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아부오름
상태바
[오름이야기]아부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4.25 0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고: 301.4m 비고:51m 둘레:2,012m 면적:314.926㎡ 형태:원형

아부오름

별칭: 앞오름. 압오름. 전악(前岳). 아부악(阿父岳. 亞父岳)

위치: 구좌읍 송당리 산 2,263/ 산 164-1번지

표고: 301.4m 비고:51m 둘레:2,012m 면적:314.926㎡ 형태:원형 난이도:☆☆☆

 

 

어엿하고 믿음직스럽게 보이는 어른의 모습과 비교한 데다 존경스러움을 드러내는 화산체...

 

아부오름으로 많이 부르고 있으나 한자로 전악(前岳)으로 쓰는 만큼 앞오름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여기서 앞(前)은 송당리와 이 마을의 중심을 차지한 당오름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부르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한자로 전악(前岳)으로 표기를 하고 있으나, 맥락을 달리하여 언덕이나 비탈(阿)을 비롯하여 버금가는, 다음으로(亞)의 뜻을 지닌 한자도 함께 쓰고 있다.

또한 오름 명칭과 관련하여서는 가정에서 어른이 믿음직하게 앉아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아부악(亞父岳)이라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여기서 아부(亞父)라 함은 아버지 다음으로 존경하는 사람이라는 뜻도 생각을 해볼 수 있는데, 산 모양이 둥글고 한가운데가 타원형 굼부리를 이룬 것이 마치 어른이 좌정한 모습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것이다.

다른 구전 내용으로는 제주 방언으로 아버지를 뜻하는 아부(아부지. 아방)처럼 존경하는 사람을 뜻한다는 데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이 오름을 두고서 붙은 명칭은 현실적으로 이해를 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 이 '아부'는 '앞'의 변음이라는 논리도 나오는 때문에 같은 차원으로 이해를 하여도 무방할 것 같다.

지금에 와서는 그저 평화스럽고 분위기와 운치를 논하면서 탐방하기 쉬운 오름이라는 정도로 여기면 될 것도 같다. 수백 개의 제주도 오름들 중 가장 평화로운 오름이라고 표현하고 싶은 곳이다. 거칠지 않은 산 체와 완만하게 이어지는 탐방로가 이를 말해주고 있고, 의젓하고 분위기 있는 분화구 내부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으며 등성을 따라 이어지는 탐방로조차도 운치가 있다.

사방을 둘러보는 동안 외부로 나타나는 전망 또한 일품이며 이렇다 할 방해물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규모를 놓고 볼 때 거대하지는 않지만 화산체로서 갖춰야 할 것을 다 지니고 있으며, 특히나 오름 분화구 안의 질서 있는 삼나무 식생의 모습은 자연과 인위적인 조화가 잘 나타나면서 분위기를 돋운다. 이 삼나무 군락은 아부악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심벌이 되었으며 제주 민란을 다룬 영화 '이재수의 난'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아부오름-

장마와 무더위가 번갈아 이어지던 즈음에 애써 아부오름을 찾았다. 다른 오름 두 곳 탐방을 마친 후 세 번째로 찾았으니 힘이 부칠만도 했다. 더위도 그렇지만 습한 기운이 섞여서 미더운 상황이기는 했으나 모처럼 한판 승부를 위한 만남이었다고나 할까. 돌이켜보니 어느덧 3년이 훌쩍 넘은 재회이다.

제주에 있는 370개가 넘는 오름들을 다 만난 후 하나씩 리턴 매치를 하는 과정은 다시 몇 해를 기다려야 한다. 그런 사연을 짚는다면 이즈음 찾는 오름들은 우선 순번이 되기에 행복에 겹고 영광인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실컷 땀 흘리고 마음껏 겨루기를 했다. 상대는 날씨가 안기는 것보다는 자연이 먼저였기에 불평도 아쉬움도 없었다.

승자도 패자도 아니었지만 산 체 하나만을 놓고 따진다면 보잘 것 없는 규모인데 별 어려움이야 있겠는가. 주말이나 휴일이면 생활의 한 부분처럼 이어졌었지만 이번만큼은 상황이 다르기는 했다. 모처럼 마음먹고 혼자 찾았기도 했지만 하절기의 오름 선택은 그만큼 고민이 따르기도 한다는 뜻이다. 지금의 초입은 접근성이 참 좋은 편이다.

