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문화공원’의 ‘곶자왈 죽이기’..도 넘었다

(현장취재2)번듯한 앞과 무지막지한 뒷모습.. 경악할 ‘나무 못 철조망’ 현장

2009-07-13     고현준 기자




나무에 못을 박아 쇳물로 아름드리 나무들이 시커멓게 죽어가고 있었다.
못을 박는 것도 모자라 쇠줄을 감아놓아 쇠줄이 나무 살 속을 파고 들어가고 있었다.


경계를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나무들에 못을 박은 철조망은 인간이 자연에 대한 경시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하는 비극의 현장이었다.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돌문화공원의 경계철조망은 곶자왈을 말살하는 죽음의 현장에 다름 아니다.
이미 죽어있는 나무들. 나무들에게서는 피고름이 흐르고 밤마다 울부짓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돌문화공원. 제주도가 만드는 가장 훌륭한 문화자원이 되어야 할 이곳이 겉으로는 번듯하게 만들어지고 있지만 뒤로는 나무에 못을 박아 형벌을 주는 이중적인 양면성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어린 나무 늙은 나무 할 것없이 철조망이 필요한 곳에 있던 나무는 여지없이 못의 형벌을 받았다. 살속을 파고 드는 철조망의 흔적들.

환경에 대한 제주도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현장.

아무도 없는 곳에서라면  누가 보지않는 곳에서는 아직도  벌어지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기가 막힐 현장이었다.

돌문화공원. 문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돌문화공원이 ‘문화라는 말이 붙은 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을 만들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은 심정이다.


돌문화공원 뒷쪽은 곶자왈지역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도 아니다.
눈에 보이는 곳만 가꾸면 되고 눈에 띄지 않는 뒤쪽이야 파괴가 되건 나무가 죽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태도다.

 


이곳에 약초를 캐러 매년 다닌다는 한 약초꾼은 “이곳 곶자왈은 약초가 많아 약초꾼들이 많이 다니던 곳”이라고 말하고 “봄 까지도 철조망이 없었다”며 “만든 지는 5-6개월 정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못박힌 나무가 검게 되는 건 나무에 가장 나쁜 녹 때문”이라고 말한 이 약초꾼은 “지금 보이는 곳은 일부분이지만 아마 속은 커다랗게 썩어가고 있을 것”이라며 “나무에 못을 박으면 나무는 2-3년내에 다 죽는다”고 지적했다.

쇠줄이 나무 속을 파고드는 건 곶자왈지역에는 햇볕이 잘 들지 않아 빠른 시일내에 나무속을 파고들게 된다는 설명.

 

 


특히 이곳 곶자왈지역이 많이 파괴된 것은 조경업자들이 몰래 캐어가는 돌 때문이라는 지적도 했다.
예전에는 모든 곶자왈지역에 돌들이 쌓여있었으나 숨골이 보일 정도가 된다는 건 이미 많은 돌을 빼 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한곳에서 우연히 무더기로 발견한 올무는 노루를 잡기 위한 덫인 것 같다는 분석.
하나 두 개도 아니고 한 곳에서만 5-6개의 올무가 있는 걸로 봐서 곳곳에 쳐진 올무로 인해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죽어갔는지 알 수도 없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나무 못 철조망 시설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 관계자는 “당장 행정시에 제거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