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아슴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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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아슴선이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4.27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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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48.8m 비고:29m 둘레:1,707m 면적:192,921㎡ 형태:원추형

 아슴선이

별칭: 아심선이. 아심전(我心田). 아심전지(我心田地). 아삼선이(兒三仙伊)

위치: 표선면 하천리 2,405~2,409번지

표고: 148.8m  비고:29m  둘레:1,707m 면적:192,921㎡ 형태:원추형  난이도:☆☆☆

 

 

선인(善人)들이 마음을 깨끗이 하기 위하여 찾았던 곳은 심하게 변화가 이뤄졌고...

 

오름 명칭의 유래를 떠올리고 그려본다는 자체가 무의미해진 곳이다. 개척과 개발로 인한 변화라면 어느 정도 오름의 외형이나 특징을 살필 수가 있겠지만 상황은 이와 다르다. 정상을 비롯하여 일대의 대부분이 완전히 변하여 지금은 그 기능이나 가치가 사라진 상태이다. 아슴선이라는 뜻을 풀이해보면 지금의 모습과는 너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아슴선이는 아슴(我슴-심心)과 선(仙)을 뜻하고 있는데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오름 일대는 선인(善人)이 마음을 깨끗이 하기 위하여 찾았던 곳이라 하여 그 명칭과 유래가 전해지고 있다. 사면이 바다인 섬인데도 불구하고 한라산 기슭의 중산간 지역의 터전을 심신을 달래는 장소로 사용을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만큼 의미가 깊으며 한 터로서의 가치가 특별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기분을 추스르고 마음을 정돈하기 위한 장소로 적합했고 그런 연유로 선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면 그 자취라도 남았을 텐데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다른 뜻으로는 오름의 형세를 두고서 어머님의 가슴과 같다 하여 아심전(我心田)이나 아심전지(地)로 표기를 하지만 역시 쉽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이런 사연에 편승하여 어머님의 가슴 형국이라 여기기도 했는데 이 오름의 소재지인 하천리 주민들은 유난히도 애향심이 강하다고 전해지고 있다.

향수와 더불어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건강과 안녕을 기리는 마음이 전해지는 곳이지만 변화로 인하여 옛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다.  성읍권과 가시리 일대에는 워낙 걸쭉한 오름들이 많기 때문에 탐방이나 산책을 운운하기에는 모자람이 많다. 더욱이 지금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주 추적소가 들어선 때문에 관계자 외에는 출입조차 불가능하다.

단순한 문명의 이기를 넘어서 시대에 따른 변화와 발전을 이루는데 어쩔 수 없이 한몫을 했다는 게 맞을 것 같다. 선인들을 맞이하는 대신 이제 자신의 모든 것을 시대의 부름에 따라 선뜻 내어주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오름이다. 하지만 인류와 국가를 위한 터전으로 마지막까지 선행을 베푼 오름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이 될까.

비고(高)가 불과 29m로 보통의 오름들보다 낮은 편이나 원추형 화산체이며 주변으로는 마치 분화구처럼 넓은 초지와 농지들이 에워싸고 있다. 인근 도로변에서 바라보면 능선처럼 보이지만 세 봉우리가 등성을 따라 이어지면서 둥그스름하게 굼부리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어쨌거나 정상부의 시설물도 그러하지만 주변은 세월이 흐르면서 침식으로 변화가 이뤄졌고 일부 기슭과 등성은 농경지와 임야로 개간이 된지 오래되었다. 그런 만큼 원래 화산체의 모습을 헤아리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아슴선이 탐방기-

번영로를 따라 하천리에 도착을 하면서 소로 진입로를 거슬러 진입을 했다. 번듯한 길이 있지만 국가기관 시설물이 있는 곳이라 부득이 우회를 한 것이다. 멀리에서도 기지탑 같은 외형물을 볼 수가 있지만 가까이 접근을 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비고(高)가 말해주듯 산 체의 낮은 형세를 감안한다면 고개를 높이 쳐들고 바라볼 형편조차 못 되었다.

조금 더 가다가 소로 옆의 밀감 밭을 통하여 진입을 결정하고 월담을 하였다. 월담이라기보다는 차량이 드나들 정도의 열린 공간이 있어서 선택을 한 것이다. 내 고장 11월은 노지 밀감이 익어가는 계절...... 수확을 앞둔 밀감들이 탐스럽게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부슬부슬 가을비가 내리다가 멈추기를 반복하는 날씨인지라 탱글탱글한 밀감에는 이슬처럼 빗물이 맺혀있었다.

과수원에서도 아슴선이 정상부에 세운 시설물이 보였기에 방향 감각을 운운할 필요도 없이 다시 숲과 초지를 따라 진행을 이어갔다. 밀감 밭 이후 숲길을 지나 다시 포장된 소로에 들어섰는데 소로 역시 통제 구역이라는 표식이 세워져 있었다. 주변에 목장을 겸하는 곳도 있고 촐왓이나 일부 농지도 있지만 이 경우는 관계자에 해당이 될 것으로 보였다.

 
   

이곳의 시설물은 항공우주연구원 제주 추적소로서 출입은 허용되지 않는 게 맞다. 본부와 관리소 등은 더 위쪽에 있으며 그 자리가 아슴선이의 등성인 셈이다. 가다가 중지하면 간만큼 이득이라 생각하며 들킬 때까지 더 가는 것 역시 현명한 방법이라 여기며 조심스럽게 가까이 접근을 했다. 그리고는 출입문 입구에서 서성거렸는데 더 이상의 접근은 욕심이라 여기며 멈춰 섰다.

이 정도의 위치에서 정상부를 바라보는 자체로도 다행이라 여기면서 셔터를 누르고 정문을 기웃거리며 상황을 살폈지만 역시나 어디선가 경비원으로 보이는 분이 나타나서 저지를 했다.  돌아 나오는 길에도 자꾸만 뒤를 보게 되었다. 원추형 화산체로 구분을 하는 데다 주변을 살필 수가 없어서 기슭 아래의 일부를 둘러봤다.

경계 구분이 잘 된 초지와 농지들이 보였다. 행여 화산체의 분출이 있었을 당시에 굼부리를 대신한 자리는 아닐까. 정상도 기슭도 살필 수 없는 상황이라 아쉬움이 컸다. 화려하지 않은 날씨 속에서 애써 찾았지만 혹시나는 역시나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아슴선이 확인과 더불어 흔적을 남긴 셈이니 한편으로는 후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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