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붉은오름(가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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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붉은오름(가시리)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1.17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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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569m 비고:129m 둘레:3,046m 면적:585,044㎡ 형태:원형

 

붉은오름(가시리)

별칭: 적악(赤岳)

위치: 표선면 가시리 산 158번지

표고: 569m 비고:129m 둘레:3,046m 면적:585,044㎡ 형태:원형 난이도:☆☆☆

 

 

 

뚜렷한 화산체의 입지를 지녔고 자연휴양림을 더 빛나게 하는 오름...

화산체의 색이나 외형상의 모습을 두고서 검은(거문. 黑岳)오름이라고 부르는 몇 곳이 있는데 붉은오름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적악(赤)이나 흑(黑)악처럼 불리는 것은 오름의 지질 색상과 관련을 한 경우와 숲이 우거진 모습을 멀리서 봤을 때의 색채감을 고려하여 붙은 별칭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경우의 오름들 대부분에서 붉은색을 띤 스코리어(송이류)나 화산재를 포함하는 흑색의 흙만으로 구성된 오름을 보기는 힘들고 대부분 섞여 있다. 또한 과거와 달리 오름을 터전으로 자리를 잡은 수림과 잡초 등이 바닥과 기슭을 차지하고 있어서 명칭과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연유 때문인지 별개의 명칭을 지닌 오름들도 있다. 붉은오름은 동명인 곳들도 있는데 애월읍 광령리 국공 내를 비롯하여 신양리 섭지코지와 웃(윗)세오름 중 하나, 가시리 남조로변 등에도 붉은오름이 있다. 그 외에도 일반적으로 부르는 명칭 외에 별칭으로 붉은오름이라고도 부르는 곳이 있으며 한라산 자락 아래의 흙붉은오름도 비슷한 경우이다.

이들 중 가시리의 붉은오름은 과거에 비하여 그 입지가 많이 살아났으며 찾는 이들도 많아진 게 사실이다. 남조로변 사려니길 초입지와 관련하여 관심이 더해졌고 특히나 근년에 붉은오름 자연휴양림이 개장되면서 유명해진 오름이라 할 수 있다.

오름 탐방로의 정비가 이뤄진 후 붉은오름을 연계하는 상잣성 산책로와 더불어 말찻오름을 거치는 해맞이길이 만들어지면서 휴양림만큼이나 오름의 인기도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붉은오름과 관련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 또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오름의 바닥 층이 붉은 흙 등으로 되어 있어서 적(赤)악이라고도 부르지만 산책로에서 특별하게 붉은색을 찾아볼 수가 없는 데다 울창한 숲이 있고 휴양림 개장 이후 친환경 매트와 목재 계단이 깔린 때문에 명칭에 썩 어울리지는 않는 편이다.

한라산의 줄기만을 놓고 볼 때 사라오름과 성널오름을 거쳐 북쪽으로 이어지는 형세이며 행정구역 상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지금의 남조로가 없던 시절이라면 물영아리와 여문영아리를 비롯하여 그 서쪽으로 가문이와 쳇망, 구두리 등이 함께 어우러진 형세이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지금은 떨어져 있지만 이들은 한데 어우러져 오름의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129m의 비고(高)가 말해주듯 규모와 높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가 있으며, 원형의 화산체로 구분을 하고 있으나 말굽형과 원형이 함께 이어지는 복합형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북사면이 정상부이고 남사면 방향으로 흘러내린 형태를 취하면서 가운데로 원형의 화구를 이루고 있는데 굼부리 안쪽은 울창한 숲으로 인하여 진입이 어려운 상태이다. 원형으로 이어지는 오름 능선을 따라서 한 바퀴 둘러볼 수 있으나 전망 데크 외에는 사방을 살필만한 공간이 없는 편이다.

그만큼 숲이 울창하고 화산체의 외부는 물론 굼부리로 이어지는 안쪽 기슭 역시 잡목과 넝쿨 등이 장악을 하고 있어 외부로의 공간 막힌 상태이다. 다만, 이러한 환경적 요인으로 인하여 탐방의 깊고 그윽한 맛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어쨌거나 붉은오름은 이 산 체외에 힐링 산책로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붉은오름 탐방기-

휴양림에 들어서고 주자장과 매표소가 있는 위치에서 화산체가 보인다. 과거 휴양림이 생기기 전에는 남조로변 사려니숲길 초입을 통하여 진입을 했었으나 지금은 통제가 된 상태이다. 사실상 그 방향의 진입은 통제가 된 상태이며 지금으로서는 이곳을 출발하는 오름 탐방만 가능하다.

그러면서도 붉은오름을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눠진다. 상잣성길을 따라 둘러본 후 후반에 오르는 경우와 바로 좌측으로 이어지는 오름길 진입로의 삼나무 숲을 지나는 과정으로 선택해도 된다. 그러나 휴양림 내에 들어온 이상 다홍치마를 걸치기 위해서는 상잣성길을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시간과 체력적인 문제가 없다면 상잣성길에 이어 해맞이길을 지나 말찻오름을 순환한 후 마무리로 붉은오름을 오르내리는 것도 좋다. 오름 진입로까지 긴 거리는 아니지만 중간에 삼나무 숲을 지나게 된다. 휴양림 개장을 준비하면서 데크 산책로를 만들었고 친환경 매트가 깔린 곳은 일부 잘린 나무들을 이용하여 경계 표시를 하였다.

