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사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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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사려니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1.3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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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523m 비고:98m 둘레:2,154m 면적:260,107㎡ 형태:말굽형

 

사려니

별칭: 사려니오름. 소랭이오름. 사랭이오름. 사련이악(四連伊岳). 사련악(士連岳)

위치: 남원읍 한남리 산 2-1번지

표고: 523m 비고:98m 둘레:2,154m 면적:260,107㎡ 형태:말굽형 난이도:☆☆☆

 

 

 

신선하고 신성스러운 면모를 한껏 드러내는 화산체.

 

사려니 숲길을 신역(神域)의 숲길 또는 신성한 곳이라고는 하는데 사려니오름 역시 이런 느낌을 포함한다고 해도 과분한 표현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데는 제주시험림/난대림연구소의 영역이라서 탐방의 제한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화산체의 특별한 면모가 잘 나타나고, 관리와 보존이 잘 이뤄지면서 산책로의 정비 등이 잘 꾸려져 있고 정상에서의 전망이 너무 좋은 곳도 이유에 포함이 된다.

일부에서는 산 체의 모양새를 두고서 명칭을 붙였을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는데 사려니 자체를 제주 방언으로 소랭이(사랭이)라고 부르며, 한자는 대역으로 표기를 하여 사련이악(四連伊岳)이나 사련악(士連岳) 등으로 쓰고 있다.

이 오름의 특징 중 하나는 정상을 중심으로 수십 미터 또는 그 이상 되는 거대한 암석들이 사방을 둘러 포개어져 있어, 화산 활동 당시의 거칠고 특별한 상황이 있었음을 상상하게 만든다. 남동쪽 방향은 등성을 따라 가파르면서 삼나무가 조림되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고 반대편인 북동쪽으로 활이나 반달처럼 휘어진 굼부리가 있으며 그 안에도 자연림이 무성하다.

특히 오름의 정상 주변과 서남쪽으로는 광활한 숲의 세상이 펼쳐지면서 신세계를 떠올리게 하는데 자연림이 무성하게 이어지는 풍경은 가히 놀랄만하다. 남쪽 멀리에는 푸른 바다와 함께 서귀포 앞 무인도들이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지귀도를 시작으로 섶섬과 문섬 등이 사정권 안에 들어온다.

사려니오름의 고도는 524m인데 반하여 비고(高)는 불과 98m이나 짧은 거리의 경사도로 탐방로가 만들어져 있어서 여느 오름보다 강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사려니숲길 구간의 고도가 대부분 5부 능선인 것을 감안한다면 비고(高) 자체가 큰 의미는 없는 셈이다.

사려니숲길 에코 힐링 체험 행사기간 중 붉은오름 입구를 출발하여 전시림을 경유하고, 피날레를 사려니오름으로 정하는 것은 필수 코스이며 덤으로 오르는 신의 영역이 되는 셈이다. 흔하게 갈 수 있는 곳도 아니거니와 행사기간 중의 비탐방로를 통한 오름행이기에 더욱  느낌이 좋다.

행사기간 외에 사려니오름 탐방을 원할 경우는 사전에 인터넷 예약을 하면 가능하다. 다만 산불예방 강조기간 등으로 인하여 입산이 불가할 때도 있기 때문에 사전 문의는 필수다. 한편, 사려니오름 탐방로 초입까지는 대중교통이 없어서 접근성은 어려운 편이다.

 

 

 

-사려니 탐방기-

행사기간 중에 찾은 만큼 사려니 숲길을 따라 진행을 하였다. 전시림을 지나고 얼마 후 복수초 갈림길이 나왔는데 지나온 거리를 감안한다면 이곳에서부터는 다소 피로와 지루함도 느낄 수 있지만 주변 환경의 변화가 계속되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더욱이 신성한 화산체인 사려니오름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삼나무숲길을 만나고 큰천남성도 만나며 지나는 길의 구성 또한 변화를 가져왔는데 흙길과 돌길 외에 풀밭 길이 이어지면서 좋은 느낌을 안겨줬다. 숲 안에서는 끊임없이 새소리가 들려오고 까마귀의 앙탈부리는 거친 노래도 차라리 응원의 소리로 들렸다.

