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알싸한 향기 피어오르는 산책로에 서서
한라생태숲
『한라생태숲』 알싸한 향기 피어오르는 산책로에 서서
여름내 무성한 잎을 살랑이며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던 머귀나무도 계절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잎을 우수수 떨어뜨리고 있군요.
앙상해진 가지에선 얼마 남지 않은 잎들과 빨갛게 익어 벌어지는 열매들이 잔바람에도 딸각거립니다.
머귀나무는 높이 15m정도로 자라는 낙엽소교목입니다.
잎은 홀수깃모양겹잎으로 작은 잎 19-23개가 모여 달리지요.
꽃은 7-8월에 피는데 암수딴그루로 피어납니다.
새가지 끝에 달린 산형상 원뿔모양꽃차례에 황백색 꽃이 피면 벌과 나비를 비롯한 많은 곤충들이 모여들어 장관을 이루지요.
10-11월에 열매가 익어서 벌어지면 반들거리는 까만 종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열매에는 매운맛을 지녔는데도 새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마침 작은 새 한 무리가 머귀나무 가지로 날아듭니다.
동박새들이었지요.
우습게도 노란빛으로 물들어가는 나뭇잎 사이에 앉았던 새가 날지 않았다면 찾기가 힘들었을 뻔 했습니다.
까만 종자를 따먹으려 나뭇가지 이곳저곳을 잽싸게 이동을 하는 동박새들의 모습이 마치 곡예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난데없이 여기저기서 툭 툭 잎과 함께 열매들이 떨어집니다.
나무가 매달고 있던 잎과 열매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니 산책로에는 나무의 너비보다도 넓은 낙엽이불이 깔리더군요.
그리고 낙엽이불에선 알싸한 향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동박새들이 묘기를 부리며 가지에 매달린 열매들을 따먹는 사이 그보다 몸집이 큰 큰부리까마귀들은 바닥에 떨어진 열매들을 편하게 주워가더군요.
까만 종자가 유난히 많이 달린 열매를 쥐어든 큰부리까마귀가 근처 보리수나무 가지에 앉아 큰 부리로 자그마한 종자들을 하나하나 쪼아 먹는 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우습습니다.
알싸한 향기 피어오르는 산책로에서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자니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붉은 빛을 발하는 열매들이 진한 인상으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