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비치미
상태바
[오름이야기]비치미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1.24 0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고: 344.1m 비고:109m 둘레:2,498m 면적:388,793㎡ 형태:말굽형

 

비치미

별칭: 비찌미. 비치메. 비치악(飛雉岳). 비치산(飛雉山). 횡산(橫山)

위치: 구좌읍 송당리 산 255-1번지

표고: 344.1m 비고:109m 둘레:2,498m 면적:388,793㎡ 형태:말굽형 난이도:☆☆☆

 

 

옛 모습은 사라졌지만 숲이 우거진 기슬과 풀밭을 이룬 등성을 지닌 화산체...

 

제주의 오름들은 제멋대로 자리를 차지한 것 같지만 이들도 질서가 있다. 민둥산으로 이어진 오름 옆에는 숲을 이룬 오름이 있고 높은 오름 옆에는 낮은 오름이 자리하며 그 질서와 참여를 따르고 있다. 그러면서 오름 꾼들에게는 언제나 지루함이나 식상함을 쫓아주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늘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고 반겨주며 계절 따라 옷만 갈아입는다는 것이다. 비치미오름! 오름들에 붙여진 이름이 탐스럽게 느껴지는 곳들이 있는가 하면 예쁘고 아름다워 한 번 더 부르면서 오르고 싶은 오름들이라서 더한 애착이 가는 곳도 있다.

오름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동부권의 구좌읍 송당리에서 동남쪽에 마지막 보루로 자리 잡은 비치미 역시도 이에 한몫을 하는 오름이다. 비치(飛雉)라 함은 꿩이 날아가는 모습을 묘사하는 말이다. 지금은 환경의 변화가 많이 이뤄져서 이를 그려보는데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과거에는 그런 모양새를 그려보는 것이 무난했던 모양이다.

비치미는 남에서 북으로 길게 이어진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북동쪽으로 향한 말굽형의 굼부리를 이루고 있는 화산체이다. 행여 굼부리와 등성의 모습에서 나타나는 외형을 두고 날개짓을 하는 꿩의 모습으로 그려봤을까. 등성과 기슭의 대부분은 풀밭으로 되어 있으며 남쪽 사면으로는 삼나무가 주를 이룬 나무들이 식재되어 있다.

북서면은 잡풀이 많이 자라고 민오름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남동쪽의 초입과 경사면에는 삼나무가 많이 자라고 그 외에 편백나무를 비롯한 숲이 우거져 있다. 100m가 넘는 비고(高)를 지녔으면서도 겉으로 보기에는 나지막한 오름처럼 평범하게 보이지만 일단 오르고 정상에 서면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사방으로 보이는 오름 군락이 이에 한몫을 하며 탁 트인 시야는 동공의 움직임을 분주하게 만든다. 비치미 맞은편 동쪽에는 개오름이 자리하고 있으며 봉긋하게 솟은 봉우리의 모습과 숲이 우거진 풍경이 쉽게 식별된다. 우뚝 솟은 개오름은 좀 사납게 보이기도 하지만 이곳 비치미 를 쫓는 개(犬)의 형상이라고도 표현을 한다.

어느 면에서 보아도 꿩도 개도 보이지는 않지만 오래전 두 화산체의 외형과 입지를 두고 선인들이 붙임은 그래도 대단한 고심 끝에 명명을 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서쪽 맞은편으로는 민오름이 자리하고 있는데 민오름과 돌리미(돌림이/돌임이)에 이어서 비치미를 함께 오르면 오름 3종 세트를 선물 받는 셈이 된다.

 

 

-비치미 탐방기-

찾아가는 방법은 성읍 2리 방향도 가능하나 보다 편리한 길을 찾기 위해서는 성불오름을 찾는 게 낫다. 제주시를 기준으로 번영로(97번 도로)에서 대천동 사거리를 지나면 우측으로 성불오름이 보인다. 200여 m 정도 더 지나면서 좌측에 부성원(식당) 자리가 있으며 그 뒤편으로 비치미가 보인다.

부성목장과 연계가 되며 이곳으로 향하는 곳에 내창(개울/계곡)이 있고 주차가 가능한 공간이 있다. 불러도 또 불러보고 싶은 이름 비치미오름! 늦은 11월의 가느다란 햇살을 받으면서 아직도 야생화들이 곳곳에 보였다. 어느 꽃도 계절을 망각하고 이제 왔냐고 묻거나 따지지를 않았다. 오히려 못다 부린 자태를 다 드러내며 아직도 가을임을 느끼게 했다.

