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서삼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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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서삼봉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3.1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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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448.4m 비고:48m 둘레:576m 면적:21,355㎡ 형태:말굽형

서삼봉

별칭: 서삼봉(西三峰). 고마봉(古馬峰)

위치: 제주시 오동동 산 57번지

표고: 448.4m  비고:48m  둘레:576m 면적:21,355㎡ 형태:말굽형  난이도:☆☆☆ 

 

 

주변의 걸쭉한 오름들에 묻혔으나 잘 숙성이 된 묵은지처럼 깊고 그윽한 맛이 나는 오름.

 

 

가을이 열렸어도 숲과 오름은 진행형의 성숙과 성장을 이어가며 자연의 순리를 따르고 있다. 무더운 시기가 지났다는데 대한 안도와 최적의 조건이 되는 듯 저마다의 영역을 넓히며 차지와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출신 성분이 다른 종류의 식물들이지만 나무나 넝쿨을 비롯하여 잡초조차 한데 어우러져 무성한 숲을 이루는데 한몫을 한다.

주변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고 이기적인듯하지만 이들도 분명히 질서가 있고 생존과 상생의 법칙을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은 더 엉성하고 복잡하게 나타나지만 그만큼 자연스러움은 세기를 더 한다.

숲이나 오름을 비롯하여 산과 계곡 주변에 탐방객이 적은 곳은 자연미가 넘쳐나게 마련이다. 찾는 이들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자연스러움이 넘쳐나고 숲으로서의 기능과 활동이 더 큰 때문이 아니겠는가. 오름 탐방을 하면서 계곡과 숲을 비롯하여 자연미가 넘쳐나는 곳이 포함된다면 당연히 덧셈의 힐링 장소가 된다.

잘 숙성이 된 묵은지처럼 깊고 그윽한 맛이 나는 자연의 공간을 어찌 마다하겠는가. 레시피의 재료나 과정을 무시하였지만 숙성과 발효에 자연의 순리를 더한 숲과 오름이기에 진행과 마무리 이후에도 느낌이 다르기 마련이다. 구태여 첨가물이 있다면 나무들이 내뿜는 피톤치드와 조화를 이룬 식물들이 제공하는 음이온 정도가 전부이다.

오름의 천국이라 할 제주는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이동성과 접근성을 고려하는 선택의 폭이 넓다. 인기 있는 오름들이 있는가 하면 저평가와 외면으로 일축되는 오름들이 있지만 만나보면 볼품과 매력이 있는 곳들도 분명히 있다. 이런 입지를 지닌 곳 중 서삼봉도 포함이 되는데 제주시권이면서 이동성이 좋지만 찾는 이들이 별로 없는 오름이다.

주변에 삼의악이라는 걸쭉한 오름이 있는 데다 사색과 산책의 장소로 적당한 소산오름의 편백나무숲이 있어서 서삼봉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이동성보다는 접근성의 문제가 따르는데다 산책로가 없다는 점과 이렇다 할 전망이나 특징이 없는 것도 그 이유가 된다. 그러나 찾는 이들이 적다는 것은 자연스러움이 더해짐을 말해주듯 일단 만나고 보면 반전이 이뤄지는 오름이다. 

망설임을 떨치고 서삼봉의 품에 안기고 나면 탐방의 묘미와 자연의 멋을 실컷 누릴 수가 있다. 숲과 계곡을 사이로 우거진 고목들과 봉우리를 따라 낮은 경사를 오르내리노라면 그 깊고 그윽한 맛은 서너 배가 된다. 다만 시기와 계절의 선택을 고려해야 하며 혼자가 아닌 동반자들을 필요로 하는 곳임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남향의 말굽형 화산체이며 불과 48m의 비고(高)이나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과정이 포함이 되면서 어느 정도 탐방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오름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라동에는 제주도제(道祭)를 지내는 성소(聖所)로 유명한 산천단이 있다.

이 산천단과 기슭이 이어지는 상부에 소산오름이 있으며 소삼봉은 행정구역 상 오등동에 속하지만 아라 권역의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서삼봉이라는 명칭은 소산오름의 서쪽(서북)에 위치한 점과 봉우리가 세 개인 것과 관련하여 붙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다른 연유로 고마봉(高馬峰)이라고도 하는데 예전에 이 오름 기슭에서 방목을 했던 것과 연관이 있으나 잘 쓰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오름 기슭의 묘비에 고마봉이라고 적힌 내용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시대에 따른 명칭의 변화로 여겨진다. 전 사면을 따라 소나무가 주축이 되어 자연림이 우거져 있어 탐방의 묘미를 느낄 수가 있다.

