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두툼한 부리를 가진 새
야트막한 언덕 위에서 숲 바닥을 부지런히 쪼아대는 새들이 보입니다.
멀리서 보아도 두툼해 보이는 노란 부리가 인상적이군요.
궁금하여 다가가려 하였더니 바닥에 흩어져있던 새들이 이내 키 큰 나무 가지 위로 날아가 버립니다.
다행히 근처 아그배나무의 중간쯤 되는 곳 가지에 앉은 새를 한 마리 포착했습니다.
새는 머리와 턱 그리고 날개와 꼬리가 검습니다.
무엇보다 부리가 아주 두툼하게 생겼고 노란빛이 감도는데 그 끝이 역시 검습니다.
밀화부리입니다.
정확히 밀화부리 수컷입니다.
새가 갑자기 옆가지를 향해 고개를 휙 돌리더군요.
그곳에는 바싹 말라 쪼그라든 아그배나무 열매들이 몇 매달려있는데 그 중간에 앉은 밀화부리암컷이 야무지게 열매를 물어뜯고 있었지요.
암컷은 수컷에 비해 머리와 턱이 옅은 갈색이고 몸 색깔이 옅습니다.
아그배나무 근처에 서있는 키 큰 고로쇠나무 높은 가지에도 밀화부리가 몇 마리 날아들어 주변을 살핍니다.
고로쇠나무에 앉은 새는 봉긋하게 솟아오른 겨울눈을 쪼아 먹더군요.
하지만 열매를 매달고 있던 가느다란 꼭지를 잠시 살피던 새들은 이내 숲 바닥을 향해 날아가 버립니다.
요즘 밀화부리 10여 마리가 무리지어 다니는 모습이 종종 관찰되는군요.
(글 사진 한라생태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