하는 등, 이 과정에서 품앗이는 수천 년간 우리의 삶을 유지해 온 방법입니다. 상부상조(相扶相助), 환난상휼(患難相恤)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었고 관계지향성 동양인의 심층구조를 굳건하게 하는 가치관을 심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신세대의 가치관에는 변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소’, ‘닭’, ‘풀’이라는 단어를 제시했을 때, 저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답변을 기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소가 풀을 먹으니까 우리 학생들은 소와 풀을 묶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예상 외로 소와 닭을 묶는 학생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물론 원숭이는 판다랑 묶기보다는 바나나에 묶고 있었지만 소는 풀이 아니라 닭과 연관 짓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심지어는 닭과 풀이라는 답변에 파안대소하기도 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닭이 풀밭에 자유로이 뛰어 노는 모습을 생각했다고 합니다. 원숭이가 아니라 판다와 바나나를 연결한 것엔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느낌상 그것이 어울린다고도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관계 지향성보다는, 분석하고 유형을 나누며 규정되었다고 믿는 사실에 접근하려는 태도가 훨씬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또한 특별한 의미를 찾지 않고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감각적으로 문제를 대면하고 있는 모습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사고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이겠지요.

핵가족 중심이라는 가족관계의 변화나 서구 문화의 전면적인 수용, 직관적인 미디어의 사용과 정보의 습득 등이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만드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2008년 다큐멘터리 발표 이후 근 10년이 지난 2017년 오늘, 사고의 방식에 변화를 느낀 것처럼 향후 10년 후에는 또 어떤 변화들이 생길지 궁금해집니다. 또 따른 변화를 느끼게 되겠지요? 세대가 변화하고 사고의 방식이 달라질지라도 우리의 관계 지향적, 공동체적 삶에서 꽃피웠던 아름다운 가치관은 변하지 않았음 하는 바람을 갖습니다.


 

필자소개

 

 

안진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교수. 삶의 중심은 그림이지만 그림과 함께 일상을 풀어내는 방법은 글이다. 꽃을 생명의 미학 그 자체로 보며 최근에는 ‘꽃과 문명’이라는 화두를 붙잡고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저서 <당신의 오늘은 무슨색 입니까>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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