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삼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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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삼의악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2.14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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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574.3m 비고:139m 둘레:2,473m 면적:412,000㎡ 형태:원형

 

삼의악

별칭: 새미오름. 사모악(紗帽岳). 삼의악(三義岳). 삼의양악(三義讓岳)

위치: 제주시 아라동 산 24-2번지

표고: 574.3m 비고:139m 둘레:2,473m 면적:412,000㎡ 형태:원형 난이도:☆☆☆

 

 

 

명칭은 복잡하지만 굼부리와 더불어 숲이 우거진 기슭을 이뤄 심지가 있는 화산체...

 

요란할 만큼 별칭들이 있지만 심지는 하나이며 뚜렷하고 확실한 굼부리를 지니고 있는 원형의 화산체이다. 이 오름의 명칭은 삼의악봉이라고 했지만 다른 뜻으로 새미오름이나 삼의양악 등으로도 부른다. 표기나 명칭이 복잡한 것을 감안하면 정의를 하는 과정이 어려웠던 모양이다.

기슭에서 샘이 솟아나는 것과 관련하여 새미(샘)오름이라 하였고 다른 맥락으로는 모양새가 사모(紗帽)와 비슷하다 하여 사모악이나 삼의악(三義) 등으로도 표기를 하고 있으나 새미오름 자체를 대역한 한자 표기로 추측이 된다.

사모는 조선시대에 벼슬아치들이 쓰던 모자인 사모를 일컫는데 오름의 형세가 이와 닮은 데서 붙여진 것이다. 이런 내용을 참고한다면 새미와 사모를 두고 변음이 되었을 것으로 여겨지지만 지금의 삼의악(三義岳)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별칭들이 다소 사라졌고 삼의악으로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제주 시내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는 만큼 이동성이 좋은 편인 데다 비교적 전망이 무난하며 자연의 깊은 맛과 탐방의 묘미가 있는 화산체이다. 굼부리를 포함하는 오름 탐방 외에 아라동 역사 문화 탐방로나 전진 코스를 이용하는 선택의 폭이 있어 환경적인 입지도 좋은 편이다.

정상에 오른 후 전망을 즐기다가 원형의 굼부리 능선을 돌아볼 수 있으며 중간에 오름의 명칭과 관련한 샘터도 만나게 된다. 양 방향 주차나 도보여행을 겸하는 전진형으로 이어갈 경우 연계할 수 있는 코스도 다양하여 탐방이나 트레킹의 조건도 비교적 무난하다.

남쪽으로 낮게 펼쳐지는 원형의 굼부리를 둘러보는 동안에 소나무를 비롯하여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숲을 이룬 곳을 지나게 되며, 초지와 전망 터 등을 경유하게 되므로 환경의 변화도 잘 이뤄진다. 진행하는 동안 살필 수 있는 굼부리 내부와 기슭 등은 일찍이 명당으로 알려졌는데 곳곳에서 묘들을 볼 수가 있다.

제주시내를 품고 한라산을 우러르며 망자들의 안식처로 받아들인 삼의악의 존재는 오름  그 이상의 가치가 있어 보인다. 5.16도로변이나 시내권에서 바라볼 때는 평범하고 둥근 화산체로 보이지만 실제는 확실한 화구를 지니고 있다. 특히 산록도로변에서 볼 때는 머리를 잘라낸 굼부리와 원뿔형으로 균형이 잘 잡힌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으며 외관상으로도 매력이 넘쳐난다.

즉, 겉과 속이 확실하게 다르지만 전형적인 오름의 특성이 잘 나타난다고 할 수가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제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5.16도로를 경유하는 차량을 타면 된다. 주변까지는 15분 정도 소요가 되며 종합사격장 정류소에 내리면 곧바로 초입이 나온다. 입구에 안내문이 있으며 오름 외에도 아라동 역사 문화 트래킹 코스와 관련한 내용도 적혀 있어 도움이 된다.

