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삼형제오름(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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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삼형제오름(족은)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2.22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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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075m 비고:125m 둘레:2,118m 면적:340,627㎡ 형태:말굽형

 

삼형제오름(족은)

별칭: 말젯삼형제. 말젯오름. 족은오름. 삼형제산소봉(三兄弟山小峰)

위치: 애월읍 장전리 산 1번지

표고: 1,075m 비고:125m 둘레:2,118m 면적:340,627㎡ 형태:말굽형 난이도:☆☆☆☆

 

 

 

원시림처럼 깊고 그윽한 숲과 자연미가 넘쳐나는 삼형제의 막내 화산체...

 

족은삼형제오름은 한라산 기슭에 숨어 있어서 탐방의 묘미와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오름이다. 국립공원 경계지역이면서 한라산 기슭 깊은 곳에 위치한 때문에 일반인들의 출입이 쉽지 않은 곳이다. 원시림처럼 숲이 우거진 데다 평소 사람들의 출입이 뜸하고 이렇다 할 산책로조차 없는 때문에 찾아가는 과정도 쉽지는 않다.

결국 이러한 환경은 자연미가 넘쳐나고 탐방의 묘미가 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일부 조릿대 군락을 포함하는 구간은 그나마 진입이 수월하지만 정상으로 가는 과정이 대체적으로 만만한 오름은 아니다. 거친 숲을 헤치고 가파른 기슭을 오르고 나면 한라산을 중심으로 전망이 열려 흘린 에너지의 몇 배를 얻게 되는 곳이다.  

삼형제오름은 큰오름과 샛오름 그리고 족은(말젯)오름을 합하여 부르는 명칭이며 세성제(성제=형제의 제주 방언)오름이라고도 부른다. 나란히 이어지는 세 오름을 크기별로 구분을 하여 명칭이 붙어졌으며 이곳은 족은삼형제나 말젯삼형제로 부르기도 한다.

한자로 삼형제산소봉(三兄弟山小峰)으로 표기를 한 것을 보면 세 형제가 있는 산의 작은 봉우리를 표기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모양이다. 표고가 말해주듯 1,075m의 높은 지대에 위치하며 비고(高)는 125m로서 북서향의 말굽형 화산체이다.

말젯의 백미는 오가는 과정의 자연미와 더불어 정상부에서의 전망이라 할 수가 있다. 동쪽으로는 삼 형제 중 두 형제의 모습을 시작으로 이스렁과 어스렁을 비롯하여 한라산을 볼 수 있고 영실기암도 그 영역에 포함이 된다. 방향을 돌려 서쪽으로 향하면 한대오름이 넓게 펼쳐지며 북쪽으로는 노로(큰)오름이 봉우리를 내민다.

그리 넓지 않은 정상 부근에서 방향을 돌리며 이리저리 살피는 동안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들이다. 풍경에 취하고 자연에 흠뻑 빠지게 되면서 비로소 말젯오름의 정체와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쉽게 접근할 수 없고 무난하게 찾을 수 없는 만큼 삼형제의 막내는 오른 자들에게 풍경 감상만큼은 최선의 조건으로 대해준다.

 

 

 

 

-삼형제(족은)오름 탐방기-


한라산둘레길 중 천아숲길을 방문 한 날에 둘레길 구간을 잠시 벗어나 말젯오름을 올랐다. 1100도로변을 초입으로 한다면 큰형제를 지나 샛형제와 함께 만날 수 있으나 말젯만을 찾는다면 이 코스가 무난한 편이다. 몇 해 전 혼자 눈을 헤치며 만났던 두 형제와 달리 가을의 중심에서 만난 말젯은 역시나 뿌듯함을 느끼게 했다.

남겨둔 흔적을 확인 한 것과 더불어 어느 정도 날씨가 도와준 덕에 실컷 풍경 놀이를 했다고나 할까. 천아숲길은 올봄에 개장하고 길 트임 행사 때에 걸었었고 가을에 다시 걷게 되었다. 처음부터 단순한 리턴매치보다는 계절에 맞춰 다홍치마를 입는 여정으로 출발을 하였다.

천아숲길 임도를 출발하여 말젯오름을 오른 후 검벵듸를 포함하는 다이내믹한 진행이다. 단풍과 낙엽이 어우러진 임도를 따라 걷는 자체로도 천아숲길의 매력을 느끼기에 너무 충분했다. 산삼연구소를 지난 후 이어지는 둘레길 구간을 벗어났다.

