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바리메(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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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바리메(족은)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7.10.2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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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725.8m 비고:126m 둘레:3,113m 면적:688,020㎡ 형태:말굽형

 

바리메(족은)

별칭: 족은바리메. 소발산(小鉢山)

위치: 애월읍 상가리 산 124번지

표고: 725.8m 비고:126m 둘레:3,113m 면적:688,020㎡ 형태:말굽형 난이도:☆☆☆

 

 

 

외모는 명칭을 벗어났지만 깊은 숲과 자연 미가 살아 있는 화산체...

마주하는 큰바리메와 관련하여 족은 바리메라고 부르고 있으나 이 화산체의 외형이 바리메를 닮았거나 직접적인 사연이 담긴 것은 아니다. 큰바리메의 모양이 바리를 닮았다고 해서 바리+메(山)라고 하였는데 ‘바리’라 함은 절에서 여자용으로 쓰는 놋쇠로 만든 밥그릇을 말한다.

즉, 이러한 지리적, 환경적인 요인을 고려하여 족은 바리메라고 하였으며 한자로 대역을 하여 소(작은)+발(바리.鉢)+산(山)으로 표기를 하고 있다. 족은 바리메는 소발산(小鉢山)이라 했는데 외형을 두고 추상을 하기에는 더러 어색한 부분도 있다. 즉, 바리를 의미하는 산 체의 외형은 큰바리메를 두고 표현을 한 것이지 족은바리메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옆에 있는 산 체라서 두 오름의 구분을 '큰'과 '족은'으로 했겠지만 족은바리로 풀이를 할 경우 왠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옛 문헌에는 鉢山(발산)이나 鉢岳(발악)으로 되어 있으며 이를 참고할 때 큰바리메를 기준으로 정해진 것임을 알 수가 있다. 또한 '제주삼읍도총지도'에는 족은바리메를 각시묘(角氏墓)라 표기를 하였는데 그 의미는 참으로 애매하다.

산 체의 기슭 아래에 각시물이라 부르는 못이 있는데 어느 것이 먼저 명명이 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연관성은 있어 보인다. 어쨌거나 이 족은바리메를 두고 전해지는 별칭 등을 종합해 볼 때 큰바리메를 거쳐 나온 것임을 확실하며, 큰바리메의 경우 굼부리를 중심으로 원추형처럼 둥근 산 체를 형성하고 있어서 바리메라는 명칭이 어울리기는 한다.

그런 반면 족은바리메는 등성이 사방으로 분리가 되면서 비탈과 기슭을 거쳐 굼부리로 이어지는 곳은 골이 깊고 거칠게 패어 있다. 탐방로가 잘 정비가 되어서 오르내리기는 무난한 편이지만 전체를 둘러보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동쪽(동남) 사면을 중심으로 해송들이 숲을 이루고 있으며 기슭과 등성 등 대부분에 잡목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키가 큰 나무들 외에도 아래쪽에는 상산나무를 비롯하여 넝쿨과 덩굴들이 빈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탐방로로 정해진 곳 이외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이 식물들이 군락을 이룬 채 터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여러 상황을 참고할 때 식생의 조건이나 입지가 식물들에게 좋은 환경임을 알 수가 있다.

이웃이자 형(兄) 뻘인 큰바리메와 족은바리메의 높이는 각각 약 763m, 725m로 큰 차이는 없다. 다만 큰바리메의 비고(高)가 216m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르는데 있어서의 차이는 다소 있으나 족은바리메 역시 만만치 않다. 126m의 비고(高)와 넓게 퍼진 산 체를 둘러보는 과정이 말해주듯 족은(작은)오름이라 여기거나 우습게 볼 곳은 절대 아니다.

탐방로 자체는 부드러운 편이나 거칠게 구성이 된 숲과 다양한 식물들이 있어서 탐방으로서의 깊고 그윽한 맛은 충분하다. 바리메 옆을 지나는 임도는 서부권의 중산간 지역 오름들의 왕국이라 할 수 있으며 내놓으라 하는 걸쭉한 오름들이 이어진다. 한대오름을 시작으로 노로오름과 붉은오름, 안친이, 천아오름 등으로 이어지고 다래오름과 검은들먹 등으로도 연계가 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바리메 형제를 우선으로 만나는 것은 순서를 떠나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 생각한다.

 

 

-족은바리메 탐방기

사실 족은바리메를 만나는 최적의 시기는 봄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더러 냉랭한 겨울에 찾은 것은 인근의 다른 오름을 탐방하는 김에 모처럼 둘러보는 과정 때문이었다. 하나의 보너스이며 덤이었다고나 할까. 아니면 족은바리메를 향해 선택의 영광을 줬다는 게 맞다고나 할까. 지금처럼 네비가 없던 시절 오름을 다니는 과정은 진입로나 입구를 찾는 것만으로 애를 먹기도 했다.

문명의 발전은 이제 제주의 오름들 대부분의 위치를 알려주기 때문에 고민이 덜어졌다. 더욱이 웬만한 오름들은 근처에 임도나 소로가 있을 뿐 아니라 탐방로 개설이 된 곳도 제법 많은 편이다. 실로 자연을 즐기고 오름 탐방을 하기에 좋은 여건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족은 바리매 입구에 몇 대의 주차가 가능하지만 오가는 차량들이 많아 불편을 줄 수가 있기 때문에 큰바리메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곳에서 초입까지 거리가 멀지 않은 데다 워밍업을 하는 효과도 얻을 수도 있다. 주봉을 포함하는 네 개의 낮은 봉우리의 형세라서 탐방로 역시 초입에서 선택형의 두 갈림길로 나눠져 있다. 오름 둘레의 전부는 아니지만 내부를 포함하여 돌아오는 전진형의 코스라서 환경의 변화에 따르는 볼거리들도 있다. 직진형은 낮은 경사를 따라서 이어지며 주봉까지는 비교적 긴 거리이고, 우측은 다소 경사면이 있지만 주봉으로 향하는 거리는 짧은 편이다.

