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식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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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식산봉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4.17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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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60.2m 비고:55m 둘레:871m 면적:53,199㎡ 형태:원추형

 식산봉

별칭: 바우오름. 바오름. 바위오름. 식산봉(食山峰)

위치: 성산읍 오조리 313번지

표고: 60.2m  비고:55m  둘레:871m 면적:53,199㎡ 형태:원추형  난이도:☆☆

 

 

낮고 작지만 물 위에 봉긋하게 뜬 모양새로 나타나는 모습은 차라리 앙증맞고...

 

보통은 식산봉으로 많이 부르는 편이지만 이 오름은 바위오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슭과 등성에 유독 바위가 많아서 붙은 명칭인데 외부에서 바라볼 때는 숲이 울창하여 보이지 않으나 현장에서 확인할 수가 있다. 이런 연유로 바오름이나 바우오름이라고도 하는데 바우는 제주 방언이며 바위를 일컫는 말이다.

다른 맥락에 따르는 식산봉의 유래는 제주의 과거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한때 식산(食山)이라 하였다가 오름 대신 봉(峰)을 추가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왜구의 침범이 빈번했던 시대에 오조리 해안을 지키던 조방장(助肪將)이 마을 사람들을 동원하여 이 오름을 이엉으로 덮었고, 군량미를 쌓아 놓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지혜를 발휘하였는데 이를 본 왜구들이 겁을 먹고 달아났다는 데서 연유하였다.

해안과 인접한 때문일까. 낮고 작은 화산체이면서 봉긋하게 물 위에 뜬 모양새로 나타나는 그 앙증맞은 모습은 오름이라 하기가 멋쩍을 정도이다. 사방 어디에서 바라보더라도 피라미드의 모양과 이등변 삼각형으로 나타나는데 울창한 숲이 우선인지라 볼품이 있다.

오래전 숲이 우거지기 전에는 옛 명칭처럼 거대한 돌무더기들이 눈에 띄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제주올레(2코스)가 연계되면서 친환경 매트 등 산책로 정비가 잘 되었으며 정상에는 휴식과 전망을 할 수 있도록 구성을 했다. 산 체가 낮고 작다고 해서 풍경도 작을 수는 없는 법이다.

바우오름의 유래가 담긴 입지와 더불어 작고 낮은 산 체임에도 정상에 오르면 전망이 좋은 편이다. 일출봉과 우도를 비롯하여 큰물메(대수산봉) 등이 내다보이며 바다 호수와 양식장으로 이어지는 주변은 보통의 오름에서 볼 수 없는 경관이다.

작고 낮아 보이는 식산봉이지만 그 가치가 중요한 오름임이 분명하다. 주변이 해안가라 염습지임에도 이곳에서 자라는 희귀식물 중 황근은 자생지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큰 황근 나무는 높이가 5m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황근이 자라고 있으며, 이런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제주도 기념물 제47호에 등록되기도 했다.

또한 과거부터 제주도 동부권 저지대의 원식생이 자생하고 있는 유일한 곳이면서 특별한 환경을 갖춘 곳이라 할 수 있다. 현재는 원래의 식생이 사라지면서 해송이 조림되었으나 해풍의 영향 등에 의해 난대성 상록활엽수와 해안 식물들이 정착을 하게 되었다.

해안지역에 자리한 오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작고 낮지만 중요한 곳인 만큼 주변과 연계하여 오를만하다. 식산봉으로 가는 길은 광치기 해안에서 올레길을 따라서 갈 수도 있으며 보다 운치 있는 풍경을 원한다면 오조리에서 가는 방법이 좋다. 

 

 

-식산봉 탐방기- 

오랜만에 찾은 이날은 올레 2코스를 연계하는 과정이라 중간 루트를 이용했다. 이른 시간이라 행여 오른 후 여명이나 늦은 일출도 기대를 했지만 입구에서 이미 서투른 모습으로 솟는 해가 보였다. 광치기 해안을 출발할 당시부터 낮은 구름층과 해무로 인하여 풍경 놀이를 하는 것은 아예 포기를 했다.

늑장을 부리는 일출봉도 비로소 뒤늦게 그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해수면과 가깝지만 쫍지롱한 바다 향조차 풍기지 않았고 바람이 없이 워낙 습한 기운 때문에 애를 먹었다. 식산봉의 기슭을 차지하여 숲을 이룬 잡목들도 이제 막 아침을 열고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오르는 도중에도 바위들이 등성의 여기저기를 차지한 모습들이 확인되었다.

그러면서도 행여 밋밋함으로 보일까 송악이나 다른 식물들이 터전으로 자리를 잡아 숨기려 하는 모습이었다. 급한 경사가 없는 데다 거리나 시간적 부담이 없어서 이내 정상부에 도착이 되었다. 정상에 오르면 조망권은 비교적 좋은 편이며 성산일출봉 일대를 비롯하여 워낙 아름다운 풍경이 많이 보이는 명당이다.

정상 지기라도 되는 양 곧게 뻗어 자라난 나무를 붙잡고 오랜만의 방문에 문안을 드렸다. 정상 바로 아래의 북쪽 편에는 묘가 하나 있고 비석도 세워져 있다. 전망대 주변에는 달래가 군락을 이루는 곳인데 어쩐 일인지 지금은 다 사라지고 없었다. 해풍 등 환경의 변화로 인한 것이라 생각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했다.

방향을 달리하며 열린 공간으로 풍경을 노렸지만 역시나 날씨의 질투와 시기가 여간했다. 일출봉은 흐느꼈고 우도는 슬퍼했으며 큰물메는 눈물을 흘렸다. 바람이라도 불어왔으면 난간에 기대어 뜸을 들였으련만 습한 기운만 밀려왔다.  

 

식산봉의 자연림은 변화가 이뤄진지 오래되었다. 원래의 식생이 사라지면서 해송이 조림되었으나 해풍의 영향 등에 의해 난대성 상록활엽수와 해안 식물들이 정착을 하게 되었다. 정상의 키 높이를 넘어선 소나무 몇 그루는 아직도 성장의 진행을 하면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다. 또한 한쪽에 높이 자란 해송과 팽나무는 하나가 되어 전망을 가릴 정도로 자랐다. 출신 성분도 다르고 성질도 다르지만 이들은 하나가 되어 영역을 함께 하고 있었다. 

식산봉의 봉우리 언저리에는 장군석으로 통하는 왕바위가 있으며 어떤 곳은 성처럼 쌓아진 곳도 있다. 이러한 입지를 통하여 바위오름(바우오름. 바오름)으로 부르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다른 방향을 따라 하산을 시작했는데 자금우가 군락을 이룬 모습에 잠시 허리를 굽혔다. 겨울이었으면 빨간 열매라도 봤을 텐데 하절기인지라 초록의 물결로 만족을 했다. 산책로 일대에는 활엽수들이 떨어뜨린 낙엽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기슭 아래는 재단이 있는데 한쪽에는 이곳과 관련하여 제를 지낼 때 쓸 물품들을 보관하는 공간도 만들어져 있다.  올레 2코스와 연계를 하는 만큼 순서를 따라 하산을 했다. 여름치고는 늦게 아침이 열리면서 숲 안도 고요함은 더 짙게 나타났다. 하산의 걸음은 더러 경쾌함도 함께 따라야 함에도 어쩐지 신이 나지 않았다. 확실히 현장의 분위기보다는 날씨 때문이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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