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비석에 꽃(돌에 생기는 이끼를 뜻함)이 잘 피는..하례1리 채석장

올레에는 비석을 만들기 위해 다듬다 중단한 석재 10개가 나란히 쌓여 있다.

2020-06-14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하례1리 채석장

 

위치 ; 남원읍 하례리 산137번지 서쪽 효돈천.
유형 ; 생산기술유적
시대 ; 일제강점기~대한민국

 

 

 

하례1리 효돈천을 낀 걸서악(걸쇠오름)의 경사 90도에 가까운 직벽 암석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채석장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일명 걸서악 소(沼)안밭 채석장이다. 1900년경부터 성행했던 이곳의 석재업은 주로 묘소의 비석, 기념비, 공적비는 물론 돝도고리 등 생활용구와 건축용 자재 공급처이기도 했다.

도내에서는 이곳을 비롯해 안덕면 등 3~4곳에서 비석용 채석이 이루어졌다. 암석이 비교적 단단하고 암석조직이 연회색이고 치밀하여 비석에 적합한 석재가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또 이곳 돌로 비석을 만들면 비석에 꽃(돌에 생기는 이끼를 뜻함)이 잘 핀다고 한다.


하례리 주변 산소의 비석은 거의 모두 소안밭채석장에서 나온 것이며 현장에서 돌을 깨고 다듬고 숫돌로 밀어 완제품을 만들었으며 비문도 직접 새겼다.

암벽에서 로프를 이용하여 채석하던 중 인명사고도 있었다. 여기서 생산된 비석들은 대부분 산남 지역에 공급되었으며 허(許), 현(玄), 강(康), 문(文)씨 집안 몇몇 분이 농한기를 이용해 부업으로 삼았다.(2001, 현권성 노인회장. 75세)


채석장에는 지금도 비석 잔해가 곳곳에 남아 있으며 깎여진 절벽 암석이 난대활엽수림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1970년대 들어서며 환경보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육지부에서 오석(烏石)이 반입됨에 따라 채석이 중지되어 계속 기슭도 식물에 뒤덮여 옛날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2001, 효돈천 44쪽)

채석장의 바로 서쪽 절벽 위쪽에 있는 김봉진씨(1949년생)의 선친도 비석 새기는 일을 했었다고 하며, 지금도 그 집 마당에는 새겨 놓았는데 찾아가지 않은 비석 1개가 있고, 올레에는 비석을 만들기 위해 다듬다 중단한 석재 10개가 나란히 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