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바농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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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바농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10.2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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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552.1m 비고:142m 둘레:2,471m 면적:473.953㎡ 형태:복합형

 

바농오름

별칭: 바늘오름. 침악(針岳). 반응악(盤凝岳)

위치: 조천읍 교래리 산 108번지

표고: 552.1m 비고:142m 둘레:2,471m 면적:473.953㎡ 형태:복합형 난이도:☆☆☆

 

 

덤불과 가시가 있던 자리는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오름의 명칭을 무색하게 하고...

 

수많은 오름들에 붙여진 명칭이 다양한 유래나 환경 등을 거쳤듯이 바농오름은 산 체 주변에 유난히도 가시덤불이 많아서 부르게 되었으며 바농은 바늘의 제주 방언을 말한다. 어디든 자연림이 울창하고 숲이 우거진 상황이라면 덤불들도 공생을 할 법한데 가시처럼 뾰쪽한 식물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한자로는 표음과 음차를 적용하여 침악(針岳)이나 반응악(盤凝岳)으로 표기를 하고 있어 다소 이해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으나 바농(바늘) 자체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 오름의 특징 중 하나는 말굽형 굼부리 외에 정상부에 나지막한 원형 굼부리가 하나 더 있는 복합형 화산체라는 점이며, 동쪽의 봉우리가 정상이고 서쪽으로 비스듬하게 능선을 이루고 있다.

탐방을 하면서는 원형 화구 주변을 돌아보게 되지만 출입이 어려운 북동쪽으로 말굽형의 또 다른 화구가 있다. 이는 오름의 북동쪽에서 바라볼 때 숲을 이룬 사면에 해당이 되며 깊게 계곡을 이룬 모습이 눈에 띈다. 정상부에는 산불 감시를 위한 경방 초소가 있는데 이는 그만큼 전망이 좋다는 것을 말해준다. 원형의 낮은 굼부리를 중심으로 한 바퀴 둘러볼 수 있으며 이후 전망을 즐기는 과정으로 이어간다면 오름 탐방으로서의 묘미를 더 느낄 수가 있다.

사면을 따라 대부분이 가파른 편이며 산 체의 아래쪽은 숫대낭(삼나무)들이 크게 자라나 있으며 허리 부분을 지나면서는 자연림과 소나무 등이 숲을 이루고 있다. 세월의 흐름 속에 오름의 환경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지금에 와서는 바농과 관련이 될만한 끝이 뾰쪽한 덤불이나 가시는 대부분 사라졌고 울창한 숲을 이룬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제주의 수많은 오름 명칭이 그러하듯 옛적에 붙여진 이름인 만큼 지금에 와서 많은 가시덤불을 만난다는 것은 힘든 일이 되었다. 142m의 비고(高)가 말해주고 복합형으로 이뤄진 데다 산 체가 크고 넓어서 오름의 깊고 그윽한 맛과 최적의 조망권이 확보되는 만큼 탐방의 묘미를 느낄 수가 있다. 제주시 봉개와 조천 권역 중 바농오름이 있는 주변은 대체적으로 오름들이 몰려있지만 유독 바농오름은 따로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가까운 곳에 족은지그리(오름)가 있지만 어쩐지 소외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워낙 화산체가 크고 높은 때문에 눈에 잘 띄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오름들이 가려지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어쩐지 외로움을 떨구지 못한 채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형세이다. 하지만 자신의 고독함을 이겨내며 주변을 수호하고 볼거리를 안겨주는 볼품이 있는 곳이기에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오름이기도 하다. 어떻게 본다면 계절마다 찾는다 해도 식상함이나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 곳이라고나 할까.

접근성과 이동성 역시 무난하며 인접한 오름은 없으나 이곳을 중심으로 여러 오름 탐방 코스로 연계하여 이동할 수 있다. 찾아가는 방법은 남조로에서 교래 사거리 방향으로 우회를 하면 이기풍 선교기념관이 나온다. 교래 사거리나 돌문화공원은 직진을 하게 되지만 옛 도로로 접어들면 시멘트 길을 따라서 오름 입구까지 다다를 수 있다.

현장에는 조천공동목장 표석과 입구 안내 표지가 있으며 주차공간이 있다. 한편, 돌문화공원을 이용할 경우는 후문 방향으로 가면 되고 초입 주변에 차량 몇 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며 간단한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진입을 하게 된다. 워밍업을 할 거리가 안 되고 바로 경사를 따라 오르게 되므로 사전에 준비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바농오름 탐방기-

입구에는 가시덤불 때문에 바농이라는 명칭이 붙어 있지만 이를 대신하여 대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또한 편백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서 시작부터의 느낌이 좋은 곳이다. 직선형에 가까운 경사가 이어지지만 타이어 매트와 돌계단으로 구성이 되어 느리게 오르면 큰 어려움은 없다. 차라리 거친 숨소리를 내면서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내뿜는 음이온과 체내의 모든 것과 교환을 해도 좋을 것이다.