도로변과 가까운 만큼 행여 언젠가 개간이나 개발이 될까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주변을 에워싼 계곡과 더불어 자연미가 물씬 풍기는 만큼 잘 보존이 되어야 할 곳이다.

 

-서삼봉 탐방기-

 

예전의 초입은 보통 도깨비도로 인근을 선택하였으나 건물이 들어서고 사유지 관리가 이뤄지고 있어서 출입에 불편함이 따른다. 찾았던 날도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출입은 가능하나 전반적인 루트를 고려할 때 소산오름으로 이어지는 지점도 좋은 편이라 이곳을 선택하였다. 소산오름 내의 편백나무 숲 초입이며 아라동 역사 문화 탐방로와 불교 성지순례길의 경유지이도 하다.

편백나무 숲 맞은편 좌측으로 희미하게 진입로 흔적이 있으나 하절기를 전후한 시기라 수풀이 무성하여 다소 불편함이 따랐다. 전 사면에 걸쳐 소나무와 잡목들이 어우러진 데다 수풀이 장악을 한 상태라 초입부터 다소 불편함을 느껴야했다. 이렇다 할 탐방로가 없지만 무성한 숲을 헤치는 과정이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딱히 전진 코스나 백(back) 코스를 염두에 두기보다는 일행들과 협심을 하고 진행을 할 필요가 있다.  초입지의 어려운 과정을 진행하고 계곡에 도착을 했는데 이곳은 인근 소산오름을 경유하는 계곡의 상부이며 급류 시 산지천으로 이어지는 천(川)이다. 화산섬의 특성이 잘 드러나듯 건천 시에는 천이라기보다는 숲을 가로지르는 협곡처럼 보인다.

찾았던 날은 건천 상태이기는 하지만 물의 흐름이 많은 계곡의 바위들에는 이끼와 양치식물들이 터전이 되었다. 봄날에 보라빛으로 꽃을 피웠던 앵초는 이제 가을이 지나는 동안에도 성장을 진행하게 되는데, 몇몇 아이들이 눈길을 끌며 가녀린 모습으로 보였지만 이들도 생존의 법칙을 잘 알고 있다.

다시 수풀을 헤쳐 나가다가 졸갱이를 만났는데 제주 방언이며 으름덩굴을 일컫는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곧잘 찾아서 맛나게 먹었었는데 개간과 발전을 포함하는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점차 사라지고 있다. 주변에는 밸랑귀(청미래덩굴)가 마르지 않은 연 초록빛의 열매를 선보이며 함께 눈 맞춤하기를 원했다.

이렇듯 숲은 순서가 정해져 있었다. 자연의 법칙을 따라 갑이 되는 것은 숲을 지키는 나무와 열매를 비롯하여 잡풀까지도 그 주인이 되었다. 이들을 만나는 자체로 우린 이미 을이 되기에 깝죽댈 수가 없다. 갑이 좀 우쭐댄다 한들 볼거리를 제공하는 이상은 고귀한 대상으로 여겨야 할 게 아니겠는가. 가막살나무 열매도 갑의 자리이다. 

머지않아서 잎을 떠나보낸 후에도 빨간 열매를 지닌 채 한동안은 자신을 드러낼 것이다. 절정의 시기가 지난 산수국도 순백의 화려함을 지닌 으아리도 갑질의 분위기에 편승을 하였다. 자연의 주인이며 갑의 대상은 바로 이들이란 것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솔수염하늘소는 천혜의 공간을 어지럽혔다.

 

덩굴과 넝쿨들의 괴롭힘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며 강인하고 묵묵히 버티던 소나무도 재선충병으로 인하여 쓰러졌다. 빽빽하게 숲을 이뤘던 현장의 일부에는 잘려나간 소나무 토막과 훈증처리를 위한 구성물이 대신 보였다.  삼봉 중 가장 먼저 도착한 기슭에서 삼의악이 보였다. 산 체의 크기나 외형을 두고서 서삼봉과 비교하기란 다윗과 골리앗이 되겠지만 깊은 내면은 그래도 이곳이 좋았다.