오래전에는 송당에서 남쪽으로 2㎞ 정도 떨어진 건영 목장 입구 안쪽으로 들어갔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방도로가 아부오름 앞으로 이어지는 때문에 별 어려움이 없으며 정상까지 가는 과정도 쉬운 편이다. 문명의 이기는 자연과의 만남에 많은 도움과 편리함을 주고 있다. 초행일지라도 내비게이션 안내를 따라가면 도로변 초입지에 도착을 하게 되며. 간이 주차장이 있기는 하나 공간이 좁은 편이어서 도로변 안전지대를 이용하면 된다.

오름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면 폭낭(팽나무) 한 그루와 벤치가 있다. 실상 왕따나무이면서 외로운 모습이지만 커플나무나 잉꼬목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영화 '연풍연가'에서 장동건과 고소영 두 주인공이 앉았던 벤치이며 한때 '연풍연가 벤치'로 알려지기도 했었다. 두 주인공은 영화 이후 실제 결혼을 하였으니 그런 내용이 나올 만도 하다.

그런데............... 폭낭은 고사 직전의 상태였다. 상황을 보니 꽤나 오래된 것 같았는데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참으로 애처롭기만 했다. 행여 하는 마음으로 뿌리 근처를 살폈지만 재생의 가망성은 거의 없는 상태였다. 푸른 잎으로 색칠이 되어있어야 할 폭낭은 헐벗은 채 있고 원앙 벤치 주변은 잡초만 무성했다.

정상부까지의 거리나 경사를 논할 정도가 아니다. 더위와 습한 기운 때문에 가능한 느리게 오르려 했지만 고지가 가까운 지라 서두르다 보니 이내 숨이 차올랐다. 허리 능선까지는 불과 십여 분이면 족히 오를 수 있으며 초입에서 정상부 비고점까지의 거리가 가까운 편이다.

송당마을의 중심을 차지한 당오름을 기준으로 하여 앞오름이라고 부르지만 아부악은 참 행복한 오름이다. 좌보미와 동거문이를 시작으로 거슨새미와 안돌, 밧돌, 높은오름 등이 주변에 자리하고 있다. 아부오름을 에워싼 오름들 중에는 유명세를 더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하나같이 아부악을 호위하듯 감싸고 있는데 그 대상들 역시 아부의 정상에서 바라보니 운치가 있어 보였다. 거슨새미와 안돌 밧돌을 포함하여 체오름으로 이어지는 방향의 뷰도 아름다웠다. 사방을 빙 둘러 돌아보는 동안 곳곳에서 분화구 내부를 살필 수가 있는데 정상부 아래쪽으로 몇 발 옮기고 굼부리를 바라봤다.

 

아부악의 심벌인 삼나무 군락이 뚜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굼부리 안은 스코리어(화산 송이류)가 많지만 그래도 삼나무가 자라는데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 환경으로 짐작이 되었고, 마치 설계와 구성을 한 것처럼 일정한 지역에 심어 잘 자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부오름 화구의 삼나무는 인공림이다.

목장으로 사용되어 오던 지난 1970년대 후반에 소와 말의 휴식(숨기)이나 더위를 피하는 피서림을 목적으로 식재 한 것인데 세월의 흐름을 따라 크게 잘 자랐다. 굼부리를 중심으로 능선을 따라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부분적으로는 친환경 매트를 깔았지만 찾는 이들이 많은 데다 거친 잡초들이 없어서 길의 윤곽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사유지를 포함하는 오름이 그러하듯 이곳도 목장으로 사용이 되고 있는데, 지금은 우군(牛)들의 방목장이며 이날도 그 무리를 만났다. 천천히 걸으면서 둘러보다가 방향을 달리해도 역시나 전망은 참 좋았다. 오름 군락이 펼쳐놓은 실루엣 풍경은 언제나처럼 두 눈과 마음을 행복하게 했다.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바람이 미웠고 내리쬐는 햇살과 습한 기운이 방해를 했지만 두 눈마저 빼앗지는 못 했다. 한 바퀴를 돌고 어느새 원점에 도착을 하였다. 현장의 안내표지는 좌측 방향을 안내하는데 어느 방향이 딱히 좋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전반적인 상황으로는 우에서 좌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마디로 참 평화로운 오름이다. 행복한 사람이 행복을 찾아갈만한 오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