행여 일행들이 많으면 풀밭을 이리저리 뒹굴며 그 모습을 담느라 바쁠 테고 작은 신비함을 나누게 되겠지만 혼자여서 더 넉넉하고 푸짐하게 차지할 수 있었다. 이승만 별장을 찾던 날에 민오름을 통하여 오르려 하다가 방역 때문에 실패했고 목장으로 오르려다 소떼들에게 밀려 포기했으며 빌레왓을 거닐다가 결국 3종 세트는 포기를 한 적이 있다.

결국 다른 날에 인근 오름 사냥을 갔다가 마침내 재회를 한 곳이라고나 할까. 주차를 하고서 정면 우측의 소로를 따라 목장 안으로 들어가면 노루망 사이로 진입로가 있어 낮은 자세로 들어가면 되었다. 이곳으로 탐방을 할 때에는 별도의 이정표는 없으며 비슷하게 생긴 나무 아래의 길들이지만 페트병 등을 매달아서 진입로를 알려주는 것이 전부인데 훌륭한 길잡이가 되었다.

지나는 곳은 썰렁하지만 고개를 들면 편백나무가 군락을 이뤄서 참 보기가 좋은 곳이고, 탐방로에는 특별하게 타이어 매트 등이 깔리지는 않았지만 덤불들 사이로 사람이 다녔던 흔적들이 보였다. 이 방향을 이용할 경우 비치미의 남쪽 능선을 거쳐 정상으로 하는 과정으로 진행이 되는데 능선은 두 번 오르게 된다.

즉, 작은 능선을 오르고서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우거진 숲을 다시 통과하여 큰 능선을 오르게 되는 것이다. 오르막에서 잠시 한숨을 돌리며 바라보니 성불오름이 보였는데 역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지금의 번영로가 건설되기 이전이었다면 함께 누려볼 수도 있는 오름이면서도 지역은 다른 곳이다.

군데군데 소나무들이 자리를 차지하였지만 그 사이사이로 길이 아닌 길이 보였는데 이미 방향이 정해졌기 때문에 위로만 오르려 하면 되는 꼴이었다. 그리고 남쪽 능선에 먼저 올랐다. 볼품이 없는 화구이지만 잡풀들과 더러 잡목들이 있어 그나마 썰렁함은 막아 줬다.

그러면서도 단 한 번의 발걸음을 멈추고 눈길을 멀리하니 북동쪽의 오름 군락들이 그림처럼 펼쳐졌다. 비치미 서쪽에는 민오름이 있으며 지금의 정상 능선처럼 나무가 없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오래전에 식목을 하여 정상 부근을 제외하고는 숲을 이루고 있다.

 

그러기에 비치미는 좌우에 숲을 이룬 민오름과 개오름이 있어서 기가 죽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오름의 끝자락에 길게 이어진 것처럼 보이는 돌리미도 훤하게 보였는데 비치미 능선의 북서면을 내려가면 만나게 되는 나지막한 별도의 화산체이다. 방향으로는 좌측의 민오름과 맞은편의 돌리미를 경유하고 이곳으로 올 경우 그야말로 오름 3종 세트가 되는 것이다.

동쪽 방향으로 개오름이 자리하고 있는데 어디로 봐도 개(犬)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물론 밥그릇을 엎어 놓은 형상이라서 개악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여느 오름이건 옛날에 붙여진 명칭을 따라서 모양새를 그려보면 그럴 듯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허다한 상황이다.

둘러보기 좋은 능선을 따라가다가 화구 쪽으로 내려가면 묏자리가 보였는데 견고한 비석과 산담(묘를 에워싼 담)까지 만들어졌다. 풍수지리나 명당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귀인의 묘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기슭과 그 아래로는 봄날에 기세당당하게 고사리들이 푸름으로 색칠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엄동설한 때를 제외하고는 비치미의 곳곳에서 야생화들도 계절 따라 볼 수가 있다. 경사진 능선에는 소떼들이 한가롭고 여유롭게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주변에는 우(牛)군들이 매설해 놓은 노출형 지뢰들이 지천에 깔려 있었는데 계절이 바뀌면 이 지뢰는 야생화들에게 좋은 터전이 되어주기도 한다.

주위를 조망하고 둘레의 능선과 화구를 돌아보는 것 외에는 하산 역시 부득이 백(back) 코스로 선택을 했다. 그러면서 다음에 일행들과 양 방향 주차를 하고 삼종 세트를 노리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