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아끈다랑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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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아끈다랑쉬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4.2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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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98m 비고:58m 둘레:1,454m 면적:164,072㎡ 형태:원형

 아끈다랑쉬

별칭: 새끼다랑쉬. 소월랑봉(小月郞峰). 소월랑수(小月郞岫)

위치: 구좌읍 세화리 산 2593-1. 2번지

표고: 198m  비고:58m  둘레:1,454m 면적:164,072㎡ 형태:원형  난이도:☆☆

 

 

작고 낮지만 굼부리와 외형은 화산체로서의 입지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오름.

 

다랑쉬와 관련한 내용은 여러 가지로 전해지고 있다. 산 체의 봉우리를 중심으로 둘러진 굼부리가 마치 달처럼 둥글게 보이는데 연유하여 붙여진 명칭을 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다른 뜻으로는 고구려어(語)의 높은 봉우리를 나타내는 달(돌. 높다. 산. 고귀하다)과 수리(봉우리)를 합한 의미로 풀이를 하고 있다.

이는 다랑쉬 자체가 변화하여 붙여진 설이라고 전해지고 있는데 달랑쉬나 돌랑쉬(아래아식 발음)로도 불렀다고 한다. 또한 월랑봉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다랑쉬를 나타내는 이두(吏讀)식 표기의 변화로 추정을 하고 있다. 따라서 월랑봉(月郞峰)을 비롯하여 대랑봉(大郞峰)이나 월랑수산(月郞秀山) 등 다른 표기도 이와 관련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월랑수산(月郞秀山)이나 대랑봉(大郞峰)으로 표기한 것을 보면 일찍이 빼어난 사나이(郞秀) 오름의 우두머리로서 제왕적 군주로 군림을 하는 것에 비유를 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오름으로서 갖춰야 할 입지와 환경이 뚜렷한 데다 규모가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아끈다랑쉬의 존재는 당연히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으며 외형상 나타나는 여러 환경적 요인 자체로도 다랑쉬와의 경쟁은 무리라 할 수 있다. 다랑쉬(월랑봉) 앞에 있어서 족은(작은) 다랑쉬라고도 부르며, 구태여 직접 오르지 않더라도 다랑쉬라는 걸쭉한 오름이 있기에 이곳을 오르내리는 중에 뚜렷하게 바라볼 수 있다.

이런 입지 때문에 억새가 만발한 계절 외에는 애써 직접 찾는 경우가 드물다. 다랑쉬를 오르다가 위에서 바라보는 아끈다랑쉬의 모습은 전라를 노출시킨 채 보는 이로 하여금 운치와 정겨움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다랑쉬에 올라서 바라보는 아끈은 계절마다 색이 달리 보이며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모습은 환상적이다. 

아끈이라는 어원은 앞(前)이나 버금 외에 둘째 등을 뜻하는 말이며, 다랑쉬에 비하여 왜소한 때문에  새끼 다랑쉬로도 알려졌으나 잘 부르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오름 주변의 작은 오름을 알오름이라고도 부르지만 아끈다랑쉬 경우는 오름으로서 갖춰야 할 화구를 비롯하여 완만하지만 독립형 화산체로서의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다.

이러한 여건에 맞추어 한자로 소월랑봉(小月郞峰)나 소월랑수(小月郞岫)로 표기하고 있다. 이처럼 작고 낮은 산 체이지만 중앙 굼부리의 둘레가 600m에 이르며 깊이는 약 10m 정도로서 얕게 패어 있다.

잡목들이 거의 없어서 그늘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짧은 시간 안에 큰 무리함 없이 탐방이 가능하여서 하절기다 할지라도 오전 시간이면 가 볼만하다. 물론 이동성 등을 고려한다면 사라진 마을인 다랑쉬 굴 주변과 집 터 등도 함께 둘러보면 좋으며 다랑쉬에 대한 체력적 부담이 있을 경우는 용눈이(오름)를 함께 해도 좋다.

