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수 개인전 ‘남겨진 오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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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수 개인전 ‘남겨진 오브제’
  • 김태홍 기자
  • 승인 2017.10.2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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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수 개인전 ‘남겨진 오브제’가 문화공간 양(관장 김범진)에서 지난 21일부터 2018년 1월 27일까지 화-토요일 12시-18시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이승수는 제주도 내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환경문제와 사라지고 있는 것들의 의미를 돌아본다. 이를 위해 작가는 금속과 제주 돌을 재료로 해녀, 물고기 등을 만든 기존 구상 조각에서 벗어나 버려진 물건들을 발굴하여 설치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남겨진 오브제’는 화북항에 있었던 삼우조선소가 남기고 간 침목에서 시작되었다. 침목은 조선소에서 낡은 선박을 수리하거나 새로 만든 선박을 진수하기 위해 레일 밑에 받치는 나무다. 삼우조선소와 시작과 끝을 같이 한 목수 고병식의 증언에 따르면, 삼우조선소는 일제강점기 때 약 250여명의 제주도민이 강제동원 되어 만들어진 화북조선소를 해방 후 삼우개발이 인수하여 1945년부터 2014년까지 69년 동안 선박과 보트를 건조하고 수리했던 곳이다. 화북동 어부와 동고동락해 온 삼우조선소는 2014년부터 제주도에서 시행한 ‘화북 해안도로 조성 사업’으로 인해 문을 닫게 됐다.

 
화북항 바로 앞에 작업실이 있는 작가는 3년 전 산책을 하다 우연히 발견한 침목의 물성에 매료됐고 침목으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작업실로 옮겼다. 작가는 처음 침목의 물성에만 주목했으나 점차 침목이 있던 곳의 역사와 상황으로 관심이 확장됐다. 그곳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알게 되면서 그곳에 버려진 다른 물건도 관심을 갖고 모으기 시작했다. 안전화, 칼 등의 도구는 노동의 현장이었음을 알려주었다. 이러한 작업은 또한 작가가 현재 제주도가 안고 있는 문제들과 마주하도록 만들다. 그리고 이러한 제주도를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았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조선소의 흔적을 쫓으면서 2년에 걸쳐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고고학자가 땅속에 잠들어있는 물건을 찾아내듯 남겨진 물건을 발굴했다. 그리고 전시장에 유물처럼 전시했다.

작가에게 삼우조선소 터에 버려진 침목과 물건은 화북항에 조선소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흔적이자 증거다. 작가에게는 기록물로 다가왔다고 한다. 즉 오랜 세월 땅 속에 묻혀있어 돌, 소라껍질 등과 하나가 된 오브제에는 침전된 기록이 담겨있다.

발굴된 사물은 그 자체로 작품이 되었다. 작가는 오랜 역사와 장소성이 새겨져있는 오브제를 가능한 손대지 않고 그대로 전시함으로써 오브제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한다. 작가의 작업실로 옮겨진 오브제는 재료가 되기도 했다. 침목의 파편들은 연결되어 새로운 미적 대상 즉 작품이 되었다. 비바람에 더 오래 견딜 수 있도록 마감처리가 되기도 했고, 때로는 작업실에 있던 오브제와 만나기도 했다. 눕혀져 있던 침목에는 받침대가 설치되었다. 이제 침목은 하늘로 향해 서 있게 되면서 상승하는 생명의 상징이 된다. 작가는 오브제에 최소한으로 개입하여 조심스럽게 새로운 의미를 더했다.

작가는 전시를 위해 1년 가까이 문화공간 양을 계속 살펴보았다. 어떤 작품을 놓을지 어떻게 전시할지 끊임없는 고민 끝에 전시가 완성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들은 장소특정적이다.

특히 작품 <뿌리 뽑힘>은 건물의 지붕과 하나로 연결된다. 이렇듯 작품이 놓인 폐가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특히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던 폐가가 전시 장소가 되면서 제주도의 풍경이 제주도를 염려하는 작가의 마음이 관람객에게 더 가슴 깊이 다가갔다.

또한 폐가에서 거로마을이 개발되면서 옛 돌집을 어떻게 보존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화공간 양의 고민과 제주도 개발에 대한 이승수 작가의 고민이 서로 맞닿았다.

