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정당당한 청렴(淸廉)

양은숙 서귀포시 동부보건소장

2016-10-06     양은숙

“오랜만이야.”
처음 공직생활에 발을 들여 놓을 때 만난 괸당이다. 언제나 그를 만나면 반가움부터 앞선다. 나는 반가움의 해후를 한 술 밥으로 나누려고 발걸음을 재촉하다가 주춤 멈췄다.

“지금 걸리면 김영란 법 시범케이스래.”
공직자 둘만 모이면 하던 말이 불현 듯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행정기관 주변 음식점은 가격과 상점의 물건 값에 변동이 생기기까지 했다. 참 씁쓸하다.

식당 앞이다. 간판이 “괸당네 식당”
내가 사는 제주도는 선거철이면 당이 하나 더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할 정도로 괸당 문화가 뿌리 깊이 박힌 지역적 특색이 짙다. 게다가 한 집 건너 두 집만 지나도 벌써, 사돈에 팔촌이고 보니 몸을 사린다고 사려질 것이며, 밥 한 끼 먹자는데 선 듯 응하지 않아 상대방의 마음을 언짢게 한다.

“이렇게 맘 놓고 밥 한번 먹기도 이제는 그리 쉽지 않을 것 같아.” “그러게, 우리 퇴직하고 나면 회포를 실컷 풀자고.”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빙그레 웃는 인사로 디저트를 대신했다. 그와 헤어져 발걸음을 옮기며 문득 청렴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청렴(淸廉)은‘성품과 행실이 맑고 깨끗하며 재물 따위를 탐하는 마음이 없다. 는 뜻이다.
이러고 보면 나는 참 청렴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내 것이 없으면 문밖 나가는 것조차 어려우니 말이다. 나의 어머니는 제 것이 없으면 굶어죽을 사람이라고까지 했으니……. 이런 나의 성격이 형성되기까지에는 문신처럼 각인되어진 단어가 있어서 일 것이다.

정정당당!
내게 있어서 청렴은 정정당당한 것이다. 내가 내게 정정당당 할 수 있는 삶, 그것이 곧 청렴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우리 모두가 정정당당 하면 청탁도 없고, 유혹도 없다는 것이 나의 옳은 생각이라고 본다. 그 어떤 미사어구의 청탁이 들어오고, 간과하지 못할 물질적인 유혹이 들어오더라도 정정당당한 사람은 마음과 행동이 흔들림 없이 올바른 삶을 영위하는 자 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자기 자신에게 정정당당할 수 있다면 우리는 청렴(淸廉)이라는 단어를 굳이 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정직하고 품위 있는 공직사회가 되리라 본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마음은 기분 좋은 포만감이 밀려들면서 가을하늘처럼 정신마저도 맑아진다.
정정당당한 청렴(淸廉)
참 좋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