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세계7대자연경관, 국가적 추진에 대한 우려

고권일(강정마을 주민)

2011-02-15     고권일



 

세계7대자연경관 이벤트를 주관하는 곳은 공신력 있는 국제적인 기관이 하는 것이 아닌, 스위스의 한 민간단체인 세븐원더스다.

즉 순수한 민간단체의 흥미위주의 이벤트에 우리나라정부는 국가적인 지원을 통해 이 이벤트에 제주도를 세계7대자연경관으로 등재하려 하고 있다.

이 단체가 그전에 실시한 뉴 세븐 원더스 세계7대불가사의 이벤트에 선정된 고대건축물들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 관광객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범국민추진위원장인 정운찬 前총리의 말을 빌려보면 ‘단군 이래 최대로 명예로운 사업’이라며 전 국민과 해외동포들도 이 이벤트에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청와대도 앞장서고 여·야 구분 없이 초당적으로 이 이벤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참여하는 모습도 보인다.

제주도가 전 국민에게 이만큼 관심 받아본 적이 유사 이래 있었을까 싶다.

일 전에 서귀포시청에서만 투표하기위한 전화료가 1억이 넘는다는 소식이 들리자 아연 할 수밖에 없었다.

한 술 더 떠서 제주시장은 서귀포시 공무원을 본받아야 한다고 일장 훈계까지 했다고 한다.

이 추세라면 11월까지 제주도 투표수만 수백만은 가볍게 넘을듯하고 전국의 공무원들이 매일같이 투표하면 일반국민이 참여하지 않아도 1억의 투표인수는 넘지 않겠는가.

이 쯤 되면 정부가 공무원동원과 초당적 지원을 통해 세계7대자연경관 이벤트에 제주도를 등극시켜 놓고 얻으려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그 것이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제주특별자치도는 국제자유도시를 만들기 위해 구성된 현 지방자치법상 할 수 없는 사업을 해내기 위한 특수지구로 만들려는 행정구역이다.

국제자유도시는 그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모든 사람이 자유를 누린다는 뜻이 아닌 국내외의 각종기업과 자본들이 투자에 제약을 받지 않는, 즉 도박산업이나 비영리부분인 교육과 의료산업에도 자유롭게 투자 할 수 있는 도시를 뜻한다.

한마디로 신자유경제와 뉴라이트계열의 총본산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내 돈 가지고 내가 사업하는데 누가 말려?’ 라는 심보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이제 왜 정부가 나서면서까지 세계7대경관에 제주도를 등극시키려는지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다 아실 것 같다.

제주도가 국제적인 관광지가 될 수밖에 없는 세계7대경관에 등극하면 현재 제주도에서 추진하는 관광특구가 더욱 가속화되고 그 안에 건설되려는 첨단의료단지(영리병원)와 각종 향락산업(내국인 카지노, 경빙장 등) 추진의지가 강한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의 공공의료를 무너뜨릴 영리병원과 도민의 삶을 파탄으로 몰고 갈 내국인 카지노와 각종 도박산업, 그리고 공교육을 무너뜨리는 영리학교(국제영어도시)들에 대기업의 자본들이 마음 놓고 투자케하여 농민들의 터전인 농지를 빼앗고 그 후손들은 어쩔 수 없이 대기업과 거대자본가의 노예가 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게 만들려는 제도가 국제자유도시 제주특별자치도인 것이다.

도민들의 반발을 잠재우며 공공복리를 파괴하는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기위해 풀뿌리민주주의 기초단체인 시의회를 없애고 시장임명제를 만들어낸 제주특별자치도의 그 취지 때문에 시장직선제 및 시의회 부활은 허용해서는 안 되는 제도라고 한다.

이런 제도하에서 직선제 시장이 부활 한다고 해도 자치 시에 아무런 조례제정권과 자치예산이 없기에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국제자유도시가 폐기되고 특별자치도가 과거의 제주도로 회귀되지 않는 한 제주도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 마음대로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을 마음 놓고 추진하려고 만든 특별자치도이니 안보적 정당성도 부족하고 경제적 효과도 불투명한 해군기지사업마저도 밀어붙이기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던가.

서귀포일대 해안절경이 훼손될 수밖에 없고 조류흐름의 특성상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연산호군락지에 재앙이 될 대규모 항만사업인 해군기지건설과 세계7대경관에 등재하려는 노력이 모순을 일으키는데도 추진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것은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라는 자리가 정부의 실험적 정책의 진두지휘자의 역할에 불과 하기 때문이 아닌가.

물론 개인적으로 필자도 제주도가 세계7대경관에 뽑힌다면 영광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제주도가 세계적 명승지중 한 곳이 되는데 당연히 기쁜 마음으로 투표를 한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직접 전화를 걸어 투표도 했다.

하지만 우리 손으로 만든 7대경관이 아닌 세계인의 손으로 뽑아준 7대경관이라면 더욱 명예롭지 않겠는가.

지금처럼 정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7대자연경관이라는 명예는 오히려 제주도민의 삶을 핍박으로 몰고 갈 것 같아 투표한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