모처럼 열린 공간을 바라보는 동안은 숲 향이 실린 계절풍이 불어오면서 시원함을 느끼게 했다. 다시 이동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앞서는 대원의 모습은 키재기를 하는 수풀들에 가려 머리 부분만 보일 정도였다.  진행 중 기슭 한쪽에서 묘를 만났다. 비문을 살피니 말을 방목했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서삼봉을 고마봉이라고 표기를 하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도 오래전에는 숲이 울창하지는 않았을 뿐 더러 방목장으로 이용이 되었고 지금도 기슭 아래에는 목장이 있는 것이 이를 짐작하게 하였다.

순서는 중요하지 않겠지만 두 번 째​ 봉우리에 도착을 했다. 정상부에는 커다란 삼나무 몇 그루가 있으며 이렇다 할 전망의 틈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서삼봉 자체가 매력이 있고 자연적 여건이 참 좋은 오름이라 판단이 되었다. 비고(高)는 낮지만 세 봉우리가 아우러진 채 길게 이어지는 등성 사이로는 계곡과 굼부리가​​ 있고, 크고 작은 잡목들을 비롯하여 낮은 지대에까지 다양한 식물들이 분포하고 있음에 문명의 이기를 거부할 만도 하다.

물구나무. 삼봉지기라도 되는 것일까. 딱히 정상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등성 한 쪽에 ​​그럴싸하게 생긴 소나무가 있었다. 필수 인증샷을 해야 할 생김새이기에 흔적을 담은 후 한동안 바라보니 물구나무 자세 때문에 그저 웃음만 나왔다. 오르내리는 과정을 한 차례 더 진행을 할 즈음에 오래되었지만 견고하게 쌓인 돌담을 만나게 되었다.

잣성의 흔적이라기보다는 방목을 할 당시에 쌓아둔 돌담으로 보였는데 고마봉의 명칭을 입증하는 잔해들이라고 할 수 있는 소중한 흔적기도 했다. 마지막 봉우리에 도착을 하고 주변을 살피니 높은 지대에 적송 한 그루가 보였다. 우연이겠지만 서삼봉은 세 봉우리마다 특징이 있었다.​​ 이어지는 능선은 숲에 가렸지만 감각으로 방향을 찾으며 이동을 하면 다 만날 수가 있었다.

겨울철 등 계절을 달리하고 다시 찾는다면 어쩌다 이곳을 찾는 오르미들의 흔적이 남을 수도 있어서   접근이 유리할 것이다.   돌아 나오는 과정은 여유가 있었는데 깊은 숲을 헤매다 열린 공간으로 나온 기분이라고나 할까.  비로소 천혜의 자연 속을 헤집다가 다른 세상으로 빠져나온 느낌이 들었다. 

습한 지역을 빠져나온 후 낮은 기슭으로 이어지는 양지바른 곳에서는 아리따운 꽃처녀들이 눈길을 끌었다. 층층이 잔대는 연분홍빛으로 섬세한 자태를 드러냈고 참취는 하얀 빛으로 대응하기에는 부족함을 느끼는지 치부의 노란빛을 더했다. 마(참마)는 자신의 속살의 위치를 알려주려고 덩실덩실 춤을 췄다. 다시 남쪽 계곡을 거쳤는데 예전처럼 도깨비도로 인근을 초입으로 할 경우는 먼저 만나게 되는 지점이 나왔다.

어디선가 쿵쿵~쾅쾅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변에 건물이 들어서면서 내는 공사 소리였다. 마무리 즈음에 기슭 한쪽에 있는 궤를 찾아냈다. 궤라 함은 바위그늘로도 부르는 작은 동굴로서 자연적인 요소에 의하여 생겨난 것을 일컫는다. 하지만 이곳은 일본군들이 파 놓은 동굴진지임에 틀림이 없었다. 군사 작전보다는 병참기지를 겸하는 터로 이곳까지 선택을 한 것이다. 까악 ♬ 까악 까마귀들의 소리가 들렸다.

텃새가 텃세를 부렸다. 저들의 터전이라고 이방인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 것인데 저들이 갑이 되고 우린 을이 될 수밖에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여정의 마지막 만남은 도로변 모퉁이를 지키는 거미와 숙명적으로 이뤄졌다.

녀석에게 방해를 주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다가..... 조그만 더~~조그만 더!!! 가까이 접근을 하고 찍으려다가 그만 거미줄을 건들고 말았다. 애써 지은 집을 망가뜨리는 과오를 범한 것이다. 거미! 착하고 부지런한 당신. 이제 새 집 지어라~~  이동성이나 접근성 등을 고려한다면 삼의악이나 아라동 역사 문화 탐방로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소산오름의 편백나무 숲을 지나는 것을 비롯하여 자연미가 풍기는 곳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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