 

 
 

-삼의악 탐방기-

여러 차례 다녀갔지만 이번에는 계절을 달리하는 만큼 분화구와 기슭을 살피는데 초점을 맞췄다. 하절기를 전후한 시기에는 수풀이 우거지고 진입로를 헤쳐 나가는 과정이 불편한 만큼 겨울의 막바지 즈음은 편리한 때문이다. 사실 삼의악은 전망의 조건이 좋은 만큼 날씨가 좋고 가시거리가 잘 열릴 때 찾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맞추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화산체의 내부를 살피는 일이라 더한 조건을 마다하고 욕심을 버렸다고나 할까. 워밍업을 할 겨를도 없이 진입로에 들어서면 바로 경사가 이어지는데 여름철이면 이미 구슬땀 방울이 흘러내릴 정도가 되겠지만 그래도 계절은 하나의 방해라도 해결을 해줬다.

바쁜 일도 없건만 이미 익숙한 곳이라고 허우적대며 진행을 하다 보니 이내 숨이 찼다. 떨어진 솔방울 몇 개를 모아 놓고 셔터 놀이를 하는 순간만큼은 호흡을 추스르기에 좋은 핑곗거리가 되었다. 삼나무가 우거진 숲을 지나는 동안에도 타이어 매트가 깔려있어 편안함을 느낄 수가 있다. 정상으로 향하는 곳곳에는 벤치들이 있어 휴식 외에도 치유와 명상을 위한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여름날에 이곳을 지날 때 벤치 주변은 온통 수풀들이 차지를 하여 앉을 엄두도 못 내었었는데 새삼스러웠다.  늦겨울의 자연은 여름철에 비하여 너그러움이 있다. 숲은 깨어 있었고 계절을 구분하지 못 하도록 질서와 정돈에 최선을 다한 모습이었다.

낮은 경사에는 타이어매트가 깔렸고 비교적 가파른 곳은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놨다. 능선을 따라 소나무와 편백나무를 비롯하여 잡목들이 산책로를 번갈아 차지하고 있어서 느낌은 언제나 덧셈이다. 녹음의 계절에는 숲과 더불어 바닥조차 수풀들이 우거지는 때문에 다소 불편할 수도 있으나 차라리 이 계절은 편하다. 삼의악 기슭의 일부는 새우란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2월이 지나는 시기이지만 초록을 내밀어 성장의 진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머지않아서 이들의 볼품은 삼의악을 찾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선물이 될 것이다. 다른 편에서는 아직 잎을 떠나보내지 못한 산수국의 메마른 모습도 보였는데 차라리 운치로 느껴졌다. 정상은 대체로 허전한 편이었는데 이런 환경은 사방을 전망을 즐기기에 좋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상부에는 산불예방 감시초소가 있고 비고(高)점이 있다. 삼의악은 야간 탐방이 가능하도록 조명 시설이 되어 있다.

사실상 제주 중심부의 남쪽에 위치한 때문에 야간에 시내를 포함하는 야경 전망 터로 참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산책형의 오름 탐방보다는 진사님들을 비롯하여 제주시내의 야경을 보고 담는 장소로 용이하다는 뜻이다. 등성의 북사면을 차지한 소나무들이 제법 많이 자랐다.

불과 몇 해 전이지만 당시에 비하여 시야를 가릴 만큼 성장을 이어온 것이다. 주야간에 시내권 전망을 위해서는 정상부에 별도의 전망대 시설을 해야 할 판이다. 먼저 지나온 방향으로 눈길을 보냈다. 가깝고 먼 곳에 즐비하게 이어지는 오름 군락들이 실루엣처럼 펼쳐지면서 한동안 두 눈을 붙잡았다. 안세미와 밧세미를 시작으로 노리손이 형제와 개오리 등이 주인공이 되어 한판 승부를 요구해왔다.

삼의악의 전망은 북부권이 대세이다. 시내와 가까운 만큼 해안선과 도심을 비롯하여 사라봉과 별도봉에서 원당봉으로 이어지는 라인은 압권이다. 위치가 그러한 만큼 바라보는 동안은 계절풍이 불어오면서 시원함을 더 느끼게 해줬다.

