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 썩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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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 썩은다리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4.2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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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42m 비고:37m 둘레:594m 면적:18,910㎡ 형태:원추형

 썩은다리

별칭: 사근다리. 사근다리 동산

위치: 안덕면 화순리 1,013번지

표고: 42m  비고:37m  둘레:594m 면적:18,910㎡ 형태:원추형  난이도:☆☆

 

 

명칭을 떠나 드넓은 백사장을 품고 노을이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입지를 지닌 화산체...

 

곱디고운 백사장을 품고 어질고 얌전하게 자리한 오름이건만 하필 명칭이 썩은다리이다. 썩었다는 뜻을 떠올릴 수 있지만 실상은 썩은다리의 정확한 어원이나 표현에 관한 자료는 없다. 제주 방언을 포함하여 썩은 그 자체의 뜻을 살펴보면 썩은 ~ 삭은 ~ 사근 등으로도 풀이가 되나 썩 어울리지가 않는다. 

별칭인 사근다리 역시 그러하다. 화산체 주변의 지형이나 도로 등을 살펴도 다리(橋)를 필요로 하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썩은다리는 사근(沙根) 다리(달)의 변이로 해석을 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 역시 확실성을 두고 정의하기에는 애매하다. 그러면서도 주변 해안이 모래밭인 것을 감안한다면 사근(沙根)으로 추측을 하는 것이 해답에 가까울 것 같다. 즉, 모래밭 해안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언덕이나 동산을 뜻한 것으로 추측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다리는 달이의 변음을 추측하였고 과거 고구려語로 높은 봉우리나 고귀한 산을 뜻하는 말에 지칭의 '이'가 합쳐진 것을 기초로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사근과 높은 봉우리(달)를 지칭하는 것도 무리한 추측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산방산에서 화순항으로 이어지는 중간 정도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사전에 오름이라는 사실을 모르면 언덕 정도로 여길 수도 있다. 바다와 마주하고 있는 남동쪽은 벼랑처럼 가파른 절벽을 이루고 있으며 북사면 기슭은 화순리와 사계리를 잇는 도로가 있다.

마을로 이어지는 곳은 오래전에 농지로 개간이 되었으며 이 일대와 오름의 높이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따라서 인근 백사장이나 해변에서 바라볼 때 그 높이나 산 체의 당당함을 느낄 수가 있다.

해안과 이어진 만큼 표고가 42m에 비고(高) 역시 큰 차이가 없는 37m로서 원추형 화산체이나 오름 탐방이라는 의미보다는 해안을 포함하는 산책코스로 연계가 되는 정도이다. 근년에 구성된 제주 지질트레일 코스 중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을 연계하는 구간과 제주올레(10코스)가 지나는 길목이기도 하며 산책이나 전망을 위하여 잠시 올라도 무난한 곳이다. 

또한 월라봉(다래오름)과 함께 하거나 금모래해변을 지나 용머리해안으로 가는 도보여행에 포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금모래해변에서 시작이 되는 제주올레를 출발하고 얼마 후 사근다리 입구에 도착이 된다.

경사도나 난이도가 어려운 편이 아니지만 썰물 때는 바로 해안을 따라 이동할 수도 있다. 해안 인근이나 내륙에서 바라볼 때는 나지막한 동산 정도로 보일 수도 있지만, 바다 멀리에서 바라보면 오름으로서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으며 ​높이와 산 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특히나 입지를 감안한다면 용머리해안에서 바라볼 때 오름으로서의 가치가 잘 나타나는데 주변과 상대적으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뒤편의 굴메오름(군산)과 다래오름(월라봉)이 높다 한들 썩은오름을 얕보거나 무시할 수는 없다. 오르는 과정에서 산 체의 특성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커다란 바위들이 박힌 모습들이 관찰이 되고, 입구에서 바라보면 경사가 있는 절벽 틈을 차지한 모습에 위엄과 당당함도 느끼게 된다. 오름 하나만을 탐방한다면 워밍업 구간이 없는 경사​이지만 목재 데크로 구성이 된 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면 문제가 없다.

 

 

-썩은다리-

정상은 아직 멀었지만 초입 오르막을 오르다 멈추고 돌아서니 백사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화순해수욕장으로 부르다가 근년에 금모래해변으로 명칭이 정해진 아름다운 해변이다. 맑은 날씨에는 하늘과 구름의 조연을 포함하여 더 빛나는 해변이기도 하며 노을이 아름다운 곳으로도 유명하다

경사가 마무리될 무렵에 커다란 바위 위에 돌무더기가 있는 모습을 확인하게 되었다. 방사탑처럼 쌓아 올린 모습인 데다 화순 금모래해변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때문인지 성스러운 곳으로 여겼을 것으로 추측이 되었다. 아니면 이 일대를 지키는 초병과 수호신의 역할이라도 하는 것일까. 풍파가 크게 일 때는 동산의 정상 가까이까지 모래를 쌓아 올리면 풍년이 들고 정상의 모래를 씻어 가면 흉년이 든다고 믿어왔다고 구전되고 있다.

이곳에도 솔수염 하늘소의 만행이 저질러졌다. 정상부와 등성의 일부를 차지한 소나무들이 많지도 않건만 붉은빛으로 변하였다. 해풍과 찬바람을 이겨내며 성장을 이어오던 소나무 몇 그루도 이제 더 이상의 진행은 끝이 날 것으로 보여서 안타깝기만 했다.   

난간에 기대거나 앉으니 마파람이 온몸을 시원하게 적셔줬다. 파도소리가 어우러질 때는 자연이 연출을 하는 시청각의 현장임을 실감하게 해줬다. 휴식을 겸할 수 있고 전망대 역할을 하는 구성물은 길손들의 피로를 덜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 기대어 전망을 하면 송악산과 형제섬이 보이고 날씨가 좋을 때면 국토 최남단 마라도와 가파도 역시 사정권 안에 들어온다.​   수많은 도보여행자들이 이곳을 지나갔다. 올레 이후에 더 많아진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예전에는 이곳을 통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올레꾼을 포함하는 도보여행자들이 이곳이 오름이라는 사실을 알고 지나쳤는지는 모르지만 아직도 그 가치가 충분히 남아 있다.

북사면 기슭은 일부 농지로 개간이 되었으며 그 너머로는 마을 소로와 빌레 등이 있다. 얼핏 보기에는 농지를 포함하는 일대가 굼부리로 추측이 되지만 원추형 화산체로 구분이 된 만큼 사근다리와는 별개이다.

썩은다리의 등성을 따라 이동을 하면 어깨를 따라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마치 S자에 가까운 곡선형의 산책로를 지나는 자체로 사방 대부분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그리고 마라도와 형제섬 등도 그 대상에 포함이 되었다. 

전망과 더불어 시원한 해풍을 벗 삼아 둘러보는 썩은다리는 그래도 탐방의 맛이 났다. 그러기에 썩은다리라고 부르기보다는 차라리 지금이라도 이 오름의 명칭을 바꿔 부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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