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 황민화(皇民化) 교육 반항..귀덕1리 애국지사 고태리 묘(이장) 터 

고인의 공훈을 기리어 1995년에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하였다.

2023-03-26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귀덕1리 애국지사 고태리 묘(이장) 터 

위치 ; 한림읍 귀덕리 493-3번지.
시대 : 일제강점기
유형 : 무덤

 

 

고태리(髙泰利) 지사는 1912년 9월 24일 한림읍 귀덕리 중동(中洞)에서 아버지 고창주 어머니 김여해의 4남 2녀중 4째 아들로 태어나, 구우공립보통학교(현 한림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928년 4월 1일 제주농업학교(濟州農業學校=현 제주고)에 입학하여 공부에 열중하였다.

그러나 당시 일본인 교장은 한국 학생에게 민족적 열등감을 부추기는 한편 그에 대항하는 학생을 가차없이 퇴학시키는 등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1929년 11월 3일 전남 광주에서 일제에 저항하는 학생 운동이 거세게 폭발하여 1930년 한 해는 전국적으로 학생 운동이 파급되었다. 제주도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중등학교로는 제주공립농업학교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 학교의 재학생들도 이런 분위기에 휩싸여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학생 중에 김원요ㆍ양두옥ㆍ신창진 등은 3학년이 된 후 평소 소위 일본 천황의 칙어(勅語)를 학교 의식 때에 봉송(奉誦)을 해도 전혀 묵도(黙禱)를 하지 않아 교사들로부터 주목받고 있었는데 1931년 3월 6일 졸업 사정회(査定會)에서 사상이 불순하다는 이유로 졸업 예정자 김원요(金源堯:21, 조천)를 제적(除籍) 처리하고 신창진(愼昌珍:18, 월정)과 양두옥(梁斗玉:18, 신창)에게 유급(留級) 조치를 내렸다.

동년 3월 7일 졸업식 날에 김원요는 교무실에 들어가 담임인 일본인 교사 야마가와(山川助夫)에게 부당한 조치에 강력히 저항하였다.

담임은 경찰에게 알리니 그를 체포하여 제주경찰서에 수감해 버렸다. 이를 알게 된 유급당한 동창 신창진과 양두옥은 동월 9일 교장실로 찾아가 교장 스기사키(杉崎勝藏)에게 유급 조치의 부당함을 항변하고 일본군 육군 소위이며 교사인 모리다(森田親厚)에게 일격을 가했다.

이어서 홍계표(洪季杓:21, 귀덕)는 교사 다카하시(高橋)와 야마가와(山川)에게 학우 김원요의 수감에 대해 부당함을 따질 때 교사 최계순(崔季淳)은 '선생에 대한 불손한 태도가 그러냐?'라고 문책했다.

이에 홍계표는 큰 소리로 외치자 이를 신호로 고태리(泰利:20, 귀덕), 양두옥, 고운석(高雲石:23, 조수), 현도선(玄道善:21, 하도), 김두진(金斗珍:20, 두모), 신찬익(申璨翊:20, 대림) 등은 일제히 교무실로 들어가 모든 공공기물을 집어던지며 또 양치삼(梁致三:21, 대림) 등은 교장실로 들어가 닥치는 대로 박살내었다.

또한 이들은 식민지교육 철폐, 민족차별 반대, 구속된 선배 석방 등을 요구하는 격문을 곳곳에 붙였다. 뒤 이어 전교생이 궐기했다.

이는 일본인에 대한 적개심과 학교 당국의 황민화(皇民化) 교육에 대한 반항심의 발로였다. 그들은 3월 9일 일본 경찰에 의해 모두 체포되어 1931년 8월 29일 광주지법 목포지청 검사분국으로 송치하였다.

이른 바 폭력 행위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아 항소하니 1932년 3월 1일 대구복심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 유예 5년을 선고받아 미결 기간 약 1년 동안 옥고를 치렀다.

졸업식이 끝나고 일어난 일이라서 졸업은 인정된 상태였으나 김원요, 양두옥, 신창진은 끝내 졸업장을 받지 못하였다.

고태리 지사는 석방되었으나 모진 고문의 여독으로 말미암아 의식불명인 채 출옥 후 한 달만인 1932년 4월 9일 순국하였다. 지사께서 순국하시자 혼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부인 조신생 여사도 울화증으로 시달리다가 4년 뒤 영면하였다.

정부에서는 고인의 공훈을 기리어 1995년에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하였다.

현충원 홈페이지에는 대전 유성구 갑동 대전현충원 애국지사 4묘역-472에 2012년 4월 6일에 애국지사 고태리의 묘가 안장되었다고 되어 있어 여기 있는 묘는 가묘로 추정된다.(비문 내용, 제주도청 홈페이지, 한국학중앙연구원, 제주고씨 홈페이지, 귀덕리사무소의 안내판, 현충원 홈페이지)
《작성 16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