다시 만나는 삼거리는 팔색조 갈림길에 도착을 하였는데 평소에 통행이 차단된 도로이고 갈림길인데도 그럴싸하게 구역의 명칭도 잘 붙였다. 이른 아침에 붉은오름 입구를 출발하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햇살은 점차 강도를 실어서 질투를 해왔는데 지나칠 정도로 좋은 날씨라고 투정을 부려야 할 만큼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하였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이날 코스 중 탐방의 백미인 사려니오름 입구였다. 행사기간을 제외하고 탐방 예약센터를 통하여 오를 때에는 반대편에서 오게 된다. 경사가 다소 심하고 계단이 계속 이어지는 맞은편이나 이곳으로 선택하여 등. 하산을 하게 된다. 

세심정과 독새기 쉼팡을 거쳐 정상으로 가는 안내판이 보였는데 진입로에 들어서면 바로 나무 데크가 나오며 세심정까지는 짧은 거리이다. 세심정은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며 편히 쉬는 곳이라고 하는 정자이다. 나무 데크 구간이 지나면 자연의 길이 나오고 이어서 작지왓과 흙길 그리고 잡초가 드문드문 있는 곳과 바윗길도 포함이 되었다.

바야흐로 그윽한 숲 향이 풍겨오고 안쪽에서는 끊임없이 새소리가 들려왔다. 지나는 도중에 독새기 쉼팡이라 쓰인 쉼터이자 전망대가 있었는데 사려니오름 능선 품에 안겨 한라산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이곳에서 독새기(계란)를 까먹으면 10년이 젊어진다고 적혀있던데 코믹 터치이지만 그럴싸하여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이동통신 기지국이 설치된 주위로 철조망이 보이고 정상에 도착했음을 알려줬는데 혼자서 오른 정상 전망대와 쉼터는 쓸쓸할 정도였다. 시원한 바람이 올라온 자를 맞아주면서 수고에 응대를 해줬는데 그윽한 숲 향을 마음껏 음미하는 것은 일찍 오른 자만이 누리는 특권이 되었다.

자연림을 거친 만큼 정상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그윽한 향을 실어 배달이 되면서 힘들게 올라온 자에게 아낌없이 보답을 해줬다. 까마귀 몇 마리들만이 오름 앞에 펼쳐진 광활한 숲 주변을 맴돌며 친해지려고 했는데 먹을 것을 구애하는 것 같았다.

 

사려니오름 정상에서는 곧바로 내려갈 수가 없고 한동안 머물게 되는데 정상에 아예 전망 터 데크가 만들어져 있어서 느린 이동을 주문했다. 하산은 지나온 방향을 따라 건너편으로 하였는데 길게 이어지는 계단과 중간에 우회하는 갈림길도 있는데 그 계단의 개수가 777개라고 했다. 칠백칠십 칠 개의 계단을 오른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내리막 역시 만만치 않은 탐방로인 셈이다.

또한 상큼한 숲길 오고셍이 오솔길은 593(오구삼)번째 계단에서 시작하여 오고셍이라 하였고, 사이좋게 420(사이영) 계단 데크에서 휴식을 취하며 삼나무 숲을 삼삼하게 지나 333계단을 만난 후 팔팔하게 88계단으로 내려가는 길이라는 내용이 있어 살피고 나니 그럴듯한 문구에 미소가 스르르 번졌다.

오름의 전사면에 삼나무가 식재되었지만 특히 남동쪽의 이 방향의 군락은 더 빽빽했는데 하늘을 향하여 쭉쭉 뻗은 삼나무들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기운이 솟는 것처럼 느껴졌다.

탐방예약센터 관리소에 도착을 하면서 사려니오름 탐방은 막을 내리게 되었는데 행사기간 중에는 이곳에서 조금 더 걸어가면 한남쓰레기 매립장 근처에 도착이 되고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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