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래에서 위로 뻗어나가는 청렴문화’

안지현 제주시 기초생활보장과 주무관

2018-05-15     안지현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 아이들은 도덕이라는 과목의 수업을 듣는다. 도덕시간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켜야할 기본적인 규범뿐만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마음가짐과 양심까지 폭넓게 가르친다.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상식을 마치 새로운 지식인 듯 진지하게 가르치고 시험 문제로 출제까지 한다. 그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우리 엄마가 했던 행동과 아빠가 했던 행동 중에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깨닫고 그것을 따라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어릴 적 엄마가 건널목을 무단으로 횡단하려 할 때 엄마의 손을 뿌리치고 이십 여 미터 떨어진 신호등 앞으로 달려가서 파란불이 켜지길 기다렸던 이유도 내가 학교에서 도덕을 배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청렴교육 또한 도덕수업과 비슷하다. 당연한 듯 보이지만 조직의 경험이 없는 신규 공무원들은 교육을 통해 배운 대로 행동을 하려 한다. 우리의 부모가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였을 때 그건 나쁜 것이라 이야기 했던 것처럼 새내기 직원들은 선배의 잘못된 행동과 조직 내에 잘못된 관행을 보았을 때 그것은 나쁜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이야기를 꺼낸다고 해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특히나 보수적인 공무원 집단 내에서는 더욱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청렴도를 조사했을 때 직급이 낮을수록 청렴도의 점수가 낮게 나오는 이유도 아마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조직의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이 되어야 한다. 청렴에 대한 요구가 하향식(top-down)이 아닌 상향식(bottom-up)이 되었을 때 조직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청렴문화를 조직 전체에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신규직원들은 제도의 개선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고, 선배직원들은 후배의 말을 경청할 수 있는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 교육과 함께 실천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