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명산의 종결은 공룡능선.. 산은 여유이고, 건강이고.치유이고, 배려다.."

[기획특집2]김승태 선생의 산(山)과 오름, 그리고 대한민국 100대 명산 답사기

2020-09-24     김승태

 

 

제주의 오름 저자인 김승태 선생이 한라산둘레길에 대한 제반 사항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한 후 다시 산과 오름에 대한 정의를 정리한 옥고를 보내주셨다. 내용은 제주도의 산과 오름에 대한 정의와 함께 우리나라 100대 명산 답사기가 포함됐다. 많은 사람들이 백두대간과 100대 명산 탐방에 나서고는 있지만 실제로 이에 대한 글을 접하기도 힘들다. 제주의 오름의 의미와 100대 명산에 대한 대강의 내용을 감상해 보기 바란다(편집자주)

 

대한민국 100대 명산
 
  산림청에서는 ‘2002 세계 산의 해’를 기념하고 산의 가치와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기 위하여 ‘산의 날’ 및 ‘100대 명산’을 선정 공표(2002. 10.)하였다.

산림청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은 학계, 산악계, 언론계 등 13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추천받은 150개의 산과 산악회 및 산악 전문지가 추천하는 산,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선호도가 높은 산을 대상으로 산의 역사. 문화성, 접근성, 선호도, 규모, 생태계 특성 등 5개 항목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심사 후 선정됐다.

100대 명산에는 국립공원, 도립공원, 군립공원 등 지역에서 56개, 또 가리왕산, 운장산, 황악산 등 생태적 가치가 큰 산(16)과 역사, 문화, 경관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한 산(28)이 포함되어 있다.

 

☞ 산림청에서 100대 명산을 선정한 후 블랙야크에서는 21곳, 한국의 산하에서는 9곳, 월간 ‘산’에서는 19곳을 각각 조정해 별도의 100대 명산을 정했는데 그러다보니 대한민국의 명산은 149곳으로 늘어나게 되었고, 이에 산꾼들의 명산 산행 목표를  149곳으로 수정하기도 한다. 


  제주오름 368곳을 완등하고서 대한민국의 산으로 눈길을 돌렸다. 제주오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육지부 산의 첫 산행은 우연한 기회의 무등산(2004. 08.)이었고, 그 여운은 국립공원(17곳) 정복(?)을 넘어 100대 명산까지 이어졌는데  대장정의 막을 황석산(2013. 11.)에서 내렸다.

 


  100대 명산에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산행은 ‘첫 나들이 무등산(2004. 08.), 사량도 지리산(2008. 05. / 2016. 05.), 지리산 무박 종주(2012. 05.), 100번째, 황석산((2013. 11.), 그리고 설악산 공룡능선(2014. 07.)과 손주들과의 한라산(2014. 09.)이다. 100대 명산 산행의 발자취들은 2020년 8월에 A4 크기 600쪽 분량으로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山行記’에 담았다.


☞ 지리산 무박 종주(2012. 05.)
  1,500m가 넘는 봉우리만도 16∼20여 곳을 오르내리는 한 번의 산행은 무엇을 남겨 주었을까? '산행에 대한 묘미 터득, 자신과의 싸움에서의 승리,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산행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 그리고 살아감에서의 지혜로움과 원숙 등' 여러 답들이 있겠지만 '아! 지리산 무박 종주' 이 한 마디가 모든 것을 함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100대 명산 산행의 일환으로 도전한 지리산 무박 종주, 그런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대한민국 100대 명산 산행이 마무리되고 나면 더 이상 다른 산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것만 같다. 

그 대신에 대한민국의 명품길들을 걸으며 길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보고 싶다. 그 이면에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체력의 한계도 있겠지만 '지리산 무박 종주'의 감동 그 이상을 다른 산들에서 얻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후지산을 한 번도 오르지 않은 사람은 바보다. 그리고 두 번 오른 사람은 바보천치다."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이와는 상황이 다르겠지만 한국인으로서 '지리산 무박 종주'를 시도해본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가치 있는 일일 것이고, 두 번 이상은 그 감동이 반감될 것 같기에 무의미할 것만 같다. 

 

☞ 설악산 공룡능선(2014. 07.)
  봉우리 따라 이어지는 가파른 능선을 몇 번이나 오르내렸을까? 기준점이 된 대청~중청의 능선은 점점 멀어지고, 가까이로는 범봉~1275봉, 멀리로는 울산바위~권금성이 시시각각 모양새를 달리하면서 다가섰다 멀어졌다를 여러 차례 반복하였다. 등산길에서 만난 몇몇 산꾼들과 주고받는 인사말은 격려가 아니라 위로가 어울렸다.


  공룡능선, 아마추어 등산인들에게 산꾼의 경지에 올라서는 관문 같은 코스가 '지리산 종주'라면, 공룡능선은 '대한민국 100대 명산 산행의 종결? 아니면 마침표!'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19.1km, 15시간 10분. 힘이 들었던 만큼 그 여운은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대한민국 100대 명산 산행은?


  100대 명산 산행을 위한 뭍 나들이는 10년 동안 어림잡아 50여 회, 길다고 하면 긴 시간이었다. 100대 명산의 높이를 합친 게 96,957m이니 한라산의 50배를 오르내린 셈이다. 찾아가는 곳곳마다 대한의 산하는 예상보다 너무 아름다웠기에 소요경비가 아깝지 않았다

 

 

대한민국 산꾼들의 꿈 하나 100대 명산 산행, 단순히 영국의 산악인 조지 말로리의 ‘산이 거기 있어 오른다.’'라는 명언이 전하는 의미만은 아닐 것 같다. 그렇다면 산의 이미지는 무얼까?
 

  산은 여유이다. 시간과 경제의 밑받침이 이뤄져야 접근할 수 있다.
  산은 건강이다. 심장, 관절, 두 발 등이 허락해야만 정복할 수 있다.
  산은 치유이다. 살아감의 번뇌들을 씻어낼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산은 배려이다. 헐떡거리는 순간에도 남을 보살핌은 감명을 안겨 준다.  

 

  대한민국 100대 명산 산행에는 오름오르미들 회원들은 물론 산을 좋아하는 동창들과 포병 제503대대의 군 동지들, 그리고 부산운봉산악회 회원들의 배려가 큰 도움이 되었다. 산행을 함께 한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고마운 말씀을 드린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