이번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흰 벽의 기존 전시장에는 삼우조선소에서 발굴한 오브제를 결합해 만든 작품과 발굴된 오브제를 유물처럼 설치한 작품이 전시된다. 일종의 박물관이다. 야외 공간에는 침목이 서 있거나 누워있다. 어떤 침목은 공간과 공간을 잇는 다리가 되어 새로운 기능을 부여받았다. 다리를 건너면 낡은 옛 돌집에 안전제일 표지판, 측량도구, 불에 탄 의자, 뿌리 뽑힌 나무 등이 제주도의 현재를 이야기한다.

야외 공간을 사이로 두 전시 공간은 내용과 형식의 측면 양쪽 모두 강한 대비를 이룬다. 두 공간은 과거와 현재를 강하게 대비시키면서도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어 있음을 말한다. 또한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정형화된 전시형식과 현대미술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설치가 강한 대비를 이룬다.

붉은 빛을 번뜩이는 작품 <경고>는 조선소에서 나온 측량용 삼각대와 현무암, 방독면, 경고등을 결합해서 만들었다. 붉은 경고등은 마치 우리에게 현재를 되돌아보라고 외치는 듯하다. 전시장으로 들어가자마자 정면에 보이는 것은 안전제일이라는 글자다. 마치 당신의 있는 장소가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처럼 울린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더미들과 그 속에서 길을 잃은 보트 그리고 반복해서 나오는 뉴스들, 이 풍경이 제주도의 진짜 풍경이다. 작가는 편집광적인 태도로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를 한 달 이상 모아 전시장을 가득 채워 제주도의 풍경을 만들었다. 끊임없이 땅을 파고 건물을 짓고 쓰레기가 넘쳐나고 자연이 파괴되고 있는 제주도의 풍경이다. 그리고 뿌리 채 뽑힌 죽은 나무가 무너질 것 같은 지붕을 받치고 있는 작품 <뿌리 뽑힘>은 제주로의 현재를 힘겹게 떠받치고 있는 제주도민이다.

예술작품이 된 일상의 물건을 오브제라고 부른다. 즉 작가는 우리가 쓰레기라고 부르는 것으로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오브제는 관람객에게 말을 건다. 그리고 장소의 기억을 상기시키고 개발로 인한 파괴를 고발한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 제주도가 현재 직면한 문제를 깨닫게 하고 그러한 문제를 같이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승수 개인전 및 주요 단체전
2016 곶-물들다 (켄싱턴호텔)
2016 하정웅청년미술상 ‘빛’ 전 (광주시립미술관)
2014 제주를 넘어, 경계를 넘어 (이즈갤러리, 서울)
2014 TWO PASSAGES –두개의 통로 (제주현대미술관)
2012 초계청년미술상 수상 초대전 (제주초계미술관)
2011 제주이야기-돌 (연갤러리)
포항아트페스티벌 초대전(포항시립중앙아트홀)
2010 오백장군갤러리개관 기획 초대전(제주돌문화공원)
2008 제주특별자치도문화진흥원 기획 초청전(제주도문예회관)
2007 대한민국 신진작가상 수상초대전 (조선일보 미술관,서울)
단체전 100여회

수상
2016 하정웅청년미술상 (광주시립미술관)
2011 제1회 초계청년미술상 (초계미술관, 최기원)

포항아트페스티벌, 우수작가상 (포항시장상)
2007 제주청년작가전 우수작가상 (제주도 문화진흥원)
2005 대한민국 신진작가상 (미술세계주최, 문화관광부장관상)
2004 MBC 한국구상 조각대전, 대상 (MBC, 한국구상조각회
2001 제주특별자치도 미술대전, 대상 (제주예총주최)

공공미술 및 야외조각
2012 마을미술프로젝트“유토피아로”(문화체육관광부)
2011 마을미술프로젝트 “기쁨두배-대평리” (문화체육관광부)
2010 마을미술프로젝트 “독사천흐르네”(문화체육관광부)
2010 마을미술프로젝트 “화북진”(제주도문화재단)
2010 제주도립미술관 야외조각공모 당선(제주도립미술관)
2008 문화.역사마을가꾸기 법환조형물 당선 (서귀포문화재단)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포항시립미술관, 서귀포기당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해태크라운, 신라스테이지
제주도문예회관, MBC방송국, 제주해녀박물관, 제주돌문화공원
제주신화역사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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