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민오름 (송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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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민오름 (송당)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10.17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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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362m 비고:102m 둘레:2,395m 면적:412,245㎡ 형태:말굽형

 

민오름 (송당)

별칭: 민악(民岳)

위치: 구좌읍 송당리 산 156번지

표고: 362m 비고:102m 둘레:2,395m 면적:412,245㎡ 형태:말굽형 난이도:☆☆☆

 

 

 

민둥선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되었고 포장이 안 된 자연의 숲을 지닌 화산체...


나무가 없이 풀이나 잡초로 덮인 민둥산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서 붙은 명칭으로서 동명의 화산체들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한자 표기로 민악(民岳)이라 한 것은 표음화를 따른 것으로 짐작이 된다. 이곳 송당의 민오름은 조림사업 당시 심어놓은 삼나무들이 입구부터 길게 늘어서 있으면서 민오름이라고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이며 기슭 아래에서 능선을 따라 깊은 숲을 이루고 있다.

동쪽 사면의 일부는 완만한 편이나 다른 쪽은 비탈과 경사가 심한 편이며 일부 기슭과 등성 아래에는 삼나무가 조림되어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다만 이곳 송당의 민오름은 아직도 정상부가 민둥 형태라서 조망권은 좋으나 탐방을 통하여 만나는 볼품은 별로 없는 편이다. 행여 지금에 와서 오름의 명칭을 정한다면 좀 더 성의 있고 세련되게 붙일 수도 있겠지만 민오름은 그 자체로서의 설움을 지니고 있다.

북동향의 말굽형 굼부리가 나지막하게 패어 있으며 넓고 완만하게 이어지는 두 개의 등성을 따라 잔디와 풀들이 자라나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제주도의 동부권 구좌 권역은 오름의 왕국이라 할 만큼 그 개수가 많다. 이 민오름 역시 송당에 위치하면서 사방을 빙 둘러 오름들에 쌓여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데 거슨새미와 돌리미를 비롯하여 비치미와 아부오름 등이 민오름을 감싸고 있는 형세이다.

구좌 권역에는 워낙 걸쭉한 오름들이 많으며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외면을 당하는 오름도 있기 마련이다. 오름 탐방의 호조건으로서는 우선 안전성과 접근성을 시작으로 좋은 전망과 탐방으로서의 깊고 그윽한 맛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맞춤형의 오름이 제주도 전체를 통틀어서 몇 곳이나 될까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오르미 입장에서 본다면 민오름 한 곳만을 목적으로 하여 찾는 이들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한다.

 

소요시간이나 탐방의 묘미가 이를 반영하며 이동성과 탐방의 소요시간 등을 감안해도 주변을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통은 같은 입구의 칡오름을 시작으로 하거나 민오름을 거쳐서 큰돌리미와 비치미를 포함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러한 경우에는 일행과 함께 하는 양방향 주차가 가능할 경우 호조건이 된다. 민오름의 형체는 말굽형으로 알려지기는 했으나 아직까지 정상에서 원형에 가까운 화구를 만날 수 있다.

높이나 산체 등 전반적인 규모를 감안할 때 다른 민오름에 비하여 조금은 뒤처지지만, 100m를 넘어선 비고가 말해주듯이 탐방의 묘미를 떠나서 정상에서의 전망은 무난한 편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 오름을 함께 정복하는 데에 있어서 그 중심에 있다는 사실이다. 찾아가는 방법은 대천동 사거리에서 송당 방향으로 가다 보면 우측에 송당목장 입구가 있으며, 이곳에 몇 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민오름 탐방기-


워밍업을 논할 때 이곳만큼 좋은 장소가 있을까. 오래된 삼나무들이 사열을 하듯 끝없이 이어지는 진입로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내린 눈이 녹으면서 더러 질퍽한 현장으로 변했지만 등반화에 흙탕물 좀 묻는 정도야 감수를 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삼나무 숲길의 남쪽에는 방대한 목장과 초지들이 있으며 겨우내 노루들을 곧잘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제쯤 워밍업의 정도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나 할까. 아니면 늘어선 삼나무들의 정취에 혼을 빼앗기게 될 정도인 시점이 맞는 표현이 되려나. 이어지는 직선형 거리를 마다하고 좌측으로 향하면 오름 표지가 보인다. 이곳은 오름의 서사면 기슭 아래쪽으로 지난 1958년에 지어진 대통령의 귀빈사가 있으며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을 운운하면서 방치된 상태로 있었는데 찾은 날은 보수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제법 오랜 세월을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있었기에 이후 어떤 모습으로 변화가 이뤄질지 지켜볼 것이다. 귀빈사 마당의 왼쪽으로 초입지가 있다. 민오름 기슭과 등성 등은 개인 목장으로 함께 사용이 되고 있기 때문에 연중 철조망이 쳐져있다. 그나마 근래에 간이 철문이 만들어져서 진입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민오름은 정해진 탐방로가 없다고 할 정도로 진입 과정이 허술하면서도 더러 번거로움도 느끼게 되는 곳이다.