 

 

-아끈다랑쉬 탐방기-


 초입은 다랑쉬 맞은편 송이와 흙으로 포장이 된 길을 따라가면 된다. 이미 다랑쉬를 오른 사람들은 몸풀기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지만 일단 아끈다랑쉬에 오르면 분명히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다랑쉬에서 바라보는 일출봉이나 우도 등의 느낌도 좋지만 좀 더 가깝고 낮은 데서 조망하는 기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작고 낮다고 해서 결코 풍경도 작고 낮을 수는 없다.  능선 가까이에 까지는 흙길이 선명하게 보이지만 올라가면서는 수풀들이 길까지 장악을 하고 있었는데 여름철이 아니라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흙길에 고마움도 느끼게 되련만, 주변을 메운 초록의 물결이 왠지 미워졌다. 몇 그루 안 되는 잡목들에서는 일제히 매미의 노랫소리인지 울음소리인지 분간이 안 되는 다중창이 방해를 해왔다.

오르다가 잠시 돌아서서 다랑쉬로 향하니 한없이 작아지는 스스로임을 알게 되었고 거대한 산 체를 향하여 위대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마치 다윗이 골리앗을 향하여 바라보는 것처럼 ... 정상 능선에 오르니 고독하게 보이는 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겨울철을 전후한 시기에 이곳 주변 하늘의 변화가 이뤄질 때면 고 김영갑 선생이 그러했듯이 진사님들의 행보가 이어진다.

아끈다랑쉬 주변은 시간과 날씨를 가리지 않고 동(動)적인 장면을 연출해내며 각본에 없는 주변 구성을 해주기 때문이다.  4.3 때 사라진 마을인 다랑쉬 주변으로 향하는 지점에는 개간을 하고 비를 기다리는 농작지들이 보였다.

화구를 한 바퀴 둘러보게 되지만 특별한 변화가 없기 때문에 발길이 옮겨지는 방향에서 주변을 조망하는데 목적을 두는 게 낫다. 밋밋할 정도로 평탄하게 이어지는 화구 능선은 소규모 원형 경기장 둘레를 돌아보는 기분이다. 다만, 발길이 움직일 때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일대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동쪽 능선으로 이동을 하면 일출봉과 우도 그리고 말미오름(두산봉)과 은월봉 등이 눈에 들어왔다.  오름 동쪽의 지점은 새벽녘의 여명이나 일출을 조망하는 명당이기도 하다. 오히려 어정쩡한 오전 시간은 햇살이 비치기 때문에 흔적을 담는 데에 있어서 불편한 점도 있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곡선미가 눈앞에 펼쳐진 모습이 보였는데 일대에서 가장 미끈하고 곡선미가 부드러운 용눈이이다. 

화구 능선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원점으로 가는 동안 유재석인가 메뚜기인가 하는 녀석들이 쉴 새 없이 주변에서 나타났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만난 거미는 제법 큰 녀석이었다. 등치에 비하여 엉성한 거미줄로 구성이 되어 있어서 메뚜기들은 이를 비웃으며 뚫고 날아갈 정도였는데, 집을 짓는 기술은 좀 떨어진 녀석이었던 같았다. 

오름 사면의 북쪽으로는 구자 권역의 농지들이 보였다. 제주 동부권의 가뭄도 예사롭지 않은 상황인데 비라도 좀 내린다면 좀 더 풋풋하고 싱그러운 모습을 볼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레를 다 돌고서 아끈다랑쉬를 내려오기 전에 다시 한 번 더 바라보게 되는 고독한 나무... 아끈다랑쉬를 오르는 자들에게 있어서는 만남과 작별을 주고받는 장소이기도 하다.

차라리 앙상한 가지로  변해 있을 때의 모습이 더 운치 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추운 겨울에 눈꽃이라도 피고 구름이 하늘을 자유스럽게 수놓아지는 날에는 어김없이 진사님들이 찾게 될 것이다. 어쩌다 눈이라도 내리는 날의 모습을 만날 때에는 환상적으로 보이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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