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한라생태숲』 낙엽 바닥에 납작 엎드린 난초
낙엽 수북한 바닥에 널브러진 잎들이 보입니다.
지쳐서 드러누운 것인지 추워서 낙엽 사이로 들어가고 싶은 것인지 그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더군다나 잎 위에는 병든 것처럼 노란 점무늬까지 흩어져 있으니 더욱 처량해보였지요.
하지만 지난 가을부터 보였던 이 잎은 병든 잎이 아닙니다.
바로 약난초(藥蘭草) 잎이지요.
약난초는 5-6월에 꽃을 피우는데 그 시기에는 대체적으로 잎이 말라 거의 보이지 않고 꽃이 시들고 가을이 되어서야 새잎을 돋아내 겨울을 보냅니다.
재미있는 특성을 지닌 약난초를 지나 조금 건조한 곳에 이르면 진녹색으로 반들거리는 길쭉한 잎을 늘어뜨린 식물이 보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잎 끝이 싹둑싹둑 잘렸네요.
겨우내 먹을 것이 귀했던 노루들이 이 잎을 야금야금 뜯어먹은 모양입니다.
그래도 상처받은 잎 아래에서 봉긋한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있었네요.
봄을 알리는 꽃이라는 뜻을 지닌 보춘화(報春化)입니다.
꽃봉오리들이 생글거리는 것 같아 바라보는 이의 마음이 참 뿌듯합니다.
특별한 것이 없을 것 같은 낙엽 사이에서 새록새록 솟아나오는 봄기운들이 반갑기만 합니다.
(글 사진 한라생태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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