하절기를 맞아서 탐방로 주변은 부분적으로 잡풀들이 장악을 하고 있고, 돌 틈으로는 떨어진 솔잎들이 쌓여서 거친 공간을 메워 놓았다. 중간 능선에는 소나무와 편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여름 햇살을 가려줬는데 오름 탐방이나 숲길 체험에서 편백나무는 언제나 오르는 이들에게 있어서 응원부대가 되어준다.

그윽한 향을 쉽게 맡을 수는 없지만 바라보고 스쳐 지나는 느낌만으로도 충분한 도움이 된다. 다소 힘이 부칠지라도 차라리 거친 심호흡을 하면서 오를 필요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사는 심하지만 오래지 않은 시간 내에 정상에 도착이 되었다. 경방 초소가 있는 정상부에는 수신 안테나와 국가기준삼각점 표지판이 있다.

산불예방을 알리는 깃발은 오랜 기간 바람에 흩날리면서 낡았고 초소의 외부도 빛바랜 모습이었으며, 강조기간이 아니라서 그런지 아니면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초소를 지키는 관리인은 없었다. 탐방로는 초소를 중심으로 할 때 좌우 측 양방향이 있다. 정상 사면에 오른 후 좌측으로 가는 방법과 직진(右)으로 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결국 화구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아보는 형태라서 선택은 어느 쪽이든 큰 상관이 없다.

직진에 가까운 우측(북서) 방향으로 진입을 했으며 무릎 위 부분까지 자라난 수풀들이 정상 부근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험한 길은 아니었다. 제 계절을 맞은 듯 여러 잡목들은 탐방로의 중심 부분까지 가지를 뻗고 성장의 진행을 하면서 초록의 잎을 내밀고 있었다. 허리를 숙이고 숲으로 들어서니 상산나무가 짙은 향을 발산했는데 이제쯤은 독특한 향이 사라질 만도 하건만 숲을 이룬 틈에서 상산향이 그윽하게 풍겨왔다.

 

반대편 방향으로 진행을 하여 화구가 보이는 위치에 도착을 하게 되었는데 굼부리 자체는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어서 깊이나 자세한 형세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원형의 화구는 낮지만 넓었고 안쪽까지 다양한 수종들이 차지하고 있는 점이 좀 특별하게 보였다. 남쪽 사면에는 전망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며 바농오름에서 최고의 조망권이 확보되는 곳이기도 하다. 오름을 오르고서 화구를 돌아보며 주변을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은 최고의 보람이며 가치를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모든 오름이 사방으로 열리지는 않으며 일부는 숲에 가려져 전망이 불가능한 곳도 있기에 이런 장소는 최고이다. 그러기에 바농오름 탐방은 그만큼 조망권이 좋다는 의미도 있는데 경방 초소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비교적 경사가 심한 곳이지만 일단 천천히 오르고 난 후 화구 능선을 돌아보면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장면을 보노라면 비로소 최고의 자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원형과 말굽형의 복합 화산체인 바농오름이지만 아쉽게도 오름 사면 북동쪽 말굽형의 화구 주변은 탐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하지만 남쪽의 쉼터이자 전망 터가 있어서 아쉬움을 덜 수 있었는데 오름의 남쪽으로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오름들이 실루엣처럼 펼쳐지면서 탄성을 자아내게 하였다. 바로 앞쪽의 큰. 족은 지그리(오름)를 시작으로 민오름과 절물오름 등이 만남의 대상이었다. 한 바퀴를 돌고서 다시 경방 초소 주변에 도착을 하였다.

원형 화구의 북동쪽에 있는 말굽형 화구도 탐방로가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들어가겠지만 전투모드로 간다 해도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다. 복합형 화산체로 이뤄진 오름이 많지는 않기에 아쉬움은 더 남았지만 둘러보는 동안에 환경적인 요인과 입지를 잘 이해할 수 있어서 아쉬움을 달랬다. 바농의 탐방 과정은 백(back) 코스로 이뤄지며 오를 때의 경사가 심한 만큼 내리막에서의 주의는 당연한 일이다. 

그나마 단조로움을 씻을 수 있는 점은 오르고, 돌아보고, 바라보고, 내려가는 과정이 괜찮은 오름이라는 입지적인 사실이다. 언제나처럼 올랐던 곳을 향해서 눈인사를 건네면서 마무리를 했다. 바농오름은 거대한 화산체만큼이나 참 매력을 많이 지닌 오름이며 한 겨울이 되어도 푸름의 일부를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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