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성널오름
상태바
[오름이야기]성널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3.23 0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고: 1,215.2m 비고:165m 둘레:3,383m 면적:645,717㎡ 형태:원형

 성널오름

별칭: 성판악(城板岳)

위치: 남원읍 신례리 산 2-1번지

표고: 1,215.2m  비고:165m  둘레:3,383m 면적:645,717㎡ 형태:원형  난이도:☆☆☆☆

 

 

한라산 동쪽 사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화산체이면서 모양새에 따라 붙은 명칭...

성널오름은 성판악(城板岳)을 두고서 부르는 별칭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성판악이나 성널오름은 같은 맥락이며 성널악 등의 표현으로도 무난한 명칭이 된다.

한자 표기(城板岳)에서 알 수 있듯이 이를 풀이하면 보다 쉽게 성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데, 화구를 중심으로 하는 오름의 중턱에 이뤄진 암벽 모습이 널빤지(板) 모양을 하고 있는 성벽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한라산 주봉의 동쪽 사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오름이며 정상부는 북쪽을 주봉으로 남쪽과 남동쪽에 작은 봉우리가 형성되어 있다. 산 체를 따라 사방에는 크고 작은 골짜기가 패어 있고 전 사면이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으며 등성마루의 대부분과 능선의 일부는 조릿대가 차지하고 있다.

성판악 자체는 국립공원 내에 위치했으면서 사실상 출입이 통제된 곳이기 때문에 편의상 등하산로의 기점과 휴게소에 성판악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라산 정상을 찾는 등반객이나 코스 등을 설명하는데 있어서도 보다 정확한 표현을 한다면 '성판악 휴게소'가 맞는 셈이다. 

성판악 휴게소를 기준으로 할 때 성널오름은 약 3km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다. 아직까지도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가 되고 있으며 산 체는 물론이고 일대의 보호와 더불어 식수원의 발원지가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곳이다.

발원지에서 성널폭포를 거쳐 식수장을 지나는 일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성널악 자체만을 두고서는 출입에 대한 욕심이 생기는 오름임은 틀림이 없다. 그만큼 현장감과 더불어 탐방의 묘미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계곡과 울창한 숲 그리고 생태 지역을 지나는 동안에 만나는 모든 것이 대자연의 세상과 함께하는 곳이라고나 할까.

다만 출입 허용의 그날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자연보호와 보존 그리고 오름미들이 지니는 양심을 조건으로 할 경우이다. 현재까지는 간간이 일부 오르미들이 비탐방로를 통하여 전투 모드를 포함하는 진입을 하고 있는 상황으로 일부 구간은 족적이 나타나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사전 허락을 받은 조사단에 동행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성판악 탐방기-

애써 한라산 등반객들이 붐비는 시간을 피하여 느긋하게 성판악휴게소에 도착을 했다. 이미 주차장은 만차이고 주차한 차량들이 휴게소 양방향의 5.16도로변을 장악하고 있었다. 연휴이자 휴일인 경우  휴게소 인근의 5.16도로변은 심하게 몸살을 앓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한산 정상을 가기 위하여서는  계절마다 일정한 시간 전에 도착을 하고 출발을 해야 하지만 사라오름이나 진달래밭 정도는 좀 더 여유가 있다. 성판악을 가는 과정 역시 서두를 필요가 없어서 느긋하게 찾은 것이다. 사실 성널오름을 만나는 방법 중에는 논고악 방향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사전에 허가 과정이 그러한 때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정상 등반로를 조금 따라가다가 진입할 수 있는 곳이 더 낫기 때문이며 어차피 정해진 탐방로가 없기 때문에 위치 선정에도 좋다.   출입 제한이 있기 전에 일부 탐방객들이 드나들었던 옛 초입을 따라 안으로 들어섰지만 이내 족적이나 길의 흔적은 사라졌다. 자연림이 늘어선 곳에는 낙엽들이 일부 쌓여져 있었으나 걸음을 옮기는 과정에서 불편하지는 않을 정도였다.