오름 탐방으로서의 묘미를 느끼기 위해서라면 우측으로 초입을 권하지만 어디까지나 선택형이다. 산책로 구성이 된지는 오래되었으며 바닥의 일부는 타이어 매트를 깔았고 경사면의 일부는 나무 데크가 설치가 되어있다. 빠른 진행을 할 필요가 없이 천천히 주변을 구경하며 오르기 시작했는데 빽빽하게 우거진 숲 사이로 이어지는 탐방로는 제법 운치가 있게 보였다. 하절기에 찾을 경우는 가지와 잎새들이 진행을 방해할 수도 있지만 겨우내 기간이라 오히려 허접한 분위기였다.

시간적 부담도 없고 경사가 그렇게 급하지도 않은데 걸음이 빨랐던 것 같다. 찬 기온을 들이 마시고 내쉬기를 잠시 했더니 거친 숨소리가 나오고 힘이 부쳤다. 멈춰 선 채로 돌아서서 큰바리메의 모습을 담는 것은 쉬어가는 핑곗거리로 너무 충분했다. 봄날이 오면 상산나무들이 잎을 내밀며 그윽한 향을 내뿜는 곳이지만 한 해를 마감한 지금은 어쩐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잔설도 없고 물기도 없건만 경사를 따라 이어지는 타이어매트는 순간적으로 미끄러운 상황을 겪게 했다.

오름 탐방에 계절이 없다 하지만 아무래도 족은바리메는 시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오르다가 화산석을 감싸 안은 느티나무를 만났는데 아무래도 평생을 터전으로 삼아 식생을 이어가게 될 것 같았다. 척박할 정도를 넘어서 측은하게 느껴질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지만 지나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넉넉한 볼거리가 되어 줬다. 계절이 바뀌면 이런 상황에서도 느티나무는 푸름으로 옷을 걸친 채 성장의 진행을 하게 된다. 아직 정상부에 도착을 하지 않았지만 열린 공간으로 풍경이 펼쳐졌다.

드넓은 공초왓은 겨울에도 마르지 않은 연 초록색을 선보이며 눈을 사로잡았다. 다래오름을 시작으로 가깝고 먼 곳까지 실루엣처럼 펼쳐지는 오름 군락들은 이내 눈 맞춤을 요구했다. 정상은 아니지만 주봉의 쉼터에 도착을 하였고 이곳에서 휴식과 전망 놀이를 할 수가 있다. 반대편(직진)에서 초입을 할 경우는 비교적 긴 거리이나 진행한 코스를 따를 경우 오래지 않은 시간에 도착을 하게 된다.

시간이나 체력적 부담은 없다 할지라도 풍경이 열리는 곳이라 일단정지를 하는 것은 필수과정이다. 애초부터 최고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한계가 따랐다. 보다 맑은 날에 찾았으면 더 좋았으련만..... 그래도 잠시 동안 구름이 걷히면서 부악이 삐쭉거리며 반겨줬고 한대오름과 노로오름을 시작으로 일대의 오름들도 사정권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내려오다가 갈림길을 만나게 되었는데 1막 3장으로 구성이 된 산 체 중 우측으로는 어깨선이 길게 이어지는 또 하나의 등성이 있다. 사람들이 다닌 흔적은 있지만 탐방로의 구성은 안 된 곳이다. 겨우내 기간이라 진입이 좀 더 수월하겠지만 애써 찾지는 않았다. 어느 봄날에 찾았을 때의 분위기는 너무 좋았었는데..... 자연은 계절 앞에 약하다. 자연은 시기 앞에 솔직하다.

그래도 다소 스산한 분위기의 탐방로를 지나면서 예전 모습을 떠올리니 추억이 되살아났다. 굼부리가 보이는 기슭 아래에는 넝쿨과 덩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역시나 봄날이나 하절기에 찾아야 이들과의 만남이 더 화려하게 이뤄진다. 키가 큰 잡목들 외에도 으름덩굴과 개다래, 노박덩굴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수종들이 자생하고 있다.

화구 안으로 들어가기도 힘들지만 주봉 능선을 바라보는 것조차도 힘들다. 잡목들로 가려져 있는 때문에 겨울이라 할지라도 나뭇가지 사이로만 그 모습이 보일 정도다. 임도가 없던 시절에는 두 산 체의 아래로는 천연의 숲으로 이뤄졌었을 것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비로소 두 형제로 취급을 해야만 했던 명칭을 떠올리게 된다. 족은바리메와 큰바리메는 따로 또 같이 어우러진 산 체로서 서로에게 의지와 위로를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오름 기슭 아래로는 돌담을 쌓아 구분을 하고 있는데 족은바리메의 영역뿐만 아니라 임도로 이어지는 공간의 경계 표시도 포함하고 있다. 멀지 않은 곳에 잣성이 있는 데다 주변의 목장 지대를 참고한다면 이곳 역시 무관하지는 않아 보였다. 쌓아진지 이미 오래된 돌담에는 이끼와 양치류를 비롯하여 송악도 잎을 내려 터전으로 삼고 있었다.

마무리 지점에 도착을 하였는데 올 때 좌측으로 진입을 하였고 산 체를 둘러 다시 전진형으로 마무리를 하게 된 셈이다. 날씨가 그러하고 계절이 그러한 만큼 최적이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겨우내 기간의 탐방은 더러 빈곤 속의 넉넉함도 느낄 수 있다. 이동거리와 접근성 등을 감안한다면 큰. 족은 바리메를 한 날에 탐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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