그 흔한 타이어 매트조차 깔리지 않은 자연의 숲길을 따라 진행을 했는데 선 님들이 지나간 자국을 보면서 따라가야 하지만 내린 눈이 남아 있어서 일부는 가려져 있었다. 겨우내 기간 오름 탐방에 있어서 환경의 변화는 스스로 찾아야 할 수밖에 없다. 천연색의 분위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이따금 만나는 자연의 변화와 그 흔적들에 반가움을 느끼며 진행을 해야 한다.

숲을 지나는 동안에 어쩌다 만나는 철 지난 자연의 모습조차 어디까지나 응원 부대가 아니겠는가. 숲을 거의 빠져나올 무렵의 세상은 또 다른 느낌이었는데 키가 큰 삼나무 군락의 방해를 받지 않은 때문이라고나 할까 내리는 눈을 더 맞을 수 있어서 특별한 장면 속의 주인공이 되었다. 

마침내 정상부 능선에 도착을 하였는데 분위기는 썰렁 그 자체였다. 모든 것을 대신하여 눈발이 날리거나 차가운 바람만 불어오는 것이 전부였다. 날씨가 좋고 가시거리가 무난했다면 사정권이 좋았겠지만 신은 더 이상의 아름다운 전망이나 볼품을 허락하지 않았다. 

 

정상부는 아직도 민둥산의 형태인 탓에 눈이 제법 쌓여있다. 숲을 오르는 동안 부분적으로 눈밭을 지났지만 이곳에서는 그 상황이 좀 더 달라졌다. 민오름 자체를 우습게 여긴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이날따라 방한화를 못 챙긴 탓에 이미 등반화 안쪽은 축축해졌다. 이제 시작일 뿐인데...... 휴 ~~~ 사방을 전망하는 것 이외에 특별한 볼거리가 없는 정상이며 주변은 키가 작은 소나무 몇 그루와 억새 그리고 쌓여진 돌무더기가 전부이다.

대신에 주봉 일대는 황량함만이 맴돌고 계절풍이 장악을 해서 덧셈의 추위를 느끼게 하였다. 큰돌리미(오름)와 그 넘어로 개오름이 보였다. 희미하게 보이는 영주산뿐만 아니라 더 멀리 있는 오름 군락도 사정권 안에 드는 장소이건만 더 이상 많은 것을 바라기에는 이미 틀린 상태이다.

강한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의 물결을 운치로만 여기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셔터를 누르려 뒤쪽으로 향하니 나마저 날리려 강한 바람이 몰려왔다. 이런 경우 고집스럽게 할 테면 해보라고 배짱 부려본들 손해되는 것은 뻔한 일이기에 후다닥 도망치는 현명하고 슬기로운 방법을 선택하였다.

맞은편 능선을 사이로 하고 화구가 보였는데 정상부와 화구의 일부를 포함하여 간간이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으나 숲을 이룰 만큼은 아니었다. 달리 생각을 한다면 헐벗은 주변이지만 사방을 전망하는 데는 그나마 도움이 되었다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겨울의 추위나 하절기의 더위를 피할만한 공간이 없다는 게 흠이기도 했다.

큰돌리미와 족은돌리미! 역시 이곳 민오름을 거쳐 다음 목적지이기도 하다. 눈높이보다 아래에서 서두르는 만남을 부추기며 끈질긴 유혹을 보내왔다. 사실 송당의 민오름에 올라서 만족을 느끼는 것은 둘 중 하나이다. 날씨가 좋은 날에 주변을 전망하기 위한 과정이 되거나 인근의 오름을 연계하기 위함이 그것이다. 북동쪽 사면을 따라서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반 전투 모드의 하산이라서 만만치가 않지만 전반적으로 가시덤불이 많지 않으며, 앞에 보이는 큰돌리미 방향이 훤하게 보이기 때문에 적당히 가면 되는 상황이었다.

삼나무 숲을 거의 내려올 즈음에 묘를 만났는데 견고하게 쌓여진 전형적인 산담도 갖추어져 있었다. 민오름의 바깥쪽 북사면에도 묘들이 많이 있지만 이곳은 숲 안쪽이라서 좀 특별하게 느껴졌다. 목장의 초지와 빌레왓이 있는 곳으로 나왔다.

바야흐로 민오름 사냥을 마치고 이제 큰돌리미를 향하여 다시 전진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날따라 내린 눈이 왜 그렇게도 얄밉게 느껴지는지..... 이미 축축하게 젖은 등반화 안쪽이기에 발이 시려왔다. 오늘도 돌아갈 때는 아무래도 맨발로 운전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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