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삼형제오름(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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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삼형제오름(샛)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2.22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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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112,8m 비고:123m 둘레:2,419m 면적:412,642㎡ 형태:말굽형


삼형제오름(샛)

별칭: 샛오름. 삼형제산중봉(三兄弟山中峰)

위치: 애월읍 광령리 산 18-2번지

표고: 1,112,8m 비고:123m 둘레:2,419m 면적:412,642㎡ 형태:말굽형 난이도:☆☆☆

 

 

세 형제의 중심에 있으면서 깊은 숲을 이뤄 자연미가 넘쳐나는 화산체...

 

삼형제오름은 차례대로 이어진 세 오름을 합쳐서 부르는 명칭으로서 1100도로변의 맏형을 시작으로 나란히 이어진다.

큰오름, 샛오름, 말젯오름으로서 세성제(성제=형제의 제주 방언)라고도 부르나 일반적으로는 삼형제가 많이 쓰는데, 이는 맏이(큰)와 둘째(샛) 그리고 막내(족은) 또는 세째(말젯)를 일컫는 제주 방언에서 비롯되어 붙여진 명칭이다.

한편, 삼형제오름은 자연림을 이룬 곳으로서 한라산 국립공원 내에 위치하는 만큼 일반인의 무단출입이 통제된 곳이다.

 

 

 -삼형제(샛) 오름 탐방기-

철조망이 있는 가까이까지 조심스럽게 간 후 선 채로 큰삼형제 산 체의 모습과 주변 상황을 바라봤다. 어차피 더 이상의 상황을 살필 수 없는 만큼 최대한 근접한 거리였기에 행여 하는 기대를 갖고 한동안 바라본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오름으로서의 입지나 환경을 그려보기에는 한계가 따랐다. 이제 샛형제를 만나기 위하여 경사를 따라 내려가야 할 차례이다. 눈의 양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데다 녹기 시작하는 시점이라 약간 걱정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사도가 거칠게 이어지는 현장인데 아이젠과 스페치를 준비하지 않았던 때문이었다. 그래도 모처럼의 기회였고 마음먹고 찾은 이상 포기를 할 수가 없어 조심스럽게 출발을 하였다. 국립공원 내의 오름인지라 산불예방 강조기간을 피하여 하절기쯤에 찾아보려고 했으나 기회가 안 되었고 비로소 사전 허락을 받은 날인데 하필 날씨가 심하게 시기와 질투를 한 것이다.

신록의 멋을 지닌 세 형제들이지만 첫눈이 넉넉하게 내려 늦가을의 퇴색된 모습마저 감춰버린 모습을 만나기 위하여 숲으로 향했다. 혼자라도 당당하게 들이대는 이 마음 헤아려 주기를 소망하면서 조심스럽게 기슭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이미 큰삼형제의 능선에 있었던 만큼 샛놈을 만나는 과정은 길게 이어지는 경사를 따라 내려간 후 다시 올라야 하는 진행으로 이뤄진다. 계곡 쪽으로 조금 내려가다가 마침내 오름 능선을 따라 내려가야 할 시점에서 목표 지점들이 보였다.

샛형제오름의 허리에도 언뜻언뜻 눈이 보이지만 실제는 양이 많을 것으로 생각이 되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하강(하산)을 시작했다. 큰형제를 내려선 후 다시 샛형제를 올라야 하기 때문에 눈으로 보이는 거리는 중요하지 않았다. 

시작점부터 미끄러지는 것이 심상치 않았지만 어차피 바닥을 가득 메운 것은 푹신한 눈이라 큰 사고는 없을 것 같았다. 혼자서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웃고 인상 쓰고 하기를 몇 차례 반복하였다. 불과 3-4m 앞을 바라보면서 목표 지점을 설정하고 나무를 붙잡으면서 내려갔고, 비로소 큰놈과 둘째 사이의 계곡에 도착을 했다.

작은 내창(川) 정도의 규모이지만 깊은 산 중의 계곡이면서 녹은 눈이 흘러 물이 고인 곳도 보였다. 잠시 앉아서 땀을 닦고 심호흡을 했다. 내리막을 타고서 이렇게 힘든 경우는 없었던 것 같은데 현장 상황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깊게 쌓인 눈만 없더라도 큰 문제는 안 되겠지만 1m를 나아가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버겁기만 했다. 골짜기까지 내려온 후 다시 경사를 오르기 시작했는데 여간 힘이 들었으나 진퇴양난인 만큼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삼형제오름을 포함하는 국립공원 내의 오름들은 하나같이 숲이 울창하다. 사람들의 출입이 비교적 없는 때문이기도 하며 보존과 관리 대상 지역이라서 별도의 탐방로도 없다. 이곳은 얼마 전 일대를 탐방하던 모자가 길을 잃어서 4-5시간 만에 구조가 된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깊고 그윽한 숲과 골짜기를 비롯하여 탐방로가 없는 국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음에 접근에 있어서 쉽지 않은 곳이다. 이윽고 정상은 아니지만 이제 미끄럼 지역을 벗어났다. 지금으로서는 정상부를 만나야 할 일이라고 여기며 살짝 돌아보니 반전이 이뤄졌다.

지나온 큰형제를 시작으로 볼레오름과 어스렁(오름)을 지나서 한라산 정상부도 눈에 들어왔다. 남쪽의 하늘은 여전히 아름답게 펼쳐졌는데 미세 먼지도 오늘만큼은 남의 나라 말이 되었다.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니 멀리 바다가 보이고 형제섬도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남쪽만큼의 시계는 안 좋은 편이었다. 삼형제의 말젯오름과 노로오름 등이 이어져 있으나 어느 지점에서도 북향의 전망은 비교적 어려운 편이었다. 산방산과 송악산 등을 바라보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고 정상부 주변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별도의 전망대나 삼각점(국가기준점) 등은 보이지 않았고 국립공원 보호구역을 알리는 표석이 세워져 있었다. 정상부로 가는 길과 주변은 봄날에 철쭉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이다. 남쪽 햇살을 받으며 피어나는 분홍빛 철쭉꽃은 마르지 않은 연 초록색의 잎과 조화를 이루며 찾는 이들을 반겨주게 된다.

좁은 통로를 제외하고서 조릿대와 치열하게 땅따먹기 싸움을 하느라고 늘 바쁘게 보낼 것이다. 한쪽으로 산수국이 군락을 이룬 곳이 보였는데 이미 제 계절과 작별을 한 상태이지만 그 흔적들이 아직 남아있었다. 한동안 정상부의 트인 곳에서 일대를 전망하다가 다음 행선지를 놓고 고민을 했다.

내린 눈의 양이나 미끄럼 등은 둘째하고서라도 문제는 신발이었다. 겨울용 등반화라고는 하지만 스페치를 착용하지 못했던 탓에 신발 안쪽은 이미 물에 흠뻑 젖은 상태가 되었다. 내린 눈이 영상의 기온 속에 녹으면서 일부 지역은 푹푹 빠지는 상황이라서 만만치가 않았다.

샛형제를 만나고서 말젯형제를 포기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쉬움이 많다. 신이 허락한 코스는 여기까지로 여기며 백(back) 코스를 선택했다. 리턴 과정 역시 빠지고 미끄러지고 엉덩방아 찢기를 몇 차례 한 후에 도착을 했는데 결코 입산을 거부하는 형세나 모습은 아니었으나 두 배의 체력을 필요로 한 탐방이 되었다. 그래도 이런 기회가 또 있었겠느냐 하며 뿌듯하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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