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붉은오름(광령리2)
상태바
[오름이야기]붉은오름(광령리2)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1.18 23: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고: 1,061m 비고:136m 둘레:2,473m 면적:411,978㎡ 형태:말굽형

 

붉은오름(광령리2)

별칭: 적악(赤岳)

위치: 애월읍 광령리 산 18-2번지

표고: 1,061m 비고:136m 둘레:2,473m 면적:411,978㎡ 형태:말굽형 난이도:☆☆☆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채 깊은 숲에 에워싸인 화산체 ...

 

붉은오름이나 거문(검은)오름이라는 명칭은 대부분 화산체의 잔해들 중 화산재나 흙의 색깔과 관련하여 명칭이 붙었다. 이 때문에 적악(赤)이나 흑악(黑)으로 표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의 애월읍 광령리 소재의 붉은오름은 다른 맥락이다.

과거 삼별초군이 여몽연합군과 최후의 항쟁을 하다가 삼별초군의 김통정 장군과 부하들이 자결한 장소로서, 이 당시 군사들이 흘린 피가 오름 일대를 물들였다고 하여 붉은오름이라고 부른다는 유래가 말해준다. 동명의 오름으로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내에도 있으며 한라산 윗세오름 중 하나도 붉은오름이며, 잘 알려진 제주 여행지 중 섭지코지의 등대가 있는 화산체 역시 붉은오름이다.

붉은오름은 한자로 적악(赤岳)이나 토(土)적악으로 표기를 하지만 잘 부르지는 않는다.  제주의 웃뜨리권(중산간)보다 해발이 높은 한라산 자락의 오름들은 늦가을에 더 매력을 느끼게 한다. 제 계절을 맞아서 울긋불긋 천연색으로 물들여지는 숲 안의 세상과 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주변은 황홀함 그 자체이다.

특히나 바리메오름 입구를 지나는 국유림 임도 주변은 단풍이 곱고 많기로 유명하여 가을형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대오름과 노로오름을 비롯하여 붉은오름과 천아오름 등이 그 대표적인 곳이다. 자연미가 잘 간직된 탐방로와 숲의 매력을 느끼는 동시에 주변의 전망까지 겸비한 가을형의 오름들이다.

하지만 이들을 만나는데 있어서 그 가치를 더 느끼게 하는 것은 오름을 찾아 들어가는 탐방로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특히 가을의 중심에서 만나는 탐방로는 단풍과 숲이 간직한 매력 때문에 당분간은 그리움의 오름앓이를 하게 만든다.

이들 중 붉은오름은 진입하는 동안만도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며 천연색의 물결을 실컷 보게 된다. 오래도록 숙성된 때문인지 자연의 깊고 그윽한 모습을 만나는 그 자체로도 만점의 탐방이 된다. 조미료를 필요로 하지 않은 채 자연 그대로의 레시피를 거친 숲과 화산체는 진정한 힐링 장소로 너무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인위적인 그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서 자연 그 이외의 문명의 이기는 어느 것도 접근금지를 명한다. 오직 찾는 이들에게만 그 풍요롭고 넉넉한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곳이 붉은오름이다. 그 세기는 늦가을에 더더욱 강해지기에 망설임을 떨쳐버리고 서두름을 선택하게 한다. 

 

 


-붉은오름 탐방기-

붉은오름 자체를 만나는 과정은 복잡한 편이 아니나 초입을 찾아가는 과정은 몇 곳으로 나눠져 있다. 천아오름을 지나 목장 지대를 따라 나오다 국유림 임도 사거리를 통하는 방법도 무난하며 바리메 입구를 지난 후 임도를 거쳐 입구에 갈 수도 있다.

이날은 한때 통제가 되었다가 한라산 둘레길 중 천아숲길이 생겨나면서 재개방이 된 임도를 이용하였다. 지나는 길에 천아오름을 오르내리고 이어가는 진행으로 하였는데 붉은오름에 도착을 하기도 전에 이미 단풍과 숲 속의 매력을 잔뜩 품었다. 길게 이어지는 탐방로와 계곡을 거쳐 붉은오름을 찾아가는 과정은 마치 숨은 오름을 찾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임도가 넓고 주변에 주차를 할 만한 공간이 있지만 낮은 경사를 따라 불과 몇 백 미터를 걸으면서 워밍업을 하는 것이 좋다. 임도를 따르다가 좌측으로 붉은오름 초입이 나오는데 입구에 페트병이나 빨강, 노랑 끈 등이 매달려 있으므로 참고하면 된다. 진입로의 시작점은 고랑처럼 패인 곳이 포함되는데 조릿대가 장악을 한 이 소로는 길이라기보다 집중호우 때 물이 흐르는 곳인데 오래도록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탐방로가 된 상태이다.

뚜렷하게 나타나므로 헤매거나 이탈을 할 염려는 없으며 이후 길 안내는 나무에 매달린 리본이나 끈의 몫이다. 바닥은 작지왓이나 자연의 흙길로 이어지지만 그 사이로는 조릿대가 호위병처럼 버티며 길을 터줬다.

자연의 세계에서 숲의 생태만을 생각한다면 한없이 얄미운 조릿대 군락이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도움이 된다. 천아계곡을 출발하여 천아오름을 오르는 동안 흐렸던 날씨이지만 점차 밝아지면서 여린 햇살조차 숲 안으로 스며들었다. 까마귀도 그런 날씨에 응대를 하는지 소리를 지르지만 결코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텃새가 텃세를 좀 부리는데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십여 분을 걸었을까. 단풍나무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고 참나무들도 천연색의 물결에 합세를 하여 분위기에 한몫을 했다. 하물며 떨어진 잎새조차도 운치가 있기에 밟고 지나칠까 말까를 고민하다 끝내 한쪽을 선택하여 훌쩍 넘었다. 아직은 더 많은 오르미들이 이곳을 지나게 될 것이기에 조금이라도 싱그러운 모습을 남기고 싶었다.

