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을 같이 즐긴 까치

2012-02-10     한라생태숲

 

 

 

햇살이 비껴가는 사이에도 눈은 흩날리고 있습니다.

어제 만큼은 아니나 심심찮게 내립니다.

수생식물원은 다시 하얗게 변해버렸는데 블랙홀처럼 갈대가 자리 잡은 곳은 얼지 않았습니다.

 

 살얼음 동동 떠 있는 그 곳에서 갈대의 줄기 밑 부분마다 달라붙은 하얀 눈덩이들이 마치 군도(群島)처럼 보입니다.

깊지도 않은 물이 참 어둡게도 보이는군요.

 

 드디어 햇살이 쨍하고 비칩니다.

눈이 부시군요.

이 순간을 같이 할 존재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아 그런데 그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까치 한 마리가 나무에서 내려와 총총거리며 눈밭을 거닐어 줍니다.

 총 총 총 총~

뽀득 뽀득 뽀득~

쑤욱~!

까치만 바라보며 쫓아가다가 그만 도랑에 발이 빠져버렸습니다.

까치가 그 꼴을 보고 웃었던 것도 같습니다.

 

 까지는 이미 날아갔으나 다시 까치의 발자국을 따라가 봅니다.

 따끈따끈한 까치의 발자국입니다.

앞으로 길게 찍힌 발가락이 3개 그리고 뒤로 찍힌 발가락이 1개, 총 4개의 발가락을 가졌군요.

이렇게 가까이서 발자국을 본 적 없으시지요?

보통 오리나 꿩처럼 땅 위에서 생활하는 새들의 발자국은 앞발가락만 3개가 찍히는데, 까치나 멧비둘기처럼 나무위에 앉거나 둥지를 트는 새들은 뒤로 난 발가락까지 4개의 발가락이 찍힙니다.

나무에 앉을 때 가지를 움켜쥐기 때문에 사람의 엄지손가락에 해당하는 1번 발가락이 뒤쪽으로 발달한 것이지요.

 


뭐 발가락이야 어떻게 생겼든 눈밭에서 햇살을 같이 즐겼던 존재가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자료제공=한라생태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