아직은 봄을 기다리는 시기이지만 경사를 오르는 동안 흘렸던 땀을 이내 식혀주었다. 남쪽으로는 굼부리가 펼쳐졌고 열린 공간으로 한라산과 어승생악을 비롯하여 골머리와 기슭이 사정권에 들었지만 이날은 구름의 횡포가 심한 편이었다. 퇴색한 억새가 앞을 가로막았으나 굼부리 내부의 일부를 확인하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

정상 아래쪽에는 휴식과 사색의 장소로 이용이 되는 정자가 있다. 이동 거리나 소요 시간을 감안할 경우 마실 장소로 적당한 편은 아니지만 여럿이 찾을 경우는 곧잘 활용하기도 한다. 해안으로 잠시 눈을 돌렸는데 최고의 날씨는 아니지만 그래도 만족할 정도였으며 추자도 일원과 거문도까지 식별이 되었다.

신제주권의 오름 트리오 더하기 하나. 민오름에서 시작이 되는 군락은 남조순오름을 거쳐 광이오름까지 이어진다. 그 옆으로 상여오름이 자리하고 있지만 트리오 대열에 끼워주기는 한계가 따른다. 늘 생각하는 작은 바램이지만 이 트리오를 따라 산책로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욕심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문제는 남조순 기슭 아래를 차지한 군부대가 이전이 돼야 가능하다는 점이지만 그래도 반대편 기슭을 이용한다면 무난할 텐데..... 오름에 올라 바라보는 전망만이 전부는 아니다. ​등성으로 이어지는 탐방로의 일부는 편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행여 여유로운 식상함을 느낄까 염려가 되는지 편백 숲을 지나면 해송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냥 사뿐히 들이대고 살며시 지나치는 게 억울하여 차라리 보무도 당당하게 ​그 길을 걸었다. 괜히 어깨를 더 들썩이고 싶었고 발걸음에 힘을 준 채 휘파람이라도 불어대며 걸어 보고 싶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화구를 넘어서 건너편 등성이 보였는데 삼의악 탐방은 등성을 포함하여 굼부리 둘레를 한 바퀴 돌 수 있게 구성이 되어 있다.

전진 코스를 선택할 경우는 트레킹 코스를 포함하는 여정으로 갈 수 있지만 오름만을 목적으로 할지라도 식상함을 느끼지 않는다. 기슭을 가로질러 내려가다 샘터를 만나게 되는데 흐르는 세기는 약하지만 연중 물이 흐르는 곳이다.

 

샘~샘이~새미~새미오름으로 이어지는 오름의 명칭은 이곳과 관련이 있다. 사실상 삼의악의 존재와 가치를 확인시키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자료를 통할 때 표기에는 오름 정상부라고 했지만 능선 중간 정도에 위치한 때문에 오름 기슭이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샘터 위쪽으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일부는 지반 아래를 통하여 유입이 되고 있다.

샘이 있는 곳을 바로 지나면 갈림길이 나온다. 친환경 야자수 매트가 깔린 좌측으로는 오름 둘레 탐방로이며 직진을 하면 전진형의 트레킹 코스와 연계가 된다. 따라서 차량을 이용하여 삼의악을 찾았을 경우는 둘레를 따라가야 하며 양 방향 주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는 곧바로 가면 된다. 능선을 내려오면 고사리 평원으로 부르는 초지가 나오며 목장과 연결이 되고 봄이면 지천에 고사리가 돋아나는 들판이다.

오름을 내려온 후 이 지점을 시작으로 칼다리 내(川)와 수국 오솔길 등을 경유하게 되는데 이번 탐방은 분화구 둘레를 따라 진행하는 것으로 선택을 했다. 차라리 겨울의 막바지인지라 시야가 트이고 굼부리 내부를 더 관찰할 수 있는 때문이다.

서사면처럼 이곳도 편백나무와 해송을 번갈아 만나게 되었는데 길이 좋고 숲이 좋으며 분위기가 좋으니 기분 또한 최고가 되었다. 정상부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는데 산불 조기 발견에 목적을 두었고 기타 경방 초소가 다 못하는 경우를 대비한 시설물이다.

이 지점을 지나면 다시 원점에 도착이 되는데 여유가 되고 여건이 된다면 다시 샘터를 지나서 전진형이면서 선택형의 진행을 해도 된다. 탐방을 마치고 내려오니 까치 한 마리가 배웅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지간하면 놀라서 날아갈 만도 하건만 애써 태연한 척 응석을 부렸다. 선 채로 있다가 느리게 접근을 하니 곁눈질까지 해가면서 자리를 지켰다. 얼마 후 둘이는 승자도 패자도 없이 조용히 눈싸움의 승부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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