걷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험한 길도 아니고 경사가 느림보가 되라고 지시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되었다. 단풍이 우쭐대는 곳을 지나면 참나무와 여러 잡목들이 합세를 하여 걸음을 멈추게 한 것이다. 얼마 후 계곡에 도착을 했는데 이 주변의 모습만으로도 깊은 산중의 매력에 흠뻑 취하게 되었다. 곳곳에 작은 돌 웅덩이들이 있어서 물이 고인 곳도 있지만 건천의 시기에는 휴식의 장소이며 눈싸움의 터이다.

화산체의 기슭 가까이에 도착을 한 셈인데 비교적 평탄한 길을 걸었던 것에 비하여 이곳에서부터는 다소의 경사를 포함하는 진행을 해야 한다. 붉은오름을 만나는 시간이 다가오면서는 지금껏 진행한 과정과는 사뭇 차이가 나는데 심호흡의 정도가 다르고 체력적인 부담도 가증이 되었다.

136m의 비고(高)를 따르는 것이 쉬운 과정은 아니겠지만 환경의 변화가 이뤄지고 천연색 물결이 출렁이기에  큰 힘이 되었다. 간간이 멈춰 선 채로 바라보다가 셔터를 누르는 동안은 휴식의 핑계로 너무 좋은지라 몇 차례를 반복했다. 산 체의 허리를 지나는 동안에도 조릿대들은 실컷 방해를 했는데 이미 등반화와 바지 깃은 축축하게 젖었건만 무엇이 그리 불만이 많은지 심통을 부렸다.

주변을 살피니 굼부리로 이어지는 능선과 산 체의 허리가 갈라지는 곳이었는데 화려하지는 않지만 사방으로 유난히도 붉은 잎새들이 많이 보였다. 삼별초의 김통정 장군과 군사들의 흘린 핏빛이 흩어진 곳도 이쯤일까. 행여 그들이 흘린 피를 대신하여 돋아난 영혼들은 아닐까. 골리앗을 향한 다윗의 한없이 작은 모습으로서 투항보다는 자결의 길을 선택했던 그 장소는 아닐까.

정상 도착을 앞두고 돌아서니 건너편으로 산 체가 보였는데 말굽형 화산체의 면모가 드러났다. 멀리에서 바라볼 때는 원추형이나 원형처럼 보이지만 뚜렷한 굼부리가 있는 오름이다. 탐방의 진행 역시 정상부를 따라 능선을 타고 이어가게 되었는데 적악의 허리를 완전히 지나 마침내 어깨선을 차지하였다. 호흡을 추스르기도 전에 세상이 열려 두 눈을 빼앗아버렸다.

출발 때부터 흐린 날씨와 약한 가시거리 때문에 전망에 큰 기대를 하지 말라고 일행들에게 알렸는데 행복한 실수가 되었다. 같은 오름 전망일지라도 10부 능선에서 만나는 세계에는 보통 그 이상의 매력이 담겨있다. 삼형제 오름을 시작으로 노로오름 형제 등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붉은오름의 윤곽을 노로오름 정상에서 가장 뚜렷하게 볼 수 있듯이 저 또한 그렇게 대했다. 한동안 바라보다가 방향을 돌리니 이번에는 부악이 우쭐거렸다. 그래도 최고의 산이거늘 어찌 숨은 채 외면을 하겠는가. 천천히 움직이는 구름이 지나면서 마치 느리게 하나씩 겉옷을 벗어버리는 모습으로 응대를 해줬다. 붉은오름의 정상 자체에는 숲이 가려져 전망이 어렵다.

 

이렇다 할 표식은 없고 다녀간 일부 오르미들이 매달아 놓은 리본 등이 전부이다. 뒤꿈치를 들고 나무 사이로 열린 공간을 선택하니 살핀오름이 보였다. 살핀오름의 명칭 역시 삼별초와 관련이 있으며 지금의 초병들이 주변을 살피듯이 당시 망을 봤던 터라 하여 붙인 것이다. 정상의 주봉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붉은오름의 어깨는 단 한 평의 공간도 쉽게 내어주지를 않았다.

잠시 동안은 배낭을 내려놓고 앉아서 신세계 교향곡을 흥얼거려보고 두 다리도 뻗어보고 싶지만 그럴 기회를 안 줬다. 주변에 전망이나 휴식을 할 만한 공간은 있지만 정상 쪽은 빽빽한 조릿대와 잡목들이 차지를 하고 있었다. 화산체의 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전진형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한라산과 영실 일대를 비롯하여 어승생악 등과 마지막 눈 맞춤을 하였는데 눈높이는 다르지만 부러워할 일도 질투할 필요도 없었다.

이동 중에 북서쪽 사면에서 바라보면 화구의 일부가 눈에 들어왔는데 추측해 들어가니 아마도 이곳에서 김통정 장군의 군사들이 격전을 벌였을 것이라는 짐작이 들었다. 자결의 운명을 선택하며 흘린 군사들의 붉은 핏물도 이 일대에 물들여졌을 것이다.

아픈 역사를 뒤로하고서 지금은 천연색의 울긋불긋한 단풍과 빽빽한 숲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숲이 울창하게 우거졌지만 한 번쯤은 굼부리 안쪽도 살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굼부리 능선을 따라 내려온 후 오를 때 만나는 갈림길에 다시 도착을 하게 되었다.

좌우 측 어느 방향을 우선으로 할지언정 리턴은 한 바퀴를 돌아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왔던 길을 따라 나가게 되었는데 오면서 일부 놓쳤던 단풍 구경을 실컷 하면서 마무리 과정을 이어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