붉은오름을 오르는 경사가 만만치 않은 만큼 아무래도 이곳을 지나는 동안 워밍업을 하는 장소로 여겨야 한다. 상잣성길로 이어지는 산책로에서 오름으로 오르는 갈림길이 있으며 입구에 안내문이 있는데 상잣성길이나 해맞이길을 거쳐 올 경우는 반대 방향이 된다.

얼핏 보기에도 경사가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는데 그나마 목재 데크와 친환경 매트를 따라 오르게 되므로 적당히 쉬면서 진행하면 된다. 정상부 도착을 앞두고 양 방향으로 길이 나눠지는데 좌측은 바로 정상 전망대로 이어지고 우측은 등성마루를 따라 한 바퀴 돌고 전망대로 가는 경우가 된다.

어느 방향을 선택하든지 지금의 원점을 다시 만나게 되지만 이왕지사 좌측을 먼저 오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식나무가 어린잎을 내밀었다. 경사를 따라 오르는 동안 가쁜 숨을 몰아쉬었는데 잠시 쉬어가는 핑계로 안성맞춤이 되었다. 정상이 얼마 안 남았지만 온통 초록의 물결을 헤쳐 오르다가 환경의 변화를 만난 탓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별한 색채로 꽃처럼 돋아난 어린순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가다듬었다. 이 시기 정도에 참식나무가 군락을 이룬 곳에 가면 마치 꽃을 피운 모습으로 착각하게 만들기도 하는 이색적인 나무이다. 정상 도착을 앞두고 머리를 쳐드니 까마귀 한 마리가 앉아 있었는데 녀석은 셔터 소리에도 아량곳 하지 않고 한동안 기둥지기 노릇을 했다.

붉은오름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텃새가 텃세를 부린 것일까. 이미 상잣성길과 해맞이길을 거쳐 말찻오름을 지나오는 동안에 한낮의 중심이 되었다. 말찻의 전망대인 해맞이동산에 비하여 가시거리는 더 안 좋아졌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린 데다 기온이 더 올라간 때문에 전망 놀이를 하기에는 한계가 따랐다.

그래도 올라온 이상 여문영아리와 물영아리를 시작으로 천천히 오름 군락과 일대로 눈을 돌리니 거린악과 머체오름 등도 비교적 가깝게 보였다. 우측의 좀 더 먼 곳을 바라보니 동수악과 흙붉은오름도 사정권 안에 들어왔지만 희미하게 형태만 보였다.

숲으로 가려져 바로 건너편은 볼 수 없지만 남조로가 생기기 이전에 이웃처럼 함께 어우러진 오름들이 있다. 가문이와 쳇망오름 등이며 그나마 비스듬한 방향으로 구두리 오름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돌아서서 건너편 등성과 그 너머를 바라봤다. 신록의 계절을 앞두고 오름은 숲을 이뤘고 좀 더 진한 푸른빛으로 색칠이 되고 있었다.

건너편 등성 주변을 따라 아래로 이어지는 기슭은 얼핏 눈으로 보기에도 원형의 굼부리를 확인할 수가 있다. 일부에서는 원형과 별도의 말굽형이 이어지면서 복합형이라는 내용도 전해지고 있으나 식별에는 한계가 있었다. 사실 굼부리 주변 역시 빽빽하게 들어선 잡목들 때문에 이를 확인하기란 여간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올라온 방향을 따라 맞은편으로 바로 내려가면 좁게 탐방로가 나 있는데 등성마루를 따라 한 바퀴 돌아보게 될 차례이다. 오름과 숲 탐방의 깊고 그윽한 맛을 느낄 수가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울창한 숲과 좁은 길은 더러 불편함도 따를 정도이다. 오가는 사람 한 명 못 만났고 간간이 까마귀가 짖어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고요함을 깨울 정도는 못 되었다.

 

몇 번씩이나 찾았던 익숙한 곳이지만 새삼 한적함의 정도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봄의 중심에서 성숙을 향해 힘차게 도약을 하는 나무들의 모습에서 그런 느낌이 든 것이다. 유난히도 진하게 풍겨오는 상산나무 향은 취할 정도였지만 애써 킁킁거리며 진행을 했다.

남동쪽 등성마루에 의젓하고 위엄있게 자리하고 있는 거석(巨石) 기암은 붉은오름지기라도 되는 양 시선을 끌었다. 그 아래에는 마치 궤처럼 열린 공간이 있으며 굼부리로 이어지는 경사를 차지하고 있다. 돌출된 부분만도 높이가 10m 가까이 되는데 이런 환경을 터전으로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은 식물들은 그저 대견하고 신비스러울 따름이다.

위치로 본다면 전망대의 반대편 정도이며 휴양림 코스가 개설되기 이전에는 남조로에서 지금의 사려니길 입구 방향을 초입지로 대부분 선택했었다. 등성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올라올 때 만났던 갈림길에 도착이 되었다. 이후 부득이 백(back) 코스를 통하여 내려가게 되지만 그래도 이전에 분화구 정상을 둘러보는 과정이 있어 지루함은 덜하다.

근년에 이곳 휴양림을 출발하여 말찻오름를 순환하는 해맞이길이 개설된 것은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다. 오름 탐방을 즐기는 편이거나 도보여행자들로서는 자연인이 되는 지름길을 찾아서 등반화 끈을 조여 매고 나설 수밖에 없다.

결국 붉은오름 휴양림은 이제 상잣성숲길과 더불어 해맞이길이 추가로 구성이 되어 찾는 이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 셈이다. 이곳들을 중심으로 하여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새로운 탐방과 걷기 여행의 메카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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