조금 들어가니 집터나 창고 등으로 보이는 곳이 나왔는데 주변의 돌을 이용하여 쌓은 후 시멘트로 마무리를 한 것으로 봐서 움막 터는 절대 아니고, 또한 주변에 숯 가마터나 버섯 재배지의 흔적도 없기 때문에 궁금함만 더해졌다. 더욱이 일대에 이런 흔적이 몇 곳 더 있어서 잠시 동안 서성거리게 만들었다. 바위를 감싸 안거나 지탱한 나무에는 넝쿨을 비롯한 다른 식물들이 의지를 하면서 자생하고 있었다. 

오름이나 산행 등을 하면서 비슷한 모습을 만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상황은 좀 더 달랐다.  그야말로 대자연의 공생과 공존을 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었다. 조금 더 전진을 하니 암반으로 구성이 된 계곡이 나왔는데 건천으로 변한 현장이지만 주변에는 다양한 잡목들이 차지를 하면서 운치를 더 느끼게 했다.

당단풍나무의 가지들이 계곡 방향으로 향하여 있으면서 마르지 않은 연초록색의 잎을 늘어뜨린 모습은 싱그러움 그 자체였다. 행여 가을에 이곳을 찾는다면 천연색으로 물든 모습을 만날 수 있기에 그 현장을 상상해보니 가히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암반 터를 지난 후 얼마 있으니 조릿대 군락지가 이어졌는데 오름의 등성 가까이 도착이 될 때까지 조릿대와의 전쟁이 계속되었다.

이들은 옮기는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하며 전진을 힘들게 했는데 한참이나 힘겨운 진행을 하면서 가파른 능선을 오르게 되었다. 성널오름에 있어서 어차피 정도(道)는 없지만 선 님들이 다녔던 길은 이미 벗어난 상태이다. 나침판과 감각의 위치 선정으로 능선을 오르다 쉬기를 반복하며 일행들과 화이팅을 주고받았는데 설상가상으로 한두 방울씩 비가 떨어지고 조릿대 군락은 이미 젖어있는 상태가 되었다.

 

무릎 아래의 바지와 등반화 역시 무게가 더해져서 진퇴양난의 기로를 겪게 되었는데 비로소 성널오름의 정상을 만나는 것이 이토록 힘든지를 알게 되었다. 성판악이 높다 한들 하늘 아래 뫼이련만...... 길이 아닌 자연의 공간을 헤집으며 고집스러운 진행이 이어졌고 마지막까지 조릿대들이 거센 방어를 했지만 이 벽을 허물고 정상부에 도착을 했다. 급하게 꺾인 경사를 오르고 나니 비로소 삼각점 표식이 눈앞에 나타났다.

정상부마저 이들이 장악을 했지만 너무나 뚜렷하고 크게 보이는 국가기준점 표식은 반가움을 덧셈으로 느끼게 했다. 성판악에 오른 이상은 4종 세트를 다 만나야 한다. 성판악의 명칭을 탄생시킨 성벽의 기암을 시작으로 성널폭포와 조망대 그리고 성널동굴이다.

그러나 탐방대의 여정은 정해진 목적이 있는지라 희망사항이 되었고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화구 둘레를 따라 지나면서 맞은편을 바라보니 빽빽하게 우거진 수림을 볼 수 있었는데 역시 자신의 전부를 노출하지는 않았다.

구름층이 눈높이를 같이 하면서 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흐린 날씨는 마침내 한두 방울씩 비를 뿌리며 기대의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다. 결국 신은 아쉽게도 여기까지만 허용을 했다. 바람이 불었다. 봄이 불어왔다. 봄비가 그 바람에 흩날렸다. 하염없는 아쉬움을 짊어지고 이제 성널폭포를 찾기 위하여 움직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