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새신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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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새신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3.0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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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41.2m 비고:41m 둘레:1,814m 면적:214,735㎡ 형태:원형

 새신오름

별칭: 조소악(鳥巢岳). 신서악(新西岳)

위치: 한경면 청수리 3,369번지

표고: 141.2m  비고:41m  둘레:1,814m 면적:214,735㎡ 형태:원형  난이도:☆☆☆

 

 

새들이 깃들여 살던 곳은 세월 따라 변화가 이뤄졌고 자연림이 무성한 화산체...

 

한자로 조소(鳥巢)악으로도 표기를 한 것으로 봐서는 새들이 노닐거나 둥지를 틀었던 곳임을 알 수가 있다. 사실상 새신오름이라는 표현보다 조소악이 더 어울리게 느껴지는 것도 이러한 입지를 그려볼 수 있는 때문이다.

새신의 뜻은 새(鳥)와 싯다의 매김씨 꼴로서 신을 나타내고 있어서 (새들이) 살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새신오름이란 새가 깃들여 사는 산이란 뜻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른 견해로는 새(草)와 유(有)를 견주어 새가 있는 곳이라고도 전하는데 새는 억새 등 잡초를 가리키는 제주 방언이다. 

그 외 신서(新西)악으로도 표기를 하는데 이 표현은 어딘가 좀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어쨌거나 이 오름 기슭을 중심으로 새들이 들락거리고 머물면서 평화스럽고 한적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것으로 추측이 된다.

등성을 중심으로 펑퍼짐하게 이어지는 정상부에는 소나무를 비롯하여 잡목들이 우거져 있으며 바닥 층 역시 잡풀들이 빽빽하게 차지하여 어지로우면서도 자연스러운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오름의 허리를 오르면서는 가시덤불이나 수풀들을 만나게 되고 이렇다 할 구성이 없는 자연의 길을 따라 둘러보게 된다. 세월을 달리하여 지금은 마소를 방목하는 장소로 이용이 되고 있고 새들의 모습이이나 경쾌한 소리를 듣기는 힘든 상황이다.  

오름 기슭 가까이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하며 표지석이 있는 옆을 따라 진입을 하면 된다. 새(鳥)들의 소리를 대신해서는 정상부의 억새왓을 지나는 동안 바지 깃에 부딪치는 새(草)소리가 들린다.

능선을 오른 후 뒤돌아서면 한라산 방향으로 일부 전망이 가능하나 북쪽은 아쉽게도 엉성하게 성장을 한 잡목들이 방해를 한다. 정상부에 소나무를 비롯한 일부 잡목들이 있으나 펑퍼짐한 어깨를 따라 이어지는 볼품은 왠지 빈약함과 허전함도 느끼게 된다.

화구가 있던 자리는 개간이 이뤄져서 농지로 변했고 능선 곳곳에는 일본군들이 만들어 놓은 진지동굴들이 있다.  새신오름으로서는 자신의 살을 파헤치며 들어오는 일본군들의 무자비한 횡포를 겪어야만 했던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근년에 들어서는 자신을 덮어주며 의지와 공생을 했던 소나무들이 재선충병으로 인하여 잘려나가는 아픔을 겪고 있다.  정상부의 곳곳에는 묘지들이 있는데 새신오름으로서는 망자들을 받아들여 그 한이라도 달래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41m의 비고(高)가 말해주듯 원형의 화산체는 나지막한 동산처럼 보인다. 그러면서도 개간과 변화의 물결 속에 원시적 둥근 모습은 상상과 추측을 필요로 한다. 다만, 화산체가 흐르면서 굼부리를 형성한 옛 모습을 그려보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

 

-새신오름 탐방기-

제주시를 출발할 경우 평화로를 따라 진행을 하는 편이 낫다. 중산간 도로변(1136번)을 따라 이동을 한 후 산양 복지회관을 경유하여 청수리 방향으로 약 200m 정도 가면 만날 수 있다. 입구에 정자와 안내 표석이 보이고 좌측으로는 물탱크가 있다. 자연 산책로를 따라 낮은 경사를 따라 오르며 유일하게 한 곳에만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전반적인 상황으로 볼 때 이동성이나 접근성에 다소 불편한 때문에 이 구간만 구성을 한 것으로 보였다. 일전에 산양리가 중심이 된 올레길이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일찌감치 완전정복을 했었는데 새신오름에도 안내 깃발이 보여서 그 후 코스를 더 확장했거나 구성을 달리한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기온도 적당하고 하늘과 맑은 공기도 내 편이 되어줬다. 파란 하늘에는 구태여 하얀 구름이 걸쳐지지 않아도 좋고 풀숲은 퇴색이 된 채 발길을 불편하게 해도 무난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푸름으로 남아있어야 할 소나무는 마치 단풍이 들 듯 본색을 잃은 모습이라 왠지 측은하고 안타깝게만 느껴졌다.