당연히 말젯오름 입구 표식이나 안내문 등은 없다. 이 코스를 다녔던 사람조차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이지만 숲이 우거진 곳을 헤쳐 나가는 과정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천연색으로 물든 단풍을 바라보는 과정은 진행을 더디게 했지만 무엇 하나 탓할 이유는 못 되었다.

어쩌다 볼품이 떨어진 모습은 나뭇가지 사이로 열린 하늘이 운치를 대신했다. 조릿대왓을 지나는 동안에는 바지 깃에서부터 사락사락 소리가 나면서 자연 깊은 곳을 거닐고 있음을 알게 했다. 누군가 매달아 놓은 것으로 보이는 소주병이 보였는데 상표가 빛바랜 모습인지라 오래전 일인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길목임을 확인하는 표식을 찾은 셈이었는데 새삼스럽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행 방향을 감지하고 전진을 하다가 얼마 후 고개를 드니 멀지 않은 곳에 말젯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GPS만 확인을 하면 산 체를 찾아가는 것은 미지근한 죽 먹기이다. 계곡의 가을은 이제 옷을 바꿔 입을 준비가 한창이었다.

어차피 건천이기는 하지만 올가을은 거의 비가 내리지 않은 탓에 단풍도 제 빛을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천연색의 아름다움보다는 가뭄으로 인하여 일부는 마른 채 시들어서 색이 들었다. 이윽고 화산체 아래에 도착을 했다. 어느 방향에서 진입을 하던지 기슭 아래에는 길의 흔적이 있게 마련인데 조리대왓 사이로 윤곽이 보였고 이제 경사를 오르는 과정이 남아 있다.

숨을 헐떡거리며 오르기를 20분 정도 했을까. 무엇하나 바쁜 게 없지만 말젯과의 만남이라는 사명감은 거친 숨을 몰아쉬게 만들었다. 정상에 도착을 하고 먼저 올라온 방향을 바라보니 노루(큰노로)오름이 보였다. 급경사를 이룬 북향은 잡목들이 우거진 때문에 더 이상의 모습을 보기에는 한계가 따랐다.

정상부임을 알리는 표식들이 여기저기 매달려 있었는데 나 아닌 다른 이들도 그러했을 것이다. 경사를 오른 후 정상부에서 노루오름을 보고 서서히 풍경 놀이를 하기 위한 과정을 진행하는 수순을 따랐을 것이다. 한동안 심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덧셈의 에너지를 얻기 위한 뿌듯함에 젖었을 것이다. 전망 터는 동쪽으로 이어지는 등성에 있다. 좁은 공간의 틈으로 생긴 길 옆은 산수국들이 차지를 하고 있었다.

 

고지대인데다 10월도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일부는 꽃을 지닌 채 버티기를 하고 있었다. 말젯의 산수국은 가을을 더 붙잡고 싶은 모양이었다. 전망대. 아니 그냥 쉼터라고 해도 좋다. 몇 평 안 되는 공간이지만 평평한 곳에 잡초들만 있어 서거나 앉아서 전망을 할 수가 있는데 비로소 말젯의 어깨를 차지한 채 정복의 뿌듯함을 느낄 차례가 되었다.

 눈앞의 두 형제는 아끼고 먼 곳부터 차지를 하기 시작했다. 한라산을 시작으로 영실기암을 우선 바라봤고 만세동산 일대를 장악한 후 이스렁을 거쳤다. 그리고는 아예 털썩 앉은 채로 실컷 바라봤다. 취해서 비틀거릴 정도로 풍경놀이에 빠졌다. 우측으로 향하니 두 화산체가 보였는데 숨은오름이나 숨겨진 산 체로도 알려진 망월악으로서 삼형제남쪽 1. 2로 부르는 오름이다.

지나온 방향을 거슬러 하산을 시작했다. 다른 곳으로도 역시 길의 흔적이 뚜렷하게 나 있으며 그 안내는 조릿대의 몫이다. 올라온 방향에 비하여 좀 더 길게 이어지지만 경사는 덜 했다. 기슭 아래에 도착하기 전 고개를 쳐드니 노루오름이 보였다.

천아숲길을 따라 진행을 할 경우 큰노로 아래의 삼나무 숲을 지나게 되니까 지금은 삼각형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말젯오름 기슭을 벗어나니 호화스러운 단풍이 기다리고 있었다. 수고에 보답이라도 하듯 온몸을 비틀며 환영을 해줬는데 심하게 우쭐거리는 모습이지만 나에게는 어디까지나 덤이 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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