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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칼럼]추석연휴의 결산 명세서허영섭(이데일리 논설실장,경향신문, 한국일보 논설위원 역임,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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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승인 2017.10.10  07: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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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의 결산 명세서

 

   
허영섭(이데일리 논설실장,경향신문, 한국일보 논설위원 역임,언론인)
기나긴 추석 연휴였다. 관공서나 일반 직장 할 것 없이 한꺼번에 일손을 놓고 열흘여 동안이나 쉬어본 적이 이렇듯 또 있었을까. 쉬면서 느낀 즐거움이나 여유보다는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업무에 적응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걱정이 앞서는 연휴 뒤끝이다. 휴가가 길었던 만큼 ‘명절 증후군’도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 그동안 일에만 매달려 왔기에 오랜 휴가에 익숙하지 않은 탓일지도 모른다. 연휴기간 중 큰 사고가 없었던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오늘부터 직장에 복귀하면서 휴가지에서 겪었던 무용담을 놓고 서로 은근한 자랑들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연휴를 틈타 해외로 여행을 떠난 사람이 100만 명을 훨씬 넘어섰다니, 당분간은 여행 얘기만으로도 화제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차례를 어떻게 지냈는지 비결이 궁금하지만 조상님의 음덕을 입은 사람들인 것만은 틀림없다. 국내 여행을 즐긴 사람들이라고 대화에서 빠질 리는 없다.

하지만 ‘황금 연휴’라고 해서 모두가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 명절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서러운 경우도 없지 않았을 법하다. 돈이 없거나 몸이 아파서, 찾아오는 이 없어 외로움을 느낀 사람들이 왜 없었을까. 만년 취업준비생이나 실직자들은 여행은커녕 고향에도 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만큼 사정이 절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긴 연휴에 임차료도 채우지 못해 한숨만 흘리는 자영업자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연휴기간 중 교대근무나 잔무처리를 위해 직장에 불려 나가야 했던 처지라면 도리어 자랑으로 여길 만한 세태다.

그렇게 본다면 임시 공휴일까지 덤으로 붙여진 이번 연휴는 기득권층을 위한 추석선물이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해외 항공료가 평소의 두어 배로 뛰어올랐는데도 비행기표 구하기가 어려웠다는 신문 보도가 억지로 꾸며낸 얘기는 아닐 것이다. 이른바 끗발 있는 집안은 자녀들이 취직도 잘 되고, ‘로또 아파트’도 당첨되고, 식구들끼리 어울려 걱정 없이 여행도 다닌다는 얘기다.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 폭염·폭우 등 이상기온으로 추석물가가 올랐다느니 하는 보도에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부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것만은 틀림없다.

그것은 백화점과 재래시장의 매출 차이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매출은 다소 늘어난 반면 재래시장은 줄어들었다고 한다. 부정부패를 막겠다는 '김영란법' 취지에 관계없이 값비싼 선물세트도 상당히 팔렸다는 얘기이고 보면 빈부격차의 그늘을 느끼게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들 간의 차이도 마찬가지다. 두둑한 추석 보너스에 ‘귀향비’ 봉투와 선물 상품권까지 지급받은 대기업 직원들은 훨씬 더 여유 있게 휴가를 즐겼을 것이다. 중소기업 처지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납품기일 맞추기가 빠듯한 터에 공장을 제대로 돌리려면 휴일 수당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

이런 사정을 떠올린다면 굳이 임시 공휴일까지 지정해가면서 연휴 날짜를 늘릴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휴일이 늘어난다는 자체로 우리들 삶에 여유가 생기고 활력이 넘칠 수 있다면 얼마나 반가울까. 쉬기로 말하자면 임시 공휴일을 제외한 이레만으로도 충분했다. 더구나 그 앞에도 이틀간의 휴일이 있지 않았는가. 그 기간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이웃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감안할 필요가 있었다. 남들은 한가위라고 흥청대는데도 ‘개보름’이라고 원망하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꼭 필요하다면 개인별로 알아서 휴가를 내거나 개별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휴무 여부를 결정하면 될 일이었다. 그것을 정부가 먼저 나서서 생색을 낸 꼴이 된 셈이다. 놀리면서도 월급을 준다는 데야 마달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점에 맞춰진 계산이다. 휴일을 늘림으로써 생산성이 늘어나게 된다는 맞춤형 관제 보고서까지 등장한 것을 보면 머지않아 주4일 근무제 방안까지 등장할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가급적 공휴일을 늘리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고 보면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금하기 어렵다.

이번 연휴를 통해 내수를 진작시킨다는 목표도 얼마나 달성됐는지 의문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추석선물 매출이 늘어났고 여행·항공업계가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지만 그것으로 서민경제에 숨통이 트인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골목 식당들 또한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긴 연휴에 찬물을 끼얹은 듯한 분위기였다. 연휴 기간에 맞춰 시작된 코리아세일페스타의 실적이 어떻게 나타날지도 두고 볼 일이다.

연휴를 미무리하면서 우리 휴가문화의 취약점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무엇보다 해외로 나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즐길 수 있도록 소재 개발이 시급하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휴가를 늘려도 허탕일 뿐이다. 설·추석 연휴는 그렇다 쳐도 여름철에 쏠린 휴가를 분산해서 사용토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관광지의 바가지요금을 해소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그동안 중국 관광객에 의존했던 관광시장 구조도 이 기회에 바꿔야 한다. 이런 문제들만 해결된다면 정부가 굳이 임시 공휴일을 지정하면서까지 내수 진작의 필요성을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필자소개

 

 

허영섭

 

이데일리 논설실장. 전경련 근무. 경향신문과 한국일보에서 논설위원 역임. 미국 인디애나대학 저널리즘스쿨 방문연구원. '일본, 조선총독부를 세우다, '대만, 어디에 있는가', '영원한 도전자 정주영' 등의 저서가 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이 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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