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생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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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생길이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3.0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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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260m 비고:65m 둘레:1,912m 면적:167,924㎡ 형태:말굽형

 

생길이

별칭: 생길이오름. 생기악(生氣岳). 성길악(成吉岳)

위치: 남원읍 신례리 산 34번지

표고: 260m  비고:65m  둘레:1,912m 면적:167,924㎡ 형태:말굽형  난이도:☆☆☆ 

 

 

 

사유지이면서 심하게 변화가 이뤄져 옛 모습은 사라졌으나 화산체의 면모가 뚜렷이 남아 있는...

 

서귀포 시내권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오름들 중에는 인기에 뒤처지지만 나름대로 운치를 지니고 있는 오름들도 있다. 전망이나 탐방의 묘미는 있지만 주변에 있는 오름들의 산책로가 잘 정비되고 안전한 곳들이 있어 다소 외면당하는 셈이다.

정리하자면 오름 전반을 비교할 때 이동성과 접근성을 비롯하여 현장감이 좋은 걸쭉한 곳들이 주변에 있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고 저평가 되는 때문에 이른바 숨은 오름에 가깝다고나 할까. 

신례리의 생기악 역시 찾는 이들이 별로 없는 편이며 고고한 가운데 오름으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별다른 산책로가 없으며 정해진 전망대나 안내문 등이 없는 것도 외면의 대상이 되지만 실상 오름으로서의 매력은 지니고 있는 오름이다.

특히나 하절기에 이곳을 오를 경우는 신록의 탐스러움과 더불어 일대를 전망하는 효과가 있어서 한 번쯤은 가볼 만한 오름이다. 65m의 비고(高로)가 말해주듯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편이고 북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화산체이다. 생길악이나 생길이오름으로 부르고 있지만 오름 명칭의 유래에 대해서는 정확히 전해지는 바가 없다.

한자 표기로 생기(生氣)나 성길(成吉)로 쓰이는 점과 오름 자체가 사유지인 점으로 미뤄볼 때 그와 관련한 추측이 전부이다. 예측하건대 이곳 소유자이거나 관계가 있는 사람의 이름을 사용한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

사유지가 되는 과정이 어떤 연유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서귀포 일대의 오름에는 비슷한 사례가 있듯이 오래전에 정해졌을 것이다. 오름으로서의 중요성은 둘째하고 야산이나 불모의 땅으로 여겼기에 헐값에 사들였을지도 모른다.

농원으로 가는 길목이 아름답게 단장이 된 점이나 묘역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있는 것 역시 사유지이기에 가능했으리라. 오름 대부분은 생기농원이 차지하고 있는데 정문에서부터 기슭과 능선을 따라 아름답게 꾸며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오름 탐방이라고 하기보다는 그저 산책과 힐링을 겸하는 정도의 기분이 먼저 들게 될 정도이다.정상부가 낮지만 이 화산체 주변으로 높은 건물이나 산이 없는 때문에 비교적 전망도 좋은 편이다. 오름 아래로는 밀감밭과 농경지가 차지하고 있으며 일대는 생기농원과 관련한 곳이 대부분이다.

 


 -생길이 탐방기-

생길이 한 곳만을 만나기 위하여 이동을 했을 리는 없고 주변의 서귀포 권역 오름 탐방을 하는 여정에 포함을 하였다. 그러면서도 이만한 기회가 어디 있겠냐는 생각을 한 것은 이른바 저평가 대상의 화산체로 여기는 곳을 무시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있었던 때문이다. 다리 주변에 몇 대의 주차가 가능한 공간이 있으며 생기농원 입구가 보였다.

철문이 닫힌 경우는 좌측 담장 사이로 들어가면 되는데 특별히 제재를 받는 일은 없는 것 같았다. 행여 관계자를 만난다면 허리를 굽히고 미소를 보내려 했는데 오가는 중에 만나지를 못 하였다. 정문 안으로 들어서니 동백나무가 주를 이룬 가로수길이 사열이라도 하듯이 길게 이어졌고 차량이 드나들 수 있도록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으며 느낌이 좋았다.

오름 탐방의 초입이라기보다는 정원으로 향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마치 동부권 오름 중에 쇠기오름의 초입을 지날 때와 비슷한 구성이었다. 안으로 3~400m 정도 들어가다가 우측으로 비닐을 묶어둔 흔적이 보였는데 특별히 오름 탐방을 위한 안내문이나 표시가 없어 무심코 이 흔적을 따라서 올랐는데 바로 이정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생기악을 두고서 딱히 이곳이다 하고 정해진 길은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았다.  등성 곳곳에는 묘지가 있으며 산담이 둘러지고 비석이 세워진 곳도 만알 수 있었다. 신록의 계절인지라 우거진 수풀을 지나는 과정에서 다소 불편한 점도 있었는데 별도의 산책로가 없는 때문에 흔적을 따라서 올라야 했지만 전반적으로 완만한 능선이라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6월 하순으로 접어든 시기였는데 풋풋한 고사리들이 보였다. 숲을 이룬 등성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만큼 가볍게 허리 운동을 했는데 금방 한 주먹이 되어서 가방에 챙길 수 있었다. 그만큼 자연스러움이 남아 있으며 사람들의 방문이 적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정상에 올랐는데 낮은 동산에 불과한 것 같았지만 사방이 트여 있고 주변 가까이에 오름들이 없어서 전망은 괜찮은 편이었다.

경방 초소 역시 이러한 점을 활용했기에 생기악의 정상을 차지한 것이다.  그러나 전망은 비교적 좋은 위치이나 날씨는 남의 편이었고 설상가상으로 정상 부분에는 철탑이 있으며 주변을 지나는 전선이 반갑지 않게 이어졌다. 사유지를 지나는 철탑이기에 합의 과정에서의 작은 마찰도 있었으리라 짐작이 되었고 생기악으로서는 어쩔 수없이 자신의 어깨를 내주며 문명의 이기를 받아들였다고 여겨졌다.

내친김에 사방으로 눈길을 돌리며 풍경 놀이를 하려 했는데 날씨가 시기와 질투로 미운 짓을 하지만 결코 전부를 가리지는 못했다. 서북쪽으로는 살오름(미악산) 등이 보이고 남쪽으로 눈을 돌리니 제지기오름과 섭(숲)섬이 희미하게나마 보였다.

오던 길을 버리고 다른 위치로 하산을 했다. 내려오는 길에 아직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산탈(산딸기)이 걸음을 멈출 것을 요구했다. 기꺼이 그 부름에 응했고 잠깐 사이에 먹을 만큼의 양을 챙길 수 있었다.

삼나무가 우거진 방향을 찾아서 길이 아닌 길을 만들며 내려가는 과정은 차라리 자연미를 느낄 수 있었다. 비인기로 취급이 되고 저평가 되는 오름들도 탐방의 묘미와 깊은 맛을 느낄 수가 있다. 오름은.....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만나기 나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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