재선충병으로 인하여 이미 생을 마감한 소나무도 보였는데 오래된 거목이고 고목이었다. 처참하게 고사가 된 나무이건만 아랑곳 않고 송악과 넝쿨들이 삶의 터전으로 이용을 하고 있었다. 언제가 베어내면 이들도 같이 성장을 멈추게 되겠지만 공생의 세계는 이런 법칙도 반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잠시 이어졌던 데크 길을 벗어나니 자연의 길이 이어졌는데 친환경 매트는 둘째하고 타이어 매트조차 없는 순 자연산 길이었다. 겨우내 앙상한 바닥을 비롯하여 양치식물과 잡초들이 수북한 곳에도 떨어진 솔잎들이 가려주고 있었는데 밟는 기분이 좋고 밟히는 느낌도 괜찮았다. 조금 더 진입을 하다가 일본군 진지동굴을 만났다.

이 주변 마을 사람들을 강제로 동원하여 파놓은 땅굴임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자신의 속살까지 잔인무도한 놈들에게 빼앗기는 아픔을 겪은 새신오름으로서는 영원히 간직해야 할 상처이다.  뚜렷하게 산책로가 나 있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드나든 흔적과 밟힌 곳이 선명하게 나타나면서 오름이라기보다는 전형적인 숲 탐방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윽고 정상부에 도착하니 기다리는 것은 몇 기의 묘지들이었다. 착한 새신오름은 자신을 영원한 터전으로 삼은 망자의 한을 풀어주고 있었다.  이렇다 할 특별한 현장의 모습이 아닌 데다 맞은편을 중심으로 오름의 형태를 보면 거의 경사가 없는 꼴이다. 40여m의 비고(高)이지만 반대편에서는 기슭은 오르고 농지로 진입이 되는 형세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름하여 정상이거늘 어찌 반전이 이뤄지지 않겠는가. 비로소 한라산을 시작으로 서부권 오름의 중심에 있는 바리메오름. 노꼬메오름 등도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농경지로 변한 앞부분을 애써 외면을 하며 차라리 먼 곳으로만 눈길을 줬다. 등성을 따라 정상부로 이어지는 곳은 자금우가 빽빽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저들의 제철인 겨울에 만나는 빨간 열매는 언제나 싱그럽게 보이기 마련인데 시들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으며 풋풋하게 바닥 층을 차지한 자금우 잎새들이 앙증맞을 정도로 귀엽고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행여 너무 많이 노출이 되어 탐을 낼까 걱정이 되는지 하나같이 자신의 잎으로 가린 채 열매를 숨기려 하는 모습이었다.

올라온 방향이 아닌 다른 곳으로 하산을 시작했는데 재선충병과 관련하여 훈증 처리한 모습들이 곳곳에 보였다. 새신오름으로서는 오래전부터 이런저런 사유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으며 아직도 진행형이었다. 부디 자연의 힘으로라도 치유를 거쳐 쾌적함으로 승화하는 오름이 되기를 기원했다.

다른 방향으로 돌아 나와서 다시 만난 화구 자리는 농지로 개간이 되어 있었다. 예전에 이곳을 찾았을 때는 노란 유채꽃이 피었었다. 행여 봄날에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오름에서 만난 아픈 모습들을 더러 씻어줄 수도 있으련만 지금은 양배추가 수확 시기를 맞고 있었다. 화구 방향을 보다가 뒤로 돌아서니 일대의 오름들이 보였다.

산방산. 단산. 모슬봉..... 겨울 햇살이 비치며 질투와 시기로 가시거리를 차단하려 하지만 똑바로 뜬 두 눈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탐방을 마치고 나오는데 영 마음이 개운치 않아 선 채로 돌아서서 화산체를 바라봤다.

한적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마늘밭 너머의 새신오름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겨우내 기간이기는 해도 푸름으로 색칠이 되면 좋으련만 울긋불긋 붉